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넷플릭스

눈을 의심했다. 청소년 성범죄라는 민감한 이슈를 다룬 국내 드라마가, 그것도 전국민을 분노케 한 성범죄 사건이 얼마 전에 있었던 이 시국에 등장하다니. “뭐 이런 드라마가 다 있어”라며 욕이라도 한 바가지 할까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정신을 차리니 10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바로 넷플릭스 [인간수업]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수업]은 학교에선 모범생이지만, 밖에선 청소년 성매매 중개로 돈을 벌던 고등학생이 같은 반 친구에게 발각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다. 민감한 소재를 다룬 ‘하이틴 드라마’라는 점에서 [루머의 루머의 루머]나 [빌어먹을 세상 따위], [엘리트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정작 10대가 보지 못하는 ‘청불 드라마’인 것도 닮았다. 결정적으로 [인간수업]은 위 작품들처럼 몰입감이 엄청나다. 국내외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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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장점은 캐릭터 서사다. 작중 인물들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밖에 없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지수의 어머니는 신원을 파악할 수 없고 아버지는 도박 빚을 지고 있어 생계를 책임질 상황이 아니다. 그토록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한데, 학생 신분으론 대학 졸업까지 필요한 금액을 벌어들일 길이 없어 결국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댄 것이다. 그렇게 모은 돈을 아버지가 비트코인에 탕진해 다시 불법 성매매 알선에 뛰어들게 된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규리는 집안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심지어 인기도 많다. 겉보기엔 이런 일에 가담할 필요가 없을 듯하지만, 감정적인 교감도 없이 원치 않는 삶을 강요하는 부모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해 지수와의 동업을 결심한다. 지수의 오랜 동업자 왕철이나 성매매에 뛰어든 민희도 나름의 사연을 부여받으면서 일차원적이지 않은 캐릭터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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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인간수업]이 이들에게 공감하거나 감정을 이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두 번째 장점이다. 어떤 사연이 있건 간에 등장인물들, 특히 지수와 규리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범죄자다. 두 사람은 모든 걸 되돌릴 기회가 있었음에도 ‘어쩔 수 없다’라며 자기합리화를 하거나 욕심에 눈이 먼 대가로 본인들이 꿈꿨던 평범한 삶으로 향하는 틀린 답에 목숨을 건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지수와 규리가 저지른 범죄에 사회와 가정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하기 힘들다. 치열한 입시의 목적이 안정적인 직장이고 이를 성취하는 게 평범한 삶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나 사랑을 빙자한 부모의 지나친 구속 등은 드라마나 현실이나 10-20대들을 압박하고, 이들이 반발심에 엇나가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인간수업]은 이러한 외적인 요인보다 인간의 선택에 초점을 맞춘다. 제아무리 기구한 사연이 있다 한들 범죄가 정당화될 순 없으며, 잘못된 선택의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냉혹하고 씁쓸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시청자들이 ‘아무리 그래도 너네 선택은 잘못된 거야’라고 말할 수 있도록 시청자와 캐릭터를 철저히 분리한 것은 제작진의 영리한 판단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하다. 우선 초반부 에피소드(1&2화)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전혀 예상치 못한 소재도 소재였지만, ‘10대 말투’랍시고 인물들이 내뱉는 과장된 대사와 욕설이 어색했고(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전체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 강하다. 시작이 무엇보다 중요한 드라마에 초반 몰입도가 부족하다는 건 치명적인 약점인데, 이후 에피소드들의 엄청난 몰입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인물들의 동기에 설득력이 부족한 점도 아쉽다. 동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목숨을 걸고 일을 포기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동기라 하기에는 망설여진다. 시리즈 내내 상당한 긴장감과 빠른 전개를 자랑한 작품임에도, ‘애초에 왜?’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던 건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 성범죄’라는 소재 자체도 충분히 거부감을 일으킬 만해서 진입장벽도 다소 높은 편이다.

[인간수업]은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 작품이다. 이 작품이 다룬 자극적이면서도 무거운 주제는 공중파나 케이블에선 선뜻 다루기 힘드니 말이다. 국내에서 이런 소재로 이 정도의 퀄리티를 갖춘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증명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으니, 궁금하다면 도전해보시라. 주말 하루가 통째로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