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재난문자가 오는 만큼 아직까지는 코로나19로부터 안심할 수 없지만, 거리는 어느새 활기가 돌고, 조심스럽긴 해도 곳곳에서 일상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잔뜩 움츠러들었지만,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던 건 방역의 최전선에서 헌신했던 의료진들의 노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금도 곳곳에서 힘쓰고 있는 의료진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번 주말 해외 드라마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주인공인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의료진덕분에 #감사합니다 #당신을존경합니다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2005~

이미지: ABC

2005년,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의 외과 인턴이 된 메러디스는 동기 크리스티나, 이지, 알렉스, 조지와 함께 삶과 죽음이 오가고 정신없이 쫓기는 외과 의사의 삶에 뛰어들었다. 분주한 일정에 잠이 부족한 건 기본, 짧은 순간에 누군가의 삶을 결정할 선택의 기로에 놓였고, 의사로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바쁜 와중에도 개인의 삶은 지속됐다. 열심히 일한 만큼 뜨겁게 사랑했고 동료들과 끈끈한 우정을 나눴다. 메러디스와 의사들의 굴곡진 삶을 따라가는 동안 [그레이 아나토미]는 어느새 미국 TV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의학 드라마가 됐다. 메러디스가 처음 발을 내디뎠던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은 우여곡절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레이스 머시 웨스트를 거쳐 그레이 슬론 메모리얼 병원으로 명칭을 바꿨고, 긴 시간을 함께하며 정들었던 인물들은 극적인 순간을 오가는 사이 시청자와 이별했다. 이제 열일곱 번째 이야기로 찾아올 예정이다.

굿 닥터(The Good Doctor) 2017~

이미지: ABC

자폐증과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숀 머피는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의사의 길을 택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고,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의 벽에 부딪힐 때도 있지만, 창의적이고 뛰어난 의학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산호세 세인트 보나벤처 병원에서 꿈을 키워나간다. 세 번째 시즌을 마친 [굿 닥터]는 [하우스]의 데이비드 쇼어와 대니얼 대 김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2013년 방영된 동명의 한국 드라마를 미국의 안방극장에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특히 의사이자 한 개인으로서 어려움을 겪는 인물을 세심하게 묘사한 프레디 하이모어의 연기에 이견이 없는 찬사가 쏟아졌다.

시카고 메드(Chicago Med) 2015~

이미지: NBC

2015년, 소방관과 경찰에 이어 의사들을 내세운 [시카고 메드]가 딕 울프의 시카고 프랜차이즈 세 번째 작품으로 합류했다. 하루에도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시카고의 대형병원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활약과 인간적인 갈등을 담아낸다. [시카고 메드]의 장점은 세계관을 공유하는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먼저 출격한 [시카고 파이어], [시카고 PD]와 허물없이 넘나들며 세계관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대도시 시카고에 친숙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뉴 암스테르담(New Amsterdam) 2018~

이미지: NBC

의학 드라마 속 의사들은 대개 환자를 살리고자 분투하지만, [뉴 암스테르담]의 맥스 굿윈은 좀 다르다. 그에겐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불합리한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더 급선무다. 오랜 역사가 있는 공립병원 뉴 암스테르담의 의료팀장으로 부임한 첫날부터 환자보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낡은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과감하게 움직인다. 관료주의와 제약회사의 횡포 등에 맞서는 맥스는 마치 의료계의 슈퍼히어로를 보는 것 같다. [뉴 암스테르담]은 에릭 맨하이머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미국의 의료 현실을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의사와 의사, 의사와 환자의 소통을 통해 휴먼 드라마의 매력을 전한다.

