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보다 넷플릭스가 편해진 요즘. 매주 쏟아지는 넷플릭스 신작 중에서 어떤 작품부터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에디터들의 후기를 참고하자.

윌러비 가족(The Willoughbys) –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이란 무엇인가’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아이를 싫어하고 그들밖에 모르는 부모 밑에서 자란 네 아이가 한 보모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가족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잘 살려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으나, 마냥 밝지 않은 분위기에서 냉소적으로 부모와 가족에 관해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관심 없는 부모가 자식을 많이 낳고, 의식주조차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고 방치하며 석탄 창고에 아이를 가둬두기 일쑤인 모습을 통해 아동학대를 정확히 지적한다. 네 아이는 보모와 아기 루스, 사탕 공장의 주인 멜라노프를 만나면서, 가족이란 오로지 혈연으로 이루어진 관계만이 아니라 서로를 아끼며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가족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꼭 시청해보기를 추천한다.

익스트랙션(Extraction) – 액션을 보고 환호성을 지른 게 얼마만인지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 납치된 마약왕의 아들을 구하는 용병에게 벌어진 위기를 그린 액션 영화. 납치된 아이를 구하는 어른이라는 설정은 [맨 온 파이어], [아저씨]에서 익숙히 봐왔지만 [익스트랙션]은 더 치열하고 강렬하게 보여준다. “아이를 구하는 것보다 탈출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설정답게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펼쳐져 극적인 긴장감을 더한다.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가 뱃살을 빼고(?) 근육질 용병으로 나와 눈길을 끈다. [익스트랙션]은 그야말로 액션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크리스 햄스워스의 액션은 멋짐을 넘어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이다. 거기에 원 테이크로 이뤄진 근접 사격 전투와 카 체이싱 장면은 반복 재생해서 보고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몰임감을 선사하고,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임무로 부딪히는 마지막 교전은 비장미까지 감돈다. 밀도 높은 액션이 가득한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다소 느슨한 점이 아쉽지만, 그저 그런 양산형 넷플릭스 영화에 지친 팬들에게 모처럼 반가운 작품이 될 듯하다.

브레슬라우의 처형(The Plagues of Breslau) – 이것은 ‘세븐’인가, ‘쏘우’인가?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시장 한복판에서 소가죽 안에 꿰매어진 시체가 발견된다. ‘타락한 자’라 낙인이 찍힌 시체는 옛 처형 방식을 따른 듯했고, 더 많은 살인이 벌어질 거라 직감한 형사와 프로파일러는 범인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브레슬라우의 처형]은 설정부터 데이비드 핀처의 [세븐]을 연상케 한다. 영화 초중반까지는 기대에 부응했다.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피해자들의 연결 고리를 찾는 과정은 흥미롭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그러나 뻔한 전개로 꽤나 이른 시점부터 반전이 쉽게 예측 가능해져 후반 전개가 늘어지고, ‘범죄 스릴러’가 아닌 ‘슬래셔 영화’ 뺨치는 잔인한 묘사가 많은 게 아쉽다. 직접적인 묘사 없이도 살인범의 끔찍한 성향을 나타낼 방법이 많은데, 굳이 이렇게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범죄 스릴러나 슬래셔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나름 볼만한 작품이겠으나, 평소 이 취향이 아니라면 [브레슬라우의 처형]은 훌륭한 식욕 억제제가 될 것이다.

러브101(Love 101) – 찬란한 그때를 소환하는 터키판 ‘응답하라 1998’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1998년 이스탄불, 문제아로 낙인찍힌 고등학생들이 유일하게 자신들을 옹호한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지 않도록 비밀 큐피드가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사랑받거나 이해받지 못한 아이들의 방황, 이들 간의 우정, 10대 시절을 지배하는 열정적인 사랑까지 모두 담은 하이틴 드라마로,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무난하게 재미있다. 학교를 들었다 놨다 할 만큼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이들 사이의 케미도 볼만하고, 으시으크와 시난, 에다와 케렘 사이의 로맨스는 예쁘고 귀엽다. 추억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그 시절 음악과 이스탄불의 다양한 먹거리도 흥미롭다(다들 너무 잘 먹어서 심야에 보면 괴롭다). 다만 현재의 으시으크가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현재를 과거에 비해 모호하게 그린 점은 아쉽다. 다음 시즌을 위한 ‘떡밥’이겠지만, 과거와 현재의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 말고는 단서가 없어서 답답하다.

공각기동대: 에스에이씨_2045(Ghost in the Shell SAC_2045) – 쿠사나기 소령이 언제부터 미소녀였나요?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현정: ★★☆ 넷플릭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는 전 세계의 유능한 인재와 다양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중 유난히 힘을 쓰지 못하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지만 호평보다는 실망스러운 반응이 많다. [공각기동대: 에스에이씨_2045]도 안타까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할 것 같다. 12부작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전쟁이 계속되는 2045년을 배경으로 미국에서 용병으로 활동하는 쿠사나기 소령과 팀원들이 다시 공안 9과로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 오시이 마모루의 원작보다 서사의 깊이는 얕고, 소령과 팀원들의 활약상에 가까워 가볍게 볼만한 킬링 타임에 적당하다. 문제는 작화다. 풀 3D CG는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대체로 비디오 게임을 옮겨놓은 것처럼 어색하며, 특히 인물들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럽고 표정 변화도 한정적이다. 무엇보다 쿠사나기 소령을 미소녀 캐릭터로 만들어서 난감하기 짝이 없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또 다른 여성 캐릭터도 소령과 별반 차이 없는 스타일이라 여성을 대상화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