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한국 드라마가 휩쓰는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차트에 꾸준히 순위권을 지키고 있는 해외 시리즈가 있다. 바로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조폐국에 이어 국립은행 지하에 보관된 금을 노린다는 대담한 전략, 계획을 지휘하는 교수와 도시 이름을 딴 멤버들의 양가적인 매력, 하이스트 장르와 멜로드라마의 강력한 결합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부가영상 [종이의 집: 신드롬이 된 드라마]를 보면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최근 공개된 파트 4가 아슬아슬하게 끝나버려 다음 이야기를 더 궁금하게 하는데, 어서 빨리 후속 시즌이 나오길 바라며, [종이의 집]처럼 하이스트 장르 영화를 소개한다.

오션스 일레븐(Ocean’s Eleven, 2001)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하이스트 장르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이후 여러 범죄 영화에 영향을 미치고, 속편과 스핀오프가 이어진 스티븐 소더버그의 [오션스 일레븐] 일 것이다. 가석방으로 출소한 대니 오션이 옛 동료와 각 분야별 범죄 전문가를 끌어들여 현금이 가장 많이 몰리는 권투 시합날에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세 곳을 강탈한다는 이야기를 쿨하고 세련된 기법으로 담아내 평단과 흥행 모두 성공했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앤디 가르시아, 줄리아 로버츠 등 지금 봐도 호화로운 캐스팅도 압권이다. (넷플릭스/왓챠플레이 서비스)

베이비 드라이버(Baby Driver, 2017)

이미지: 소니 픽쳐스

귀신같은 운전 실력을 가진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가 사랑하는 여자 데보라와 새 삶을 꿈꾸며 마지막 한 탕에 나선다는 이야기. 범죄물에 흔한 내용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색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다소 뻔하디 뻔한 이야기에 각 시퀀스마다 어울리는 음악을 배치하고 리드미컬하고 과감한 연출로 아드레날린이 마구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보는 순간 절로 흥이 들썩이는 오프닝부터 흐뭇한 미소가 배어 나오는 엔딩 시퀀스까지 112분 동안 음악과 액션, 낭만에 한껏 취하게 된다. (왓챠플레이 서비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Now You See Me, 2013)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화려한 마술이 완전 범죄로 탄생했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은 무명의 길거리 마술사였던 네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포 호스맨’이라는 팀으로 거듭나 마술과 범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벌이는 대담한 강도 행각을 그린다. 마술보다 초능력에 가깝게 보이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검은돈’을 빼앗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로빈 후드와 같은 활약은 보기만 해도 짜릿하고 통쾌하며, 그들을 추적하는 FBI와의 이야기도 적당한 반전과 함께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수갑 체인지, 독심술, 공중 부양, 불꽃 카드 액션, 대형 물탱크 탈출 등 추억의 마술쇼를 보는 재미는 덤이다. 흥행 성공에 힘입어 전편 배우들이 일부 교체된 속편이 나왔으며, 현재 세 번째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왓챠플레이 서비스)

블링 링(The Bling Ring, 2013)

이미지: 찬란

“명품을 원했고, 예쁘게 보이길 원했다.” 10대들의 방황과 일탈이 대담한 범죄로 이어졌다. [블링 링]은 2008년부터 약 1여 년간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의 집에 무단 침입해 300만 달러가 넘는 현금과 명품을 훔친 10대들의 실화에 착안한 작품이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연출을 맡아 범행에 가담했던 10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명품, 스타, SNS 등이 만들어낸 허상에 집착하는 미국 문화의 현실을 풍자한다. 범죄의 특성답게 화려한 명품 패션이 볼거리다. (왓챠플레이 서비스)

아메리칸 애니멀스(American Animals, 2018)

이미지: The Orchard MoviePass Ventures

[블링 링]처럼 충동적인 범죄 실화를 옮겼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디서나 볼 법한 평범한 대학생들. 딱히 특별할 것도 없이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네 명의 친구들은 무모한 치기가 발동해 대학 도서관에 보관된 진귀한 고서를 훔치기로 한다. [아메리칸 애니멀스]는 이들의 무모하고 허황된 범죄가 시작부터 삐걱거리며 실패에 이르는 과정을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를 더해 기존의 하이스트 무비와 차별화를 꾀한다. 에반 피터스, 배리 케오간, 블레이크 제너, 자레드 에이브러햄슨이 이 말도 안 되는 실화의 주인공으로 나서 한 편의 우스꽝스러운 소동극 같은 이야기로 안내한다.

