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분야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관객이 사라진 극장가는 텅 비었으며,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행을 택했고, 일정을 연기했던 [침입자]와 [결백]은 새 개봉일을 확정했지만 다시 코로나19가 확산 조짐이 보이면서 또 한 번 일정을 미뤄야만 했다. 게다가 영화인들과 팬들의 축제나 마찬가지인 칸영화제는 올해 개최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침체의 늪에 빠져있을 수는 없다. 조심스럽지만 여름 개봉을 알리는 신작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다시 극장가가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현재까지 개봉한다고 알려진 영화가 다시금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기를 바란다.

반도 – ‘부산행’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미지: (주)NEW

지난 2월, 가장 먼저 개봉을 알린 [반도]는 [부산행]의 4년 후 이야기를 다룬다. 연상호 감독이 계속해서 연출을 맡고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이 새 이야기의 주요 인물로 출연한다.

[부산행]이 달리는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존 사투로 아찔한 긴장을 선사했다면, [반도]는 폐허가 된 광활한 도심을 무대로 전보다 더 스케일이 커지고 속도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줄 예정이다. 1차 예고편에서 수백 명의 좀비가 뒤엉킨 채 갇힌 폐쇄된 지하철 역사, 거대 선박이 방치된 항구와 녹슨 차들만 남아있는 스산한 거리 등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황폐해진 반도의 모습이 드러나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반도]는 4년 만에 ‘반도’로 돌아온 정석(강동원)이 민정(이정현)과 함께 들개가 된 생존자 무리를 만나 소리와 빛에 더 민감해진 좀비들과 인간성을 상실한 야만적인 무리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웅 – 뮤지컬의 감동이 스크린에도 이어질까?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해운대],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의 신작 [영웅]은 지난 3월 26일 안중근 의사 서거 110주년을 맞아 여름 개봉을 알렸다.

[영웅]은 2009년부터 초연을 시작한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그린다.

오리지널 캐스트 정성화가 뮤지컬에 이어 영화에서도 안중근 역을 맡아 의연하면서도 결의에 찬 연기를 펼치며,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등이 가세해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뮤지컬 파트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뮤지컬과 역사가 만난 영화라는 점에서 [영웅]이 담아낼 음악과 이야기가 기대된다.

승리호 – 한국에서도 스페이스 오페라가 가능할까?

이미지: ㈜메리크리스마스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과 송중기가 다시 만난 [승리호]는 [영웅]과 마찬가지로 척박한 한국 장르 영화에 도전장을 내민다. [승리호]의 무기는 바로 우주 SF. 송중기뿐 아니라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이 2092년 우주로 향하는 영화에 참여했다.

[승리호]는 2092년 미래에 돈 되는 쓰레기를 찾아 다른 청소선들과 경쟁하며 우주를 누비는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공개된 런칭 예고편은 탁 트인 우주, 지구 위를 유영하고 있는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위성 궤도’의 모습을 비추며 진일보한 기술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선한 소재를 앞세운 [승리호]는 배우들의 색다른 변신도 인상적이다.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송중기는 조종사 역을 맡아 극을 이끌고, 김태리(선장)와 진선규(기관사)는 각각 위풍당당한 모습과 파격적인 비주얼로 눈길을 끌며, 유해진은 로봇 역을 맡아 한국영화 최초로 모션 캡처 연기에 도전했다.

#살아있다 – 신선한 설정으로 차별화는 꾀하는 K-좀비물?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6월 말 개봉을 확정한 영화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스몰 비즈니스 레볼루션: 메인 스트리트]를 연출한 작가 겸 감독 맷 네일러의 원작 시나리오(#ALONE)를 바탕으로 미국영화연구소 출신의 조일형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유아인과 박신혜가 세상과 단절된 채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날뛰는 아파트에 고립된 생존자 준우와 유빈 역을 맡아 기존과 다른 색다른 모습으로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전할 예정이다.

테넷 – 셧다운 이후 첫 번째 텐트 폴 영화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안전을 위해 축소 운영되는 한국과 달리 북미 극장가는 아예 문을 닫았다. 극장이 장기간 폐쇄되는 초유의 상황에서 다시 극장문을 열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사람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다. 그의 신작 [테넷]은 대다수의 영화가 개봉일을 연기한 것과 달리 현재까지도 7월 개봉을 고수하고 있다. (*데드라인에 의하면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전 세계 극장의 최소 80%가 문을 열어야 [테넷]의 개봉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어 어떤 영화일지 궁금한 가운데, [테넷]이 침체의 늪에 빠진 극장가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 북미를 넘어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테넷]이 예정일대로 개봉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얼어붙은 심리를 뚫지 못할 경우 그 여파는 영화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로버트 패틴슨이 GQ와 진행한 인터뷰를 봤을 때, [테넷]은 짐작대로 국제적인 규모의 첩보물로 보이지만, 그밖의 사항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패틴슨은 자신의 캐릭터가 시간여행자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개봉일까지 북미 극장가 상황이 호전되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기를 바란다.

뮬란 – 디즈니 실사 영화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뮬란]은 당초 3월 개봉을 목표로 프리미어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결국 개봉 연기를 발표했다. 변경된 날짜는 [테넷]이 개봉하고 일주일 지난 7월 24일.

22년 만에 실사영화로 재탄생한 [뮬란]은 용감하고 지혜로운 뮬란이 가족을 위해 여자임을 숨기고 적들로부터 전투에 참여해 역경과 고난에 맞서 위대한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원작의 뮤지컬 형식은 차용하지 않았지만, 프리미어 이후 전투 장면과 프로덕션 디자인, 니키 카로 감독의 연출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다만, [테넷]처럼 2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들인 [뮬란]이 무사히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다. 지난해 디즈니는 실사 영화 [알라딘]과 [라이온 킹]으로 성공을 거뒀으나 [뮬란]도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주연을 맡은 유역비가 홍콩 시위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을 옹호하는 입장을 표명해 개봉 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고,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 팬들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더 우먼 1984 – 전편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테넷]이 일정에 차질 없이 개봉하고 흥행 전선에 문제가 없다면, 올해 6월 5일에서 8월 14일로 일정을 조정한 [원더 우먼 1984]도 개봉할 수 있을 것이다.

워너의 2020년 두 번째 DC 영화 [원더 우먼 1984]는 페드로 파스칼의 맥스웰 로드와 크리스틴 위그의 치타/미네르바가 빌런으로 나올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편에서 죽음을 맞았던 크리스 파인의 스티브 트레버도 다시 등장한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부활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올초 마고 로비 주연의 [버즈 오브 프레이]가 엇갈린 반응을 얻으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는데, [원더 우먼 1984]는 전편 못지않은 흥행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