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봄동

이미지: KBS

두 달 넘게 전 세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계는 사상 최악의 침체기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 방청객 없이 녹화·방영이 가능한 TV 업계는 제작진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촬영을 중단한 몇몇 프로그램들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있다. 자고 나면 매일 감염자가 몇 명씩 늘어나는 초유의 불안 속에서도 시청자들에게 ‘소확행’을 안겨준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들을 다시 한번 만나보자.

박보검 –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2020년 3월 20일 방송)


박보검은 올해 초 가수 이승철의 신곡 ‘내가 많이 사랑해요’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바 있다. 두 스타의 인연은 지난달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게스트로 동반 출연하며 더욱 화제가 됐다. 특히 박보검은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로 이승철의 열창을 빛내 주었고, 이승철의 “서쪽하늘”, 토이의 “좋은 사람”까지 함께 부르며 준수한 가창력까지 뽐냈다. 한편 인터뷰에서는 “데뷔 전 싱어송라이터를 꿈꿨으나 실력이 부족했다”라며 고백하면서도, 유희열이 이끄는 안테나뮤직의 아티스트 샘 김과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가수 박보검’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작년 말 공개한 크리스마스 음원을 통해 만능 엔터테이너의 자질을 증명한 박보검. 그의 진정한 데뷔 앨범이 언제 세상에 나올지는 불투명하지만, 만약 발매된다면 ‘보검 매직’에 열광하는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강다니엘 – SBS 런닝맨 (2020년 3월 22일 방송)


긴 휴식 끝에 지난 3월 24일 첫 미니 앨범 “CYAN”을 내놓은 강다니엘 역시 컴백에 앞서 예능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강다니엘의 [런닝맨] 출연은 2017년 11월 영화 [범죄도시]를 패러디한 ‘범죄자의 도시’ 편 이후 약 3년 만이었다. 오프닝에서 그는 타이틀곡 “2U”의 안무를 멋지게 선보이며 출연진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가래떡 게임 도중 불현듯 양세찬의 엉터리 이름 풀이를 떠올리고 폭소하는 등, 특유의 순진한 매력으로 웃음 명장면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SBS MTV [더 쇼],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등 주요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휩쓸며 대활약 중인 강다니엘. 그의 예능 외출이 이후에도 좀 더 잦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옹성우 – SBS 집사부일체 (2020년 3월 22일, 3월 29일 방송)


최근 TV에 등장한 예능 게스트 중 차기 고정 출연자 후보로 가장 각광받은 이는 옹성우일 것이다. 옹성우가 일일 제자로 출연하기 직전, [집사부일체]는 오랜 고정 멤버 중 이상윤과 육성재가 연기 활동 및 군 입대를 위해 하차하면서 큰 전환점에 이른 상황이었다. 새 멤버를 물색하는 동시에 사실상 시청률 하락을 막기 위한 섭외였으니 옹성우 입장에선 충분히 부담스러웠을 법하다. 그럼에도 옹성우는 “편하게 대해주세요”란 말로 선배들에게 적극 다가가는 등 일일 막내답게 분위기를 크게 띄웠다. 이어 사부로 등장한 ‘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 명인의 굿거리장단에 맞춰 이국적인 비보잉을 펼치며 사부의 만족스러운 미소를 끌어냈다. 게다가 상모놀이를 배우는 과정에서 상모를 돌리는 요령을 빠르게 깨닫고 고난도 묘기까지 성공, 이승기가 “격주 월·화 시간 괜찮냐”라며 고정 출연을 제안할 만큼 새로운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많은 네티즌들도 “집사부일체 멤버들과 잘 어울린다”, “대체 못하는 게 뭐냐? 사기캐다”, “고정으로 찰떡이다” 등 댓글을 남기며 그의 정식 영입에 대한 희망을 간절히 드러냈다. 향후 최종 결정은 제작진의 몫이지만 여론이 이토록 호의적인 만큼 옹성우의 신분 상승(?)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윤은혜 – MBC 라디오스타 (2020년 3월 25일 방송)


2018년 말 방영된 MBN 수목드라마 [설렘주의보] 이후 안방극장을 떠난 윤은혜. 그가 최근 [라디오스타]를 통해 예능에 복귀한 것도 tvN [대화가 필요한 개냥] 이후 무려 3년 만이었다. 오랜만의 예능 나들이인 만큼 처음엔 긴장한 티도 꽤 났다. 하지만 “소녀 장사 이미지 버리고 보살로 전향하는 거냐”라는 김구라의 말을(앞서 윤은혜는 “상대방의 성격을 눈치로 미리 알 수 있다”라며 대화를 시작했다) “보살이라뇨 (저는) 기독교인데!”로 받아치는 그의 입담은 여전히 천하장사 급이었다. 혹독한 스케줄과 건강 문제로 힘들었던 베이비복스 시절, 배우 데뷔 후 주연작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로코퀸’으로 군림하면서도 떨치지 못했던 부담감 등 그가 밝힌 솔직한 심정은 한동안 멀어졌던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 충분했다. 팬들이 윤은혜에게 제일 기대하고 있을 드라마 복귀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소식도 전해진 바 없지만, [라디오스타] 출연이 그의 다음 행보에 물꼬를 틔워 줄 것임은 분명하다.

안보현 – MBC 나 혼자 산다 (2020년 3월 27일, 4월 3일 방송)


배우 안보현은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소름 끼치면서도 유약한 내면을 가진 악역 장근원을 완벽하게 연기, ‘코리안 조커’, ‘낭만 쓰레기’란 별명을 얻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나 혼자 산다]에 첫 출연, 17년 차 자취인의 숙련된 살림 솜씨와 전직 복서다운 근육질 몸매를 뽐냈다. 그런가 하면 엑소 멤버 세훈과 낭만적인(?) 캠핑을 즐기고, 동료 배우 박서준과 통화하며 출연진에게 설렘을 선사하는 등, 지인들과의 깊은 우정으로 2주 연속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의 숨겨진 다정함에 반한 네티즌들은 “누가 안보현을 멜로드라마 남주로 섭외해 달라”, “가만히 있어도 설레게 하는 사람”, “내 광대야 내려와”라며 환호를 보냈다. 예능으로 진짜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준 안보현이 [이태원 클라쓰] 이후 어떤 작품으로 연기 변신을 해낼지 기대해 보자.

에디터 봄동: 책, 영화, TV, 음악 속 환상에 푹 빠져 사는 몽상가. 생각을 표현할 때 말보다는 글이 편한 내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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