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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허술한데, 계속 보고 싶은 매력이 있다. 코믹 첩보 액션을 표방한 [굿캐스팅]은 다소 느슨한 전개에도 기획의도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답답한 일상을 환기하는 유쾌한 웃음을 전한다.

[굿캐스팅]은 현장 근무와 담을 쌓은 여성 요원들이 산업스파이를 잡기 위한 위장 잠입 작전에 차출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하의 죽음을 초래한 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느라 현장에서 밀려난 백찬미, 한때 현장에서 날고 기던 요원이었지만 이제는 온갖 잡무에 시달리는 황미순, 출중한 실력에도 홀로 딸을 키우느라 안전한 내근직을 자처한 임예은. 드라마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사람을 한 팀으로 묶어 작전 중 벌어지는 우여곡절 에피소드를 슬랩스틱 코미디와 호쾌한 액션을 넘나들며 전개한다. 거기에 두근두근 로맨스를 양념처럼 곁들이고, 국정원에서 일하는 세 여성들의 애환을 은연중에 비추며 캐릭터의 매력을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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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캐스팅]의 일등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빈틈 많은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최강희, 김지영, 유인영 세 배우일 것이다. 백찬미 역을 맡은 최강희는 교도소에서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범상치 않은 똘끼 카리스마를 뽐내더니 꽤 비중이 큰 액션을 거의 혼자 전담하며 매회 강도 높은 격투신을 선보인다. 모든 장면을 그 혼자 소화한 건 아니겠지만, 최강희의 액션은 기존 작품에서 여성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았던 영역이기에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뿐인가, 신분을 속인 위장근무에서는 이상엽과 감질 나는 로맨스로 그만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아낌없이 발휘한다.

작품에서 주로 누군가의 가족의 일원으로 등장했던 김지영은 [굿캐스팅]에서 오롯이 그가 맡은 황미순으로 나선다. 여성에게 승진 기회가 좁은 직장에서는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고, 집에서는 끝없는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황미순은 김지영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만나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작전 중 벌어지는 갖은 굴욕적인 상황에서는 온몸을 내던져 웃픈 웃음을 터뜨리고, 게으른 남편을 타박하는 모습에서는 현실에서 볼법한 친근함을 끌어낸다. 황미순의 분량이 더 많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다.

소심한 성격에 자존감은 낮고 걱정거리는 많은 임예은은 유인영이란 배우에게서 보지 못했던 얼굴이다. 유인영은 데뷔 후 처음으로 싱글맘 역할을 맡아 기존의 도도하고 세련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눈물 많고 마음 약한 모습으로 짠 내 나는 웃음을 전한다. 현장 초보 요원인 임예은은 완성형 캐릭터인 백찬미, 황미순과 달리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함께 전하는데, 그래서 더욱 유인영의 새로운 도전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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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조합은 성전복의 쾌감으로 이어진다. 남성 캐릭터의 전유물 같았던 산업스파이의 세계에 여성 요원들이 입성해 우왕좌왕 혼선을 빚으면서도 실력을 발휘하고, 작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그저 고분고분하게 상관의 지시를 따르는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 작전에 강한 애착을 가진 백찬미는 실질적인 팀장 역할을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훼방을 놓는 정인기 국장과 대립각을 쌓아가며 긴장감을 주도한다. 드라마의 윤활유 같은 로맨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찬미는 작전 중 재회한 첫사랑 윤석호에게 신분을 숨긴 채 상대를 은근히 쥐락펴락하며 미묘한 관계를 끌고 간다.

다만, 아쉬운 건 주요 서사가 백찬미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세 인물이 함께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것만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황미순과 임예은에게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고, 백찬미가 다혈질 기질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팀워크는 아쉽다. 백찬미의 직감과 액션에 기대는 동안 (즐겁긴 하지만) 황미순은 웃음 캐릭터로 소비되기 일쑤고, 임예은은 답답한 모습으로 일관할 때가 빈번하다. 게다가 후반부 들수록 백찬미-윤석호, 임예은-강우원의 핑크빛 로맨스 비중이 늘면서 안 그래도 헐거운 첩보 작전이 느슨하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굿캐스팅]의 시도는 분명 반갑다. 비록 서사의 치밀함은 부족하고 캐릭터 간의 불균형은 있지만, B급 코믹 액션부터 첩보,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온전히 주도하는 작품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다. 특히 백찬미는 [하이에나]의 정금자처럼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이제 남은 이야기에서 부하들을 기만한 국장에게 통쾌하게 반격하고, 처음부터 떡밥으로 내던진 산업스파이 마이클의 정체가 속 시원하게 밝혀져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