요즘 북미 네티즌들에게 가장 핫한 콘텐츠는 넷플릭스 [타이거 킹]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사설 동물원을 운영하는 조 이그조틱(Joe Exotic)을 중심으로 미국 맹수 사육의 세계를 파헤치는 7부작 시리즈인데, 자칭 동물애호가들의 추악한 인간성이 드러나고 오랜 시간에 걸친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때마다 시청자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자가 격리 중이라 무료하고 심심한 사람들이 리액션과 밈을 대량 생산한 덕분에 [타이거 킹]은 2020년 상반기 가장 센세이셔널한 TV 시리즈로 등극했다.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최근 몇 년간 사용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타이거 킹]이나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를 놀라게 만들거나, [오죠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처럼 흥미로운 문화적 현상의 뒷이야기를 파헤치며 시청자들에게 복잡한 심경을 안긴다. 사회 변화를 객관적으로, 또는 뜨겁게 바라보는 [아메리칸 팩토리],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같은 작품도 만들었으며,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퀸시 존스 등 문화 아이콘들에게 진솔한 자기 고백의 장을 제공했다. 넷플릭스는 몇 년만에 선댄스, 칸 등 필름마켓에서 다큐멘터리 장편, 단편을 구입하는 큰손이 되었고 HBO, 내셔널 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히스토리 채널 등 팩추얼 채널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단시간 내에 이룬 성과는 그저 “돈이 많다”라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 글에서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전략을 알아보기 위해 넷플릭스 시니어 다큐멘터리 담당 임원 디에고 부뉴엘(Diego Buñuel)의 프리젠테이션을 소개한다. 작년 7월 프랑스 라로셸에서 열린 ‘서니 사이드 오브 더 독 (Sunny Side of the Doc)’의 특별 포럼 행사 내용이다. 부뉴엘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시리즈 [돈 텔 마이 마더]의 호스트 겸 감독으로 일했고, 카날플뤼의 다큐멘터리/팩추얼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하다가 2018년 넷플릭스의 유럽지역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책임자로 부임했다. 프리젠테이션 내용은 아래 웹페이지를 참고했다.

Netflix’s Documentary Strategy. Diego Buñuel’s presentation at Sunny Side of the Doc reported in detail by D-Word’s Eli Brown

‘선택받을 수 있는’ 이야기의 힘

  • 넷플릭스는 시리즈, 다큐멘터리, 영화 섹션을 나누지 않는다. 모든 것은 이야기다. 중요한 건 이야기의 내러티브의 강점과 엔터테인먼트적 가치다.
  • ‘소파 테스트’라는 게 있다. 목요일 저녁, 소파에 앉아서 넷플릭스에 접속했을 때, 당신의 이야기를 보고 싶은가? 당신의 이야기의 경쟁작은 마블 영화나 우주 배경의 SF 이야기다. 당신의 이야기가 프로그램이 진열된 화면을 뚫고 나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보게 할 만큼 힘이 있는가?

넷플릭스는 ‘현재’의 이야기를 선호한다.

  • 넷플릭스가 2019년 선보인 다큐멘터리, 다큐시리즈 대부분은 현대의 이슈를 다룬다. 역사 다큐멘터리는 넷플릭스의 강점이 아니다. 물론 기제작된 콘텐츠를 수급하지만 제작 주문은 많이 하지 않는다. 우리가 더 새로운 것을 공급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 넷플릭스는 기존 채널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 넷플릭스는 주제가 아니라 이야기를 찾는다. (주제보다는) 훌륭한 스토리 하나,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를 이야기하는 깊은 이야기를 선호한다.

