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목요일(28일),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전 세계 팬들과 [로건]을 함께 관람하는 ‘와치 파티(watch party)’가 열렸다. 맨골드 감독은 행사 중 실시간으로 SNS에 [로건]의 미공개 콘셉트 아트와 현장 사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는데, 이를 알아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로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해본다.

1.로건의 머리와 수염은 분장이다.

이미지: 제임스 맨골드 트위터(@mang0ld)

제임스 맨골드(이하 JM): 로건과 X-24의 비주얼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특히 X-24 시안 대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휴 잭맨을 삭발시켜보니 상상했던 이미지에 딱 맞아서 이대로 진행했다. 휴 잭맨의 머리와 수염을 밀었기 때문에 극중 로건의 모습은 가발과 수염 분장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2. 오프닝 테마곡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JM: 영화의 오프닝 테마곡은 데이빗 샤이어가 음악 작업을 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컨버세이션]에서 영감을 받았다.

3. [로건]의 악역은 어떻게 찾았을까?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JM: 도널드 피어스 역의 보이드 홀브룩은 [로건]의 각본을 함께 쓴 스콧 프랭크에게 추천받은 배우다.

4. 로건과 찰스, 칼리반의 은신처

이미지: 제임스 맨골드 트위터(@mang0ld)

JM: 초기 설정상 로건과 찰스, 칼리반의 은신처는 켄터키(미국 중부)의 버려진 증류주 공장이었다. 그러나 추격전을 남(南)에서 북(北)으로 진행하기 위해 극중 은신처 위치를 국경 근처로 변경했고, 거기에서 ‘쓰러진 저수탑을 은신처로 사용하자’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5. 소품팀의 센스가 돋보인 장면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JM: 로건이 편의점에서 안경을 사는 장면이 각본에 있었으나 사용하지 않았다. 소품팀 JP 존스가 가격표를 붙이자 제안했고, 이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별도의 촬영 없이도 ‘방금 산 안경’이라는 걸 쉽게 표현할 수 있었다.

6. 감독의 최애 장면은?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JM: 로건과 로라가 모텔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을 명장면 중 하나로 꼽고 싶다. 정말 많은 것이 담긴 장면이다.

7. 패트릭 스튜어트와의 촬영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JM: 패트릭 스튜어트와의 촬영은 모두 루이지애나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은신처 세트가 뉴 멕시코(약 1,550km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동시에 촬영하기에 어려워 촬영 몇 개월 전에 미리 스튜어트와의 작업을 끝내야만 했다.

8. 휴대폰에 담긴 로라의 과거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JM: 회상 장면이나 설명 대신 로라의 과거를 휴대폰 영상으로 남기자는 아이디어는 스콧 프랭크(각본가)의 것이다. 굉장히 영리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저 영상은 Hi8 핸디캠과 아이폰으로 찍었다.

9. 감독이 생각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클리셰는?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JM: 슈퍼 히어로가 인간보다 우위에 선 자들이라는 설정이 클리셰로 느껴졌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인간다운 면모를 강조하고 싶었다. [로건]은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내재된 근본적인 인간성을 탐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0. 로건이 아닌 로라가 X-24를 죽인 이유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JM: 우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로건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X-24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설정했다. 로건은 어두웠던 과거와 끔찍한 ‘웨폰 X 프로젝트’, 암살 병기로 활동하며 남들에게 준 고통을 자신의 손으로 끝내길 원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러한 것들을 ‘현재의 로건’이 아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 때의 로건’이 매듭지을 수 있길 바랐다. 그리고 그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로라라고 생각하기에, 로라가 X-24를 처단하는 방향을 갔다.

11.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JM: [로건]은 다른 블록버스터에 비해 적은 예산(약 9,700만 달러)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특수효과를 대체할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찰스 자비에의 발작에서 시작되는 액션 시퀀스는 카메라맨이 직접 카메라를 흔들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후 영상의 흔들림을 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흔들림은 없어지고, 특유의 뭉툭한 이미지가 남는다.

12. 세월을 함께 한 명배우들의 애드리브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JM: 저녁식사 자리에서 찰스와 로건이 서로를 ‘교장선생님’과 ‘모범적이지 않은 학생’이라 말하는 장면은 전부 각본에는 없는, 철저한 애드리브다. 몇 마디 안 되는 대사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존중하는지 느낄 수 있던 대목이다.

13. 찰스의 슬픈 과거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JM: 찰스가 발작을 일으키는 도중 의도치 않게 동료 엑스맨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노쇠한 두 사람에게 어둡고 깊은 과거의 비극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결국 쓰게 됐는데, 이런 설정을 용인해준 관객과 이십세기폭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14. [로건]은 어쩌다 이런 이야기가 됐을까?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JM: ‘로건이 사는 세상에 『엑스맨』 코믹스가 존재하고, 로건은 만화책이 뮤턴트의 존재를 과대평가한다며 싫어한다면?’이라는 아이디어에서 모든 게 시작됐다. 이는 슈퍼히어로물을 ‘애증’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개인적인 성향과도 일맥상통한다. 장르에 담긴 신화적, 도덕적 가치를 좋아하지만, 종종 ‘신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에서 거부감을 느낄 때도 있다.

나는 관객이 ‘신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단, 노쇠한 신이다. 늙은 신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보며 느끼는 실망감과 피로감을 영화에 담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로건]은 내게 대단히 정치적인 작품이다. 불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소비주의와 판타지에 눈이 먼 이들의 모습을 담았기 때문이다.

15. 원작의 ‘노란 슈트’를 입은 로건을 볼 수 있었을까?

이미지: Marvel Comics

JM: 없다. 애초에 슈트를 만들 생각도 없었다. 내가 아는 한, 휴 잭맨의 울버린/로건은 ‘저는 엑스맨입니다’라고 광고하는 듯한 유니폼을 절대 입지 않는다. 누가 될진 모르지만, 다음 울버린은 입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