나이트 쉬프트(The Night Shift) 2014~2017

이미지: NBC

존경받는 직업을 가진 의사도 하얀 가운 뒤로 결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여러 의학 드라마를 보면서 잘 알고 있다. [나이트 쉬프트]의 주인공 TC도 그러하다. 육군 군의관 출신인 그는 실력과 열정은 충분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성격 탓에 때때로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물론 환자를 상대로 사고를 칠 리는 없다. 조금 거친 방식으로 의사로서 사명감을 드러낼 뿐이다. 남들보다 도드라지게 괴팍해 보이는 뒷배경에는 눈앞에서 동생을 잃은 가슴 아픈 기억이 자리한다. [나이트 쉬프트]는 PTSD 증상이 있는 의사 TC를 중심으로 군사시설과 인접해 군인 출신 의사가 많은 샌안토니오 메모리얼 병원의 야간 근무조를 따라간다. 독특한 지리적 배경과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병원의 야간 근무팀이라는 설정에서 매일 밤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코드 블랙(Code Black) 2015~2018

이미지: CBS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응급실에 치료할 환자가 너무 많아 의료진이 부족한 위급 상황인 ‘코드 블랙’은 연평균 5회 정도 발생하지만, LA 앤젤스 메모리얼 병원은 밀려드는 환자들로 숨돌릴 틈 없이 없다. 코드 블랙에 빠지는 횟수가 1년에 무려 300회. 의학 용어에서 제목을 따온 드라마 [코드 블랙]은 강한 카리스마로 응급실을 이끄는 의사 리앤과 든든한 조력자인 수간호사 제시를 중심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환자들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사와 간호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을 거침없이 쏟아지는 대사와 함께 긴박하게 담아내 분주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풍경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콜 더 미드와이프(Call the Midwife) 2012~

이미지: BBC One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사랑 혹은 욕망으로 잉태되고 기쁨과 비극, 괴로움을 수반한 고통 속에서 태어난다. 제니는 편안한 삶을 떠나 조무사의 길을 택하고 런던 동부의 빈민가로 향해 출산을 앞둔 여성들을 위해 일하며 미처 몰랐던 삶에 눈을 뜬다. [콜 더 미드와이프]는 제니퍼 워스의 소설을 토대로,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로 넘어가는 베이비붐 시대에 가난한 산모들을 돕고자 헌신했던 논나토 하우스의 수녀와 조무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즌 9까지 흘러가는 동안 등장인물은 제법 많이 교체됐지만, 극을 끌고 가는 인물이 누가 됐든 간에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는 일관되게 유지한다. 시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삶이 아무리 힘겹고 척박하다 해도 희망과 사랑을 놓지 않는 어머니들의 따뜻한 마음과 용기, 생명이 탄생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더 닉(The Knick) 2014~2015

이미지: Cinemax

한때 영화 연출 은퇴를 선언했던 스티븐 소더버그는 1900년대 배경의 메디컬 드라마를 선보였다. [더 닉]은 현대의학이 태동하던 시기에 뉴욕에 위치한 니커보커 병원을 무대로 기존의 의학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풍경을 담아낸다. 출중한 실력을 가졌으나 서로 다른 벽에 부딪힌 두 의사 존 새커리와 알거논 에드워즈를 중심으로 당시의 의료 현실과 빈부격차, 인종 및 성차별의 시대상을 풍부하게 묘사한다. 존은 의학 기술 개발에 매달리나 코카인과 매춘 중독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알거논은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에도 백인 전용 병원에서 수시로 인종차별에 직면한다. 그뿐 아니라, 알거논을 고용한 코넬리아는 니커보커를 후원하는 선박업계 거물의 딸로 적극적으로 병원 운영에 참여하지만 남성 중심 사회에서 설자리는 좁기만 하다.

하우스(House M.D.) 2004~2012

이미지: FOX

셜록 홈즈에 영향을 받은 그레고리 하우스는 의사보다 탐정에 가까워 보인다. 프린스턴 프레인즈버러 대학병원의 진단 의학과 과장을 맡고 있지만, 직접 환자를 마주하고 진료하는 대신 방대한 의학 지식을 토대로 알 수 없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질병을 추론한다. 완치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병원의 규칙이나 도덕적인 판단은 중요하지 않다. 각종 파격적인 방법을 동원해 증상의 원인을 찾아내느라 툭하면 각종 잡음이 발생한다. [하우스]는 다리의 고통 때문에 진통제를 입에 달고 살며 인정사정없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환자를 진단하는 괴팍한 의사를 내세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