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몇 달째 지속되면서 관객들로 북적이던 극장가가 한산해졌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극장의 경우 장기간 폐쇄를 결정해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블록버스터의 개봉일 연기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고, 그도 아니면 [트롤: 월드 투어]처럼 극장 대신 VOD로 직행하는 영화도 생겨났다. 제작 현장도 멈춰 서면서 스타 배우들은 그 어느 때보다 온라인에서 팬들과 가깝게 만나며, 보수적인 아카데미 시상식은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문턱을 낮춘 새로운 규정을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 동안 넷플릭스나 아마존, 훌루,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푹 빠졌고, 빅 스크린과 스몰 스크린의 경계가 무색해진 만큼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마블, DC 히어로 영화로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배우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크리스 에반스 – 제이컵을 위하여(Defending Jacob)

이미지: Apple TV+

작년 하반기 [나이브스 아웃]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전혀 다른 능글맞은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던 크리스 에반스. 최근 그는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가 짙은 미스터리 드라마로 컴백했다. 작가 윌리엄 랜데이의 동명 소설을 옮긴 8부작 미니시리즈 [제이콥을 위하여]로, 잔혹하게 살해당한 소년의 죽음에 자신의 아들이 용의자로 몰리면서 가족 해체의 위기를 맞는 지방검사 앤디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그린다. [나이브스 아웃]에서 조카로 등장했던 제이든 마텔이 무죄를 주장하는 아들 제이컵을, [다운튼 애비]의 미쉘 도커리가 점차 자신의 가족을 의심하는 엄마 로리를 연기한다.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의 작가 마크 봄백이 각본을 쓰고, [이미테이션 게임], [패신저스]의 모튼 틸덤 감독이 연출을 맡아 평단과 시청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제이슨 모모아 – 씨(See)

이미지: Apple TV+

[아쿠아맨]의 제이슨 모모아는 작년 11월 애플 TV+ 론칭 당시 선보인 디스토피아 시리즈 [씨]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키 블라인더스]의 스티븐 나이트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작품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인류의 대부분이 전멸하고 시력을 잃은 소수의 생존자만이 살아남은 먼 미래에 앞을 볼 수 있는 쌍둥이 남매가 태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이슨 모모아는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부족장 바바 보스로 등장한다. 두 번째 시즌은 확정됐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공개 시기는 미정이다.

마크 러팔로 – 아이 노 디스 머치 이즈 트루(I Know This Much Is True)

이미지: HBO

5월 10일 첫 방송을 앞둔 HBO의 신작 [아이 노 디스 머치 이즈 트루]에서 마크 러팔로는 대조적인 성향의 일란성 쌍둥이라는 1인 2역 연기에 도전한다. [블루 발렌타인]을 연출한 데릭 시엔프랜스가 윌리 램의 동명 소설을 각색해 고단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를 형 도미닉의 시선을 통해 담아낸다.

케이트 블란쳇 – 미세스 아메리카(Mrs. America)

이미지: Hulu

최근 공개된 시리즈 중에서 평론가들의 절대적인 호의를 받는 작품 중 하나는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미세스 아메리카]다. 1970년대 남녀 구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수정헌법을 비준하려는 진보 진영의 여성과 이를 반대하는 보수적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케이트 블란쳇은 당시 법안을 막기 위해 활동했던 미국의 대표적인 반여성 운동가 필리스 슐래플리를 연기한다. 이외에도 사라 폴슨, 로즈 번, 엘리자베스 뱅크스, 우조 아두바 등이 출연해 호화로운 캐스팅을 자랑한다.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자자한 만큼 시상식 후보에 오르지 않을까 기대된다.

니콜라스 홀트 – 더 그레이트(The Great)

이미지: Hulu

[퍼스트 클래스]부터 [다크 피닉스]까지 ‘엑스맨’ 시리즈에서 비스트로 활약한 니콜라스 홀트. 크고 작은 작품을 꾸준히 이어가는 그는 곧 있으면 엘르 패닝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시대극 [더 그레이트]를 선보인다. [스킨스] 이후 오랜만에 TV 시리즈로 모습을 드러낸 것(2018년에 공개된 ‘워터십 다운’은 애니메이션으로 목소리 출연). 엘르 패닝 또한 드라마는 오랜만이다. 두 사람을 모처럼 스몰 스크린으로 불러낸 [더 그레이트]는 표트르 3세의 황위를 찬탈하고 황제가 된 예카테리나 2세의 젊은 시절을 풍자적인 시대극으로 담아낸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쓴 토니 맥나마라가 각본 및 제작에 참여했으며, 5월 15일 훌루에서 전편 공개된다.

