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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봄동

이미지: BBC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장의 전례 없는 부진 속에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덩달아 국내 케이블 채널에서 자주 보기 힘든 해외 구작들이 ‘집콕’을 즐기고픈 이용자들로부터 관심을 얻고 있는데, 그중 2009년 말에서 2015년 초에 방영된 BBC 인기 시트콤 [미란다(Miranda)]를 소개하려 한다. 배우들의 끈끈한 케미, 냉소적이면서도 허를 찌르는 영국식 유머, 자연스러운 슬랩스틱 코미디가 적절히 배합되어 여전히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왓챠플레이에서 시즌1~3를 서비스 중이다.

어쩐지 남 같지 않은 미란다의 웃픈 일상


[미란다]는 [스파이], [엠마] 등의 영화에서 수다스러운 신 스틸러를 연기하며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영국 코미디언 겸 배우 미란다 하트의 대표작이다. 주인공 미란다는 주연 및 단독 각본을 맡은 미란다 하트의 특징을 반영한 자전적 캐릭터다. 껑충한 키에 소위 ‘여성성’과는 거리가 먼 외모 때문에 남자로 오해받기 일쑤고, 여러 사람 앞에서 쉽게 긴장하는 성격 탓에 실수만 연발한다. 주인공의 성격 등 일부 차이점은 있지만, 고단한 인생을 갖은 노력으로 살아 낸다는 점에서 tvN 장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처럼 많은 여성 시청자에게서 공감과 응원을 끌어낸다.

미란다는 매 에피소드의 오프닝을 포함해 수시로 카메라를 마주 보며 시청자를 극중 캐릭터 대하듯 한다. 곤란한 상황에서 화면으로 얼굴을 돌리며 “도와주세요!”라고 속삭이고, 반가운 일이 생겨도 화면을 응시한 채 소리 없이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미란다의 다채로운 표정은 ‘제4의 벽’을 깨고 관객에게 농담을 던지는 데드풀을 연상시킨다. 앞서 언급한 [막돼먹은 영애씨]는 다큐멘터리처럼 외부인의 시선으로 이영애와 주변인들의 삶에 접근하는 반면, [미란다]는 미란다 본인이 일대다수로 근황을 들려주고 심정을 토로하며 시청자를 화면 안으로 불러들인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이 같은 구도를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흔하고 친근한 이웃으로서 다가간다.

서로를 보듬고 성장하는 미란다와 친구들


혼자만의 삶에 익숙한 미란다는 사랑하는 사람도 찾고 번번한 사회생활을 해보려고 수차례 도전하지만 모든 일은 어렵기만 하다. 정통 드라마 속 인물이었다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 한없이 무기력해질 법 하나, 미란다는 자신을 합리화하고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따스하고 성숙한 방식으로 ‘자기다움’을 이어 간다. 시트콤 주인공들이 으레 발휘하는 엉뚱한 기지가 미란다의 유쾌하고 선한 마음씨와 결합해 자극적인 막장 요소 없이도 극이 힘차게 흘러가도록 돕는다.

또 다른 원동력은 평범한 듯 시끄러운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조연들이다. 절친 겸 동업자 스티비는 가게 운영을 자기만 한다고 불평하면서도 헤더 스몰(* 영국의 소울 가수)을 모창하며 웃음을 주고, 미란다와는 정반대로 우아하고 사교적인 어머니 페니는 딸의 결혼과 더 나은 직업을 일생의 목표로 삼고 시시콜콜 잔소리를 퍼붓는다. 기숙학교 동창 틸리는 친절하고 명랑하지만 언행이 어딘지 얄밉고, 평생의 썸남이자 이웃 레스토랑 셰프인 게리는 미란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애를 태운다. 이들은 때때로 미란다의 화를 돋우고 상처를 주기도 하나, 기본적으로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하는,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뻔한 듯 Fun한 러브라인, 미란다의 선택은?


[미란다] 방영 당시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미란다와 게리가 커플이 되느냐 마느냐였다. 밀당을 거듭하며 발전하던 둘의 관계는 시즌 2에서 게리가 모종의 사건으로 미란다를 크게 실망시키면서 중대 국면에 접어든다. 게다가 시즌 3 1화에서 처음 등장한 방송국 기자 마이크가 미란다의 새 연인으로 급부상하면서 게리는 위기감을 느낀다. 미란다와 게리는 겉으로는 친구 관계를 유지하며 각자 다른 이와 연애를 즐기나 서로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접지 못하고, 시청자들마저 둘이 언제쯤 제대로 맺어질지 안달복달하게 된다.

결국 [미란다]는 두 남자로부터 동시에 프러포즈를 받은 미란다의 행복한 고민을 비추며 2013년 초 막을 내렸다. 다소 성급하지만 묘하게 ‘누구와 결혼하든 미란다는 항상 행복할 거야!’라고 안심하게 되는 열린 결말이다. 과연 미란다는 게리와 마이크 중 누굴 택했는지, 정말로 결혼에 골인했는지는 시즌 3 종영 후 2014년 크리스마스, 2015년 새해 첫날 각각 방송된 2편의 스페셜 에피소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BBC

지난 1월 1일, BBC는 출연진이 다시 뭉친 신년 특집 쇼 [Miranda: My Such Fun Celebration]을 방영하며 [미란다] 첫방 10주년을 화려하게 자축했다. 그리움이 깊은 팬들은 최근까지도 유튜브의 관련 영상마다 댓글을 달며 미란다의 컴백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미란다 하트는 스페셜 에피소드 제작 소식을 알리며 “시즌 4를 집필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고, 새 시즌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지금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거부할 수 없는 [미란다]의 매력은 끊임없이 애청자들을 양산하며 오래도록 전해질 것이다.

에디터 봄동: 책, 영화, TV, 음악 속 환상에 푹 빠져 사는 몽상가. 생각을 표현할 때 말보다는 글이 편한 내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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