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보다 넷플릭스가 편해진 요즘. 매주 쏟아지는 넷플릭스 신작 중에서 어떤 작품부터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에디터들의 후기를 참고하자.

반쪽의 이야기(The Half of It) –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은은하게 비추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동급생의 과제를 대신해주는 것으로 용돈을 벌던 엘리가 폴의 러브레터를 대필해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하이틴 로맨스. 아시안 여성 청소년의 시선으로 담아내어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 똑똑하지만 사람들과 가까이하기를 꺼리는 엘리는 마음씨 착하고 이타적인 폴과 가까워지면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뜻밖의 우정을 나눈다. 폴의 러브레터를 대필하면서 엘리는 애스터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애스터 역시 점차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깨닫는다.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형태는 하나뿐이 아니고 상대를 바꾸려는 게 아니라 상대를 위해 노력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자극적인 장면 없이 차분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데, 어느샌가 세 사람에게 점점 빠져드는 착하고 아름다운 하이틴 영화다.

오, 할리우드(Hollywood) – 이게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제2차 세계대전 후 할리우드에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메가 프로듀서 ‘라이언 머피’와 넷플릭스의 두 번째 작품으로 할리우드 황금기의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면에서 소수자인 캐릭터들은 성공을 위해 꿈을 포기하거나, 평생 동안 거짓 인생을 살거나, 차별과 목숨의 위협을 감내했다. 이들의 삶은 노골적으로 차별을 일삼은 1940년대뿐 아니라 교묘한 시스템적 차별에 맞서야 하는 21세기의 할리우드와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이들이 영화를 만들고, 공개하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과정이 순진하다고 느낄 만큼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도 기쁜 마음으로 즐기게 된다. 모든 게 상상의 산물이며 언젠가 깨어나야 할 꿈인 걸 알면서도.

올 데이 앤 어 나이트(All Day and a Night) –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했던 소년이 마주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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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영준: ★★★ 화목한 저녁을 보내는 가정집에 한 남자가 숨어 들어간다. 두 발의 총성 이후 그의 앞엔 부부가 싸늘한 주검이 된 채 쓰러져있고, 열 살 된 아이는 공포에 질려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사내는 방아쇠를 당긴 걸까? [올 데이 앤 어 나이트]는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오클랜드에서 자란 흑인 소년 자코르의 성장 과정을 통해 그가 두 사람을 살해한 범죄자로 전락한 이유를 되짚는 작품이다. ‘빈민가 출신의 성장담’은 후드 무비(hood movie) 장르라 불리며 흑인 영화계에서 자주 다룬 소재다. 익숙한 이야기로 독창적이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블랙 팬서]의 각본가 조 로버트 콜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이 지나치게 ‘복사, 붙여 넣기’한 느낌이라 다소 아쉽게 다가온다. [문라이트] 애쉬튼 샌더스와 제프리 라이트, 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의 빛나는 퍼포먼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올 데이 앤 어 나이트]는 볼 가치가 충분하나, 뻔한 이야기에 피로감을 느낀다면 다른 작품을 찾아보자.

어둠 속으로(Into the Night) – ‘레인’의 어른들 버전 같은 디스토피아 재난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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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현정: ★★★ 태양이 지구 상의 모든 생명을 파괴한다는 독특한 설정에 비행기 납치를 더한 흥미로운 재난 스릴러. 치명적인 재난 상황에서 나토 소속 장교에게 납치당한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들의 갈등 섞인 사투를 긴박하게 담아내는데, 생존 욕구와 양심, 죄책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다양한 부류의 현실적인 인물 구성이 눈에 띈다. [부산행]의 김의성이 생각날 만큼 이기적으로 자신의 생존에 매달리는 특정 인물 때문에 뒷목을 잡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이야기 진행이 빠르고 적당히 미끼를 뿌리는 긴장감 있는 전개로 순식간에 몰아보는 매력이 있다. 인물 간의 갈등을 어느 정도 봉합하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결말 또한 [어둠 속으로]의 매력이다.

희생자게임(The Victims’ Game) – 용의자 아빠의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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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홍선: ★★★ 아스파거 증후군이 있는 감식관 팡이런이 살인사건 현장에서 딸의 지문을 발견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들의 수사가 범죄 드라마의 흔한 이야기라면, [희생자 게임]은 경찰이지만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혼자서 진실을 찾는 엇나간 부성애를 비중 있게 다룬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쉽게 넘어갈 작은 증거까지도 주인공이 감식관이기에 과학적인 방법으로 디테일하게 밝혀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극중 다루는 사건도 독특한데, 범인은 피해자의 마지막 소망을 들어주고 난 뒤 그들을 살해한다. 피해자가 죽음을 택하면서까지 이루고자 하는 소망에 절박한 감정이 맺혀있어 마음을 건드린다. 특히 3화에서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로 여겼던 이들의 죽음에 놀라운 비밀이 밝혀져, 범인 찾기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도 드러낸다. 다만 감식의 매력을 보여주던 초반 아이디어에 비해 이야기가 흐를수록 흔한 수사드라마로 전락하고, 이야기 대부분 피해자들 중심으로 그려져 주인공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