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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전에 봤던 메디컬 드라마와 다르다. 손에 땀이 나는 수술 장면도 없고 병원 내 권력을 잡기 위한 암투도 없다. 매 화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환자들이 등장하지만, 노골적으로 눈물을 호소하는 장면도 드물다. 메디컬 드라마치고 심심한 편이지만, 공감 가는 진솔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연출한 신원호 PD의 작품으로, 의대 99학번 동기 5명이 율제병원에서 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원호 PD의 드라마는 평범한 이야기에서 인물들을 찬찬히 담아내 섬세한 감정으로 풀어내며, 사건보다 사람을 중요시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마찬가지다. 익준, 준완, 정원, 석형, 송화 의대 5인방을 보편적이면서도 개성 넘치게 그려내 극에 빠져들게 한다. 설정도 돋보인다. 대부분 메디컬 드라마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모두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같은 병원을 배경으로도 인물들이 근무하는 분야에 따라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와 재미가 끊이지 않는다.

공과 사를 나누어 캐릭터를 깊이 있게 표현한 점도 좋다. 주인공 모두 병원 내에서 알아주는 실력을 가진 의사다. 거기에 표현방법은 달라도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따뜻함도 있다. 허나 다섯 명이 모이면 먹을 거 하나에 다투고, 허당끼 가득한 모습도 많이 보여줘 웃음도 전한다. 윤리, 기술적으로 높은 책임감이 요구되는 의사 직업을 그리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해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과거와 현재를 대비해 이야기를 잘 이끌어왔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공의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학창 시절 에피소드를 곳곳에 배치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맛깔스러운 양념을 더한다. 특히 유명 노래를 테마로 삼아 5인방이 밴드 활동을 함께 했던 옛 추억과 현재 감정을 접목해 깔끔하게 한 회를 마무리하는 점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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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드라마틱한 전개보다 소소한 에피소드를 깊이 있게 다룬다. 덕분에 의사와 환자가 만나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4화에서 장기 이식을 준비 중인 익준이 10분만 기다리자고 하고, 5화에서 석형이가 아이가 태어나면 입을 막아달라고 한다. 의중을 파악하기 힘든 이런 모습이 환자와 환자 가족을 생각하는 사려 깊은 뜻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뜨거운 울림을 전한다. 의사로서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는 동시에 사람으로서 느끼는 연민을 잘 조화해 그려낸 장면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가장 빛나는 부분이 이런 점이다. 자극적인 이야기나 과도한 연출 없이도, 드라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다른 드라마처럼 연속성이 강하지는 않다. 다음 화에서 주인공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5인방들은 환자들에게는 좋은 의사, 서로에게는 좋은 친구로 잘 지낼 것이다. 그럼에도 다음 화가 기다려지는 건 의사와 병원이라는 특수한 설정을 뺀다면 5인방이 전하는 이야기가 지금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도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이 얼마나 즐겁고 소중한지 깨닫게 되면서 말이다. 애청자로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전하는 이런 공감대가 12화까지 잘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