인사이드 맨(Inside Man, 2006)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하이스트 무비하면 시각적으로 화려한 볼거리가 기대되지만, 스파이크 리 감독의 [인사이드 맨]은 심리 스릴러를 보는 듯한 치밀한 호흡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이야기는 월 스트리트에 있는 은행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강도에 의해 점령당하면서 시작된다. [종이의 집]처럼 범인과 인질을 구분을 없앤 전략으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징계 위기에 처한 형사가 현장에 투입되고, 여기에 은행주의 은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변호사가 개입하면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팽팽한 대결을 펼친다. 기존 하이스트 장르의 문법을 비껴가는 전개와 클라이브 오웬, 덴젤 워싱턴, 조디 포스터 등 배우들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타운(The Town, 2010)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벤 애플렉이 연출, 각본, 주연을 맡은 [타운]은 인질과 사랑에 빠진 은행 강도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패를 모르는 은행 강도단의 리더 더그는 인질로 사로잡혔던 클레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새 삶을 꿈꾸지만, 과거의 그림자는 그를 놓아주려 하지 않고, FBI의 수사망은 점차 좁혀온다. 인질과 사랑에 빠지는 범죄자라는 설정은 새롭지 않지만,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를 연상케 하는 도심 액션 장면과 범죄가 대물림되는 보스턴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넷플릭스 서비스)

허리케인 하이스트(The Hurricane Heist, 2017)

이미지: (주)NEW

[허리케인 하이스트]는 제목처럼 강력한 허리케인이 급습한 텅 빈 도시에 미 연방 재무부 금고를 노리는 범죄 조직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다. 최악의 허리케인이 상륙했다는 설정에 걸맞게 재난 영화의 볼거리와 액션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달리 말하면, 시각적인 쾌감 외에 이야기는 단순하고 범죄조직과의 대결 구도는 긴장감이 약하다. [트리플 X], [분노의 질주]의 롭 코헨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나 올드한 연출로 많은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데는 실패했다. (넷플릭스/왓챠플레이 서비스)

식스티 세컨즈(Gone in Sixty Seconds, 2000)

이미지: 브에나비스타코리아

[식스티 세컨즈]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함께 자동차 액션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당시 [더 록], [페이스 오프] 등을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하던 니콜라스 케이지가 60초면 모든 종류의 자동차를 훔칠 수 있는 범죄 전문가 멤피스로 출연해 안젤리나 졸리, 지오바니 리비시 등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자동차 전문 도둑이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평범한 삶을 살던 멤피스가 동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제한된 시간에 수십대의 각기 다른 스포츠카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시원시원한 카체이싱 액션과 함께 담아냈다.

인셉션(Inception, 2010)

이미지: (주)디스테이션

[인셉션]은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친다는 독특한 설정과 정교하게 짜 놓은 미로 같은 연출, 환상적인 시각효과로 관객을 홀린다. 이야기는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해 생각을 추출하는 꿈의 침입자 코브가 라이벌 기업의 후계자에 생각을 주입해달라는 사이토의 제안을 받고 새롭게 팀을 꾸리면서 시작된다. 모든 가능성이 무한하게 펼쳐지는 무의식의 세계를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담아낸 비주얼은 1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놀랍기만 하며, 멈출 듯 말 듯 돌아가는 팽이를 비추는 마지막 장면은 여전히 해석이 분분하다. (넷플릭스/왓챠플레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