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장르는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사람들은 주요 인물들이 이끄는 대로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결말의 호기심을 억누른 채 저마다 동기가 있는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무너뜨리려 애쓰며 의문을 추적한다. 특히 살인이나 실종 같은 극적인 사건은 거부하기 힘든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며 어두운 비밀이 얽힌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모든 진실이 어떻게 폭로될지 기다리며, 새로운 미스터리를 뒤적거리고 있다면, 아래의 리스트를 참조하자.

고스포드 파크(Gosford Park, 2001)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고스포드 파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에 등장할 법한 웅장한 대저택에서 벌어진 살인 미스터리를 통해 귀족 사회에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낸다. 영화의 대부분은 계급 구분이 엄격한 저택에 모여든 귀족들과 하인들 사이에 얽힌 비밀과 욕망을 따라가는 데 할애한다. 136분의 긴 러닝타임의 절반이 지나서야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파티를 주체한 맥코들 경이 살해된 채 발견되지만,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피어나는 모호함이 살인 미스터리의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명석한 추리 쇼는 없어도 이기적인 인간군상을 치밀하게 조율하는 연출과 각본, 노련한 연기가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한다.

8명의 여인들(8 Women, 2002)

이미지: 무비즈엔터테인먼트

폭설로 외부와 고립된 저택에서 집안의 유일한 남자인 집주인 마르셀이 살해된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8명의 여인들]은 뮤지컬, 코미디, 미스터리, 멜로를 능청스럽게 넘나들며, 저마다 수상한 동기를 쥔 8명의 여인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까뜨린느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엠마누엘 베아르, 화니 아르당, 루디빈 사니에, 다니엘 다리유 등 프랑스의 유명 여성 배우들이 우스꽝스럽고도 수다스러운 실내극을 휘어잡으며 어두운 욕망과 충동이 뒤얽힌 죽음으로 이끈다.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2019)

이미지: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대저택에서 자신의 생일에 살해된 베스트셀러 작가와 하나같이 미심쩍은 가족들. [나이브스 아웃]은 설정만으로 갈수록 스크린에서 보기 힘든 후더닛 무비의 매력을 갖춘 작품 같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라이언 존슨 감독은 관객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겹겹이 쌓인 미스터리에 관습을 비튼 설정을 더하고, 현대적인 풍경을 담아내 추리극과 풍자극의 즐거움을 동시에 전한다.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 아나 드 아르마스, 제이미 리 커티스, 토니 콜레트, 마이클 섀넌 등 대규모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님에도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호화로운 캐스팅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현재 탐정 브누아 블랑을 중심으로 한 속편을 준비 중이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 2017)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지금도 영화와 드라마에 영감을 주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이 케네스 브래너에 의해 다시 만들어졌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탄생시킨 세계적인 명탐정 에르큘 포와르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지닌 13명의 용의자를 상대로 폭설로 고립된 초호화 열차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 및 주연(포와르)을 맡고 페넬로페 크루즈, 주디 덴치, 미셸 파이퍼, 데이지 리들리, 윌렘 데포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미 결말을 알고 봐도 미궁에 빠진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에르큘 포와르의 활약은 계속될 예정이다. 갤 가돗, 아미 해머, 아네트 베닝이 출연한 [나일강의 죽음]이 올 하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단,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정이 변동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이덴티티(Identity, 2003)

이미지: 콜럼비아트라이스타

거친 폭풍우로 길이 막히자 낡은 모텔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불안과 초조함이 흐르는 가운데 잇따라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아이덴티티]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영감을 받아 슬래셔 무비 스타일의 밀실 미스터리를 선보인다. 여기에 폭풍우가 쏟아진 문제의 그날 이후에 대한 호기심을 이끄는 서브플롯을 교차해 흥미로운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식스 센스], [유주얼 서스펙트]와 함께 대표적인 반전 결말 영화로 꼽힐 만큼 허를 찌르는 엔딩이 인상 깊다.

서치(Searching, 2018)

이미지: 소니 픽쳐스

데이빗은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긴 딸과 연락이 닿지 않자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마고의 흔적을 SNS에 남겨진 단서를 통해 추적하기로 한다. 영화의 대부분이 OS 운영체제와 모바일, CCTV 등으로 구성된 [서치]는 형식뿐 아니라 내용도 새롭고 신선하다. SNS에서 모은 증거들을 꼼꼼하게 살피며 실마리를 찾아가는 데이빗은 명탐정 뺨치고, 퍼즐 조각처럼 웹상에 흩어진 단서들은 현실의 물리적인 증거 못지않다. 영화는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안착하지만, 한 개인의 삶을 인터넷에서 모은 정보를 종합해 유추할 수 있다는 사실에 괜히 서늘해진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A Simple Favor, 2018)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그린나래미디어㈜

모든 게 완벽했던 여성이 아들을 봐달라는 부탁을 남긴 채 감쪽 같이 사라진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버릴 수밖에 없던 절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벨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에밀리가 사라지기 전에 가장 가깝게 지냈던 스테파니가 의문을 품고 친구의 흔적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경쾌한 코미디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에밀리를 둘러싼 의혹을 긴장감 있게 펼쳐 보이며 미스터리의 묘미도 놓치지 않는다. 안나 켄드릭과 블레이크 라이블리, 두 배우의 장점을 듬뿍 담아낸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예측불허 스토리에 끝까지 집중하게 한다.

언더 더 실버 레이크(Under the Silver Lake, 2018)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언더 더 실버 레이크]의 LA는 세바스찬과 미아가 사랑에 빠졌던 꿈의 도시 LA와 달리 음모론적 수수께끼로 즐비하다. 이웃집을 훔쳐보는 게 일상인 무기력한 청년 백수 샘은 호감을 가졌던 이웃집 여인 사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한다. 한순간도 맨 정신일 때가 없는 샘의 머릿속처럼 사라를 찾는 여정은 구불구불 모호하게 흐르지만, 희미하게 흩뿌려진 단서를 찾아 LA 곳곳을 누비며 어두운 세계의 비밀로 다가서는 샘의 모험은 기묘한 매력이 가득하다.

누구나 아는 비밀(Everybody Knows, 2018)

이미지: 오드 AUD, ㈜티캐스트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로 북적이는 결혼식. 동생을 축하하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라우라에게 비극이 벌어진다. 한밤중에 딸이 사라지고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온 것. [누구나 아는 비밀]은 실종 미스터리에 집중하기보다 오랫동안 모두가 숨겨온 과거의 비밀에 다가서며 가족조차 믿을 수 없는 관계의 민낯을 드러낸다. 먼지 쌓인 비밀과 거짓말, 이기심이 만들어낸 불편한 진실이 마지막까지 무겁게 짓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