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모험일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때때로 영화 속 주인공들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짜릿한 사건을 경험하는 동안 상대방에게 급속하게 빠져들거나 혹은 시들시들 말라버린 관계를 회복한다. 제각각 다른 사정으로 문제에 휘말린 커플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린 영화 9편을 만나보자.

게임 나이트(Game Night)

이미지: Warner Bros. Pictures

[게임 나이트]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각본가 듀오 존 프란시스 데일리와 조나단 골드스타인이 공동 연출을 맡아 게임 모임이 위험한 현실로 급변하면서 벌어지는 아찔한 소동극을 그린다. 게임하다 눈이 맞아 결혼에 골인한 애니와 맥스, 이 사이좋은 부부는 아이를 가지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맥스는 형 브룩스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어느 날 잘 나가는 형 브룩스가 동생 부부와 게임 모임 친구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해 색다른 게임을 제안하는데, 그순간 복면을 쓴 괴한들이 침입해 브룩스를 납치한다. 처음엔 게임으로 여겼던 애니와 맥스, 친구들은 현실임을 깨닫고 흩어진 단서를 쫓아 추격에 나선다. [게임 나이트]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함께 위기의 상황을 유쾌한 코미디로 돌파한다.

러브버드(The Lovebirds)

이미지: 넷플릭스

[빅 식]의 마이클 쇼월터 감독과 쿠마일 난지아니가 다시 만난 [러브버드]는 살인사건에 휘말린 권태기 커플이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가득했던 지브란과 레일라니는 4년이 지난 지금, 사사건건 부딪히며 가시 돋친 대화를 주고받느라 지칠 대로 지친 관계를 이어간다. 친구의 파티로 향하는 도중에도 날을 세우던 두 사람에게 경찰이라는 낯선 남자가 끼어들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변한다. 어쩌다 보니 순식간에 살인 용의자로 오해받을 난처한 상황에 몰린 것. [러브버드]는 로맨틱 코미디에 살인 미스터리를 양념처럼 추가해 서로에게 지친 커플의 관계 회복 과정에 관심을 둔다. 

아리조나 유괴사건(Raising Arizona)

이미지: 20th Century Fox

코엔 형제 감독의 초창기 작품 [아리조나 유괴사건]은 아이를 갖기 위해 필사적인 커플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좀도둑 하이는 경찰 에드와 결혼하고 새 사람이 되지만, 행복한 신혼생활에 위기가 닥친다.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 게다가 하이가 전과자라는 이유로 입양도 여의치 않다. 실의에 빠진 부부는 부유한 가구상 주인이 다섯 쌍둥이를 출산했다는 뉴스를 보고, 그중 한 아이를 유괴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 순진한 계획은 고액의 현상금을 노린 사람들이 엮이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아리조나 유괴사건]은 코엔 형제 특유의 씁쓸하고 냉소적인 위트를 담아 지루할 새 없이 흘러간다.

브로큰 데이트(Date Night)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스티브 카렐과 티나 페이가 데이트 도중 신분을 오해받아 악당에게 쫓기는 부부로 나선다. 전형적인 중산층 부부인 필과 클레어는 일도 결혼생활도 시들시들하다. 게다가 친구의 이혼 소식까지. 위기감을 느낀 필은 로맨스를 되살리고자 클레어와 맨해튼의 인기 레스토랑으로 향하지만, 무턱대고 찾아온 부부를 위한 자리는 없다. 필은 눈치껏 예약자 명단에서 본 다른 부부의 이름을 사용하는데, 그때부터 황당하고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기묘한 이야기]의 숀 레비 감독의 센스 있는 연출과 스티브 카렐, 티나 페이의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가 어우러져 권태기 부부에게 닥친 아찔한 위기를 유쾌하게 그린다. 깨알 같은 카메오 출연진을 보는 재미는 덤.

머더 미스터리(Murder Mystery)

이미지: 넷플릭스

[머더 미스터리]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 나올 법한 고급 휴양지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사건을 유쾌한 추리 모험극으로 담아낸다. 형사인 척하는 뉴욕 경찰 닉과 범죄소설 마니아 오드리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나선 유럽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대부호의 호화로운 파티에 초대받았다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다. 곤경에 빠진 두 사람은 [러브버드]의 지브란과 레일라니 커플처럼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직접 수사에 뛰어드는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머더 미스터리]는 추리보다는 모험에 방점을 찍고, [마이 프리텐드 와이프] 이후 8년 만에 부부로 호흡을 맞춘 아담 샌들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의 매력에 기대어 흘러간다. 

그로스 포인트 블랭크(Grosse Pointe Blank)

이미지: Buena Vista Pictures

[그로스 포인트 블랭크]는 어두운 반전이 있는 로맨틱 코미디다. 무력감에 빠진 킬러가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10년 만에 고향에 간다는 이야기로, 연극에 빠진 킬러의 이야기를 그린 HBO의 [배리]에 영감을 준 게 분명해 보인다. 영화의 주인공 블랭크는 킬러라는 직업에 환멸을 느끼고 우울감에 휩싸인 인물이다. 블랭크는 비서 마르셀라와 상담 치료사 오트만 박사의 권유로 첫사랑 데비가 있는 고향으로 향하는데, 라이벌 킬러가 끼어들면서 안 그래도 어색한 10년 만의 재회는 핏빛으로 흘러간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유머와 액션, 로맨스, 배우들의 연기가 매혹적으로 어우러진다.

나잇 & 데이(Knight & Day)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로맨틱 코미디도 톰 크루즈를 만나면 긴박감이 넘치는 액션 어드벤처가 된다. [나잇 & 데이]는 평범한 여성 준이 비밀 요원 로이의 작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생의 결혼식에 가는 길인 준은 비행기 옆자리에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남자가 앉았다는 사실에 들뜬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고, 그때부터 낯선 사람들의 추격을 받으며 목숨을 건 질주가 시작된다. 준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는 밀러를 믿어도 될지 혼란스럽다.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가 [바닐라 스카이] 이후 10년 만에 재회해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로맨스 불꽃을 피우는 커플을 매력적으로 선보인다.

트루 라이즈(True Lies)

이미지: 20th Century Fox

프랑스 영화 [토탈 라이즈(La Totale!)]를 리메이크한 [트루 라이즈]는 권태로운 부부가 곤경에 빠진다는 꽤 흔한 소재를 시원시원한 액션과 유쾌한 코미디를 넘나들며 흥미진진하게 담아낸다. 가족들에게 첩보기관의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이중생활을 하는 해리는 부인 헬렌이 다른 남자에게 푹 빠진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해리는 헬렌의 사랑을 확인하고자 짜릿한 이벤트를 계획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난입해 두 사람을 납치한다.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놓인 해리는 그제야 헬렌에게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고, 가족을 볼모로 삼은 테러집단에 함께 맞서기로 한다. 현재 디즈니 플러스의 TV 시리즈로 리부트를 진행 중이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Mr. & Mrs. Smith)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범죄에 휘말리는 순진한 커플이 아닌 평범한 삶을 사는 척 서로를 속이는 전문 킬러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첫눈에 반한 존과 제인은 서로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고 결혼에 골인했지만, 직업을 들키지 않으려는 비밀과 거짓말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은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실망과 애증 섞인 감정만 질척거리게 남았다. 이 위기의 부부는 새로운 임무에서 마침내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그때부터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시작한다. 매력적인 두 배우가 만들어가는 스릴 넘치는 로맨스를 거부하기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