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넷플릭스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장기간 극장이 폐쇄되는 전무후무한 상황에서 치러져, 이전과 같은 규칙을 적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오스카 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과학아카데미의 이사회는 오늘 회의를 통해 출품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등 일련의 규정 변경 내용을 발표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스트리밍 서비스 및 VOD 공개 영화는 극장 의무 상영 없이도 출품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내린 한시적인 결정이지만, 바꿔 말하면 올해는 넷플릭스와 다른 스튜디오가 이전보다 비슷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칸 영화제가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토론토 영화제가 온라인/오프라인 행사를 모두 고려하는 상황이라, 영화 마케팅과 PR 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판에서 시상식 레이스를 치러야 한다. 넷플릭스가 [로마], [아이리시맨] 등으로 아카데미의 문을 거세게 두드렸지만 정작 작품상을 받는 데는 실패했는데, 내년 시상식에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늘 발표된 아카데미상 관련 변경, 신설, 폐지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스트리밍 서비스/VOD 공개 작품 출품 자격 부여

스트리밍 서비스나 VOD로 최초 공개된 영화는 극장 의무 상영 기간을 채우지 않아도 출품 자격이 부여된다. 다만 최초 공개 후 60일 이내 아카데미 회원을 위한 전용 스트리밍 사이트에 작품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요건 완화에 해당되는 작품은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상영을 포기한 작품에 한한다. 또한 자격 요건 확대는 극장 상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적용된다.

상영 요건 지역 확대

오스카 상에 출품될 영화는 당해연도 내에 LA 카운티 내 극장에서 7일간 유료 상영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폐쇄된 극장이 문을 열면 상영관 부킹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카데미는 내년 시상식을 위해서 기존 LA 카운티 지역 극장 외에 뉴욕,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시카고, 마이애미, 애틀랜타 등 미국 대도심 내 극장에서 상영하면 출품 자격을 얻을 수 있게끔 완화했다.

영화제 상영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영화제는 유료 또는 비밀번호로 접속 가능한 환경에서 영화를 온라인으로 공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오스카상 출품 자격 획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음향상 통합

기존에 음향 편집, 음향 믹싱으로 따로 수여했던 것을 음향상으로 통합한다. 상 또한 에디터와 믹서 모두에게 부여하며, 수상 자격은 사운드 믹서 1명, 선임 사운드 에디터 2명, 재녹음 믹서 3명까지 가능하다.

음악상 기준

음악상 수상 대상인 영화 스코어는 오리지널 음악이 60% 이상이어야 수상 자격을 획득한다. 만약 영화가 속편이나 프랜차이즈 영화인 경우 오리지널 음악 비율은 80%로 상향된다.

국제영화상 사전투표

국제영화상은 지금까지는 자원한 회원들로 구성한 ‘국제영화상 위원회’가 후보를 추리는 사전 투표에 참여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아카데미 회원 전체가 사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국제영화상 위원회 회원들은 위원회가 규정한 최소 감상 시간을 채워야 투표할 수 있다.

기타

지금까지는 아카데미 회원 중 영화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의 코멘트를 마케팅에 쓰는 걸 금지해 왔다. 이 규정은 올해로 철폐된다.

심사용 DVD는 환경 보호와 자원 낭비를 위해 올해까지만 발송된다. 내년부터 아카데미 회원들은 회원 전용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영화를 시청하고 심사한다. 스크리닝 룸 등은 계속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