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넷플릭스에 공개된 신작 중에서 어떤 작품부터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에디터들의 후기를 참고하자. (6/4일(목)~6/7일(일) 공개작 中)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The Last Days of American Crime) – 긴 제목만큼 늘어지는 이야기와 재미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 개인의 머릿속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 마지막 한탕을 준비 중인 주인공들의 활약상을 그린다. 범죄를 막기 위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딜레마를 밀도 있게 묘사하고, 중간중간 시원한 액션들이 펼쳐지면서 오락 영화의 본분을 다한다. 크게 한탕을 노리는 케이퍼 무비의 재미를 넘어 각 인물들의 심리를 묵직하게 그려낸 이야기는 묵직하다. 다만 영화가 가진 야심에 비해 느릿하다 못해 답답한 전개는 보는 이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2시간 30분에 가까운 러닝 타임을 채우기엔 에피소드가 너무 부족하고, 동어반복처럼 계속되는 주인공들의 갈등은 보는 이를 지치게 한다. 머릿속에 들어간 통제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소재도 주인공들이 고통받는 모습만 보여줄 뿐 영리하게 활용하지 못한다. 가끔씩 터져주는 액션과 자유 의지를 갈망하는 진중한 메시지는 좋지만, 영화의 지루함을 막을 수 없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 – 참는 자에게 복은 없었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시즌 1 이후로 애증의 시리즈가 되어버린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끝났다. 시즌을 거듭하며 해나 베이커의 존재감이 점차 사라지는 것도 모자라, 하이틴 드라마라는 본분을 잊고 법정 스릴러와 추리물을 오가는 전개를 나름 재미있다며 3년을 버텼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마지막 시즌을 본 소감은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안 봤다’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장점이 없지는 않다.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10대들의 고통을 심리 공포물로 풀어낸 점은 인상적이고, 딜런 미넷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이번 시즌에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결말만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애초에 주인공들에게 정의의 심판이 내려질 거라 기대도 안 했으나, 그동안 가장 개선의 여지를 보인 인물을 이렇게 도구처럼 소모할 줄은 예상도 못 했다. 무슨 의도로 이러한 결말을 택했는지 알고 싶지도 않지만, 하나 확실한 건 결말 하나가 시리즈 전체를 망쳤다는 것이다. 조만간 시즌 1 정주행이나 다시 해야겠다. 

퀴어 아이 삶을 리셋하라(Queer Eye) 시즌 5 – 여전히 날 울리는 멋쟁이 5인방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에디터가 가장 사랑하는 리얼리티 쇼 [퀴어 아이]가 돌아왔다. 활동 지역을 필라델피아로 옮기고 강아지 별로 간 브룰리 대신 월터가 새 반려견이 된 것 말고, 멋쟁이 5인방과 쇼에는 큰 변함이 없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기본으로 돌아갔다. 이번 시즌엔 가족을 돌보는 데 지친 어머니, 불안감에 시달리는 어린 환경운동가, 내성적 성격을 극복하고 싶은 게이 목사, 지역 사회를 돕는 젊은 영웅 등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멋쟁이 5인방은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의뢰인들이 스스로를 아끼고, 관리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코칭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퀴어 아이]의 힐링 파워는 여전하다. 웃게 하고, 울게 하며, 지구 반 바퀴 떨어진 곳의 사람들에게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기다린다면 너무 급한 걸까?

캔 유 히어 미?(Can you hear me?) – 웃음 없는 코미디 드라마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예리: ★★ 가난 속 의지할 가족 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 친구 파비와 아다, 그리고 카로.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아다는 모든 문제를 성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파비는 마약중독자 언니와 남자친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생을 한다. 어릴 적 학대받은 트라우마와 임신으로 카로 역시 점차 말수가 줄어든다. 일반 코미디보다는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고, 20여 분의 짧은 에피소드 10편으로 구성됐다. 세 친구의 우정을 주제로 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회 문제를 한 번에 담으려 하고, 그와는 별개로 철없는 생각과 거친 입담이 오가는 주인공들에게 공감하기가 힘들다.

꽉 막힌 여자: 돈돈돈(Choked) – 이렇게 지루한 행운이라니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현정: ★★☆ 뜻밖의 행운이 굴러들어 왔는데, 왜 신나지 않을까? 주인공 사리타는 제목처럼 사방이 막힌 듯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은행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이 있음에도 무능한 남편 때문에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늘 빚에 허덕인다. [꽉 막힌 여자]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리타가 싱크대 배수구에서 검은돈으로 보이는 현금 뭉치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누락 카시압 감독은 꿈을 포기한 트라우마가 남아있고 부부 관계는 점점 멀어지는 사리타가 돈 앞에서 미묘하게 변화해가는 모습에 관심을 둔다. 하지만 느릿하고 모호한 전개로 인물의 심리에 다가서는 게 힘들고, 급히 서두른 결말은 싱겁기만 하다. 또한 남편과 주변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2016년 화폐 개혁을 감행했던 인도의 현실을 담아내고자 했으나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라스트 블랙 맨 인 샌프란시스코(The Last Black Man in San Francisco) – ‘집’이라는 과거에 얽매인 한 남자의 이야기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샌프란시스코에서 3대째 살아가는 흑인 지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삶의 터전이었던 도시에서 내쫓긴 흑인 빈곤층의 삶을 조명한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진 채 어렵게 살아가는 지미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 몬트 집에 얹혀살면서 어렸을 적에 살던 집을 동경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첫 흑인으로 불렸던 할아버지가 직접 지은 집이라고 굳게 믿으며 자신을 두고 점점 변화해가는 도시에 매달리지만, 결국 진실을 맞닥뜨린 지미는 샌프란시스코를 떠난다. 마치 액자 속 그림을 바라보는 것처럼 수직적, 수평적으로 아름답게 담아낸 영상미가 인상적이다. 절제된 감정선으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점이 불친절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날것 그대로 다가오는 연기와 감정 충만한 음악이 영화의 아쉬운 부분을 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