안소니 마키 – 얼터드 카본(Altered Carbon) 시즌 2

[팔콘 앤 윈터 솔져]에서 2대 캡틴 아메리카로 돌아올 안소니 마키는 지난 2월 공개된 [얼터드 카본] 시즌 2에서 타케시 코바치의 새로운 육체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얼터드 카본] 시즌 2는 새로운 육체와 함께 다시 현실로 돌아온 타케시 코바치가 사라진 연인 퀠을 찾는 여정을 그려내 전보다 더 분명해진 서사로 호평을 받았다. 안소니 마키의 스트리밍 서비스행은 [얼터드 카본]이 처음이 아니다. 넷플릭스 영화 [IO]와 [포인트 블랭크] 및 시리즈 [블랙 미러], 그리고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배급한 [시버그]에 출연했다.

헨리 카빌 – 위쳐(The Witcher)

헨리 카빌은 다시 슈퍼맨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요원해 보이지만, [더 위쳐]를 통해 새로운 흥행 작품의 주인공이 됐다. 게임으로 유명한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동명 소설을 옮긴 [위쳐]는 냉혹한 괴물 사냥꾼 게롤트와 특별한 능력을 가진 공주 시리, 마법사 예니퍼가 거대한 재앙과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년 12월 20일에 공개됐음에도 2019년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작품 리스트에 오를 만큼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두 번째 시즌의 공개 시기는 미정이나, 넷플릭스가 배급권을 획득한 영화 [에놀라 홈즈]에서 헨리 카빌을 볼 수 있다. [기묘한 이야기]의 스타 밀리 바비 브라운이 주인공 에놀라 홈즈로 출연하며, 헨리 카빌은 그의 오빠 셜록 홈즈를 연기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어떻게 다른 셜록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라이언 레이놀즈 – 6 언더그라운드(6 Underground)

[데드풀]의 성공 이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라이언 레이놀즈. 그는 작년 12월에 마이클 베이와 손을 잡은 넷플릭스 영화 [6 언더그라운드]를 공개했다. 억만장자의 주도로 과거의 기억을 지운 자경단이 부패한 권력자를 처단하기 위해 위험한 작전을 벌이는 이야기로, 시작부터 마이클 베이의 작품답게 스피드와 화력으로 무장한 액션이 쏟아진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6 언더그라운드] 이후에도 넷플릭스를 통해 차기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액션 코미디 [레드 노티스]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예술품 도둑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웨인 존슨이 인터폴 요원, 갤 가돗이 예술품 도둑, 라이언 레이놀즈는 사기꾼 역을 맡았으며, 공개 시기는 미정이다.

크리스 헴스워스 – 익스트랙션(Extraction)

이미지: 넷플릭스

[토르], [어벤져스] 시리즈 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크리스 헴스워스가 모처럼 함박 웃었다. 안소니-조 루소 형제가 제작한 영화 [익스트랙션]이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4주 만에 시청자 수 9000만을 기록하며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이다. 원빈의 [아저씨], 덴젤 워싱턴의 [맨 온 파이어]를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이야기지만, 무술 감독 출신의 샘 하그레이브가 연출을 맡아 실감 나는 액션을 선보여 신작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시켰다. 고무적인 반응에 힘입어 현재 속편 개발 단계에 들어갔다.

채드윅 보스만 – 다 5 블러즈(Da 5 Bloods)

이미지: 넷플릭스

최근 몰라보게 야윈 모습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던 채드윅 보스만은 오는 6월 12일에 스파이크 리 감독과 함께한 신작 [다 5 블러즈]를 선보인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베트남전 참전용사 네 명이 분대장의 유골과 매장된 보물을 찾으러 베트남으로 돌아가 비인간적인 전쟁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채드윅 보스만 외에 장 르노, 폴 월터 하우저(리차드 쥬얼), 델로이 린도(굿 파이트) 등이 출연하며, 내년 아카데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