의사결정은 알고리즘이 하는 게 아니다

  • 알고리즘은 시청자에게 어떤 콘텐츠를 보게 할지를 결정하지만, 어떤 작품을 주문 제작하는지는 결정하지 않는다. 그건 사람들의 몫이다.
  • 넷플릭스엔 다큐멘터리 담당 임원이 있고 (*2020년 현재 리사 니시무라가 다큐멘터리 영화 및 미니시리즈를, 브랜든 리그가 다큐멘터리 시리즈와 스탠드업/스케치 코미디를 담당한다), 별도로 영화제 수급 담당자가 있다(사파리나 디펠리체). 하지만 따로 연락하지 마라. 영화제에서 다 챙겨본다.
  • 넷플릭스는 개별 타이틀을 구매하지 않으며, LA의 수급팀에서 영화 카탈로그를 구매한다.

2019년 기록

  • 2019년 [우리의 지구],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살인을 말하다: 테드 번디 테이프],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등이 성공을 거뒀다. 넷플릭스는 이런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원한다. 다큐멘터리가 어둡고 진지하지만, 재미의 공간도 있다고 생각한다.
  • 장편 다큐멘터리는 예술적 비전을 가진 감독이 영화 형태로 훌륭한 이야기를 전달한 작품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제 등 많은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대화를 나눌 이벤트에 많이 출품하는 것이 목표이며, 감독과 제작자들이 주목받길 바란다.
  • 단편 다큐멘터리는 넷플릭스에서 성적이 좋은 편이다. [피리어드: 더 패드 프로젝트]는 오스카를 수상했다. [세상을 해설하다] 시리즈는 모바일 기기로 많이 시청한다. [이블 지니어스: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 등 미니시리즈로도 잘 알려져 있다.
  • 현재는 영국 및 미국 감독과 많이 일하고 있다. 앞으로는 유럽의 최고의 필름메이커와 유럽과 전 세계의 사용자가 공감할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 (부뉴엘은 유럽 내 크리에이터들과 접촉하기 위해 런던과 파리 사무소에서 일한다고 밝혔다.)

시청 기록

  • (2019년 7월 현재) 넷플릭스 사용자 4억 계정 중 2/3이 최소 1편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 넷플릭스는 다큐멘터리를 유명 엔터테인먼트 형태로 만들었으며, 시청 기록에도 이런 경향이 보인다.

글로벌+로컬

  • 넷플릭스 사용자 구성은 이제 미국 외 지역 사용자가 미국 사용자를, 비영어 사용자가 영어 사용자를 앞질렀다. 이는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이야기에 기회를 부여한다. 각국의 지역색 강하고, 힘이 있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원한다.
  • [시청률 살인]은 브라질 제작팀과 영국 제작자가 만들었다. 훌륭하고 미친 스토리인데, 중요한 단면이다. 이야기가 A에서 B로만 가면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A에서 B로, 다시 C, D, E, Z로 가길 원한다. 이런 미친 스토리는 지어낼 수 없다.
  • [아넬카: 문제적 저니맨]은 프랑스 로컬 전략 콘텐츠다(한국은 서비스되지 않음). 하지만 ‘로컬’의 의미는 그 나라에서만 선보인다는 것이 아니라, PR팀이 그 지역에서 타이틀을 강력히 홍보한다는 점이다. (북미 외) 다른 지역의 사용자가 더 많은 만큼 그들의 이야기, 내러티브, 이슈를 다루기 시작해야 한다. 더 많은 지역의 이야기와 이를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

공동제작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담당 부서는 두 팀이 있다. 다큐멘터리 팀(영화 및 미니시리즈) & 언스크립트 팀(다큐멘터리 시리즈, 리얼리티 쇼 등)
  • 언스크립트 팀은 공동 제작을 많이 하지만, 다큐멘터리 팀은 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팀은 제작을 커미션하고 전 지역의 방영권을 최대한 오랜 기간 동안 얻어간다. 전 세계 사용자들이 공동의 경험을 하도록 제공하기 위해서다. 일부 국가의 방영권을 확보하는 건 수급팀에서 하는 일이다.
  • 공동 제작을 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계단: 아내를 죽였다]는 프랑스에서 제작된 미국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프랑스를 제외한 전 지역의 방영권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