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BLM)’를 외치는 목소리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유명 인사들과 글로벌 기업은 (일부 고객의 반발을 각오하고) 인종 차별 반대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재단과 기금에 기부하며 운동에 힘을 실었다.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사건 이전에도 사법 집행관들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살해는 정치적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른 게 느껴진다. 침묵이 인종차별에 동조하는 것이란 의견이 대세가 되면서 할리우드는 리액션이 아닌 액션을 요구받고 있다. 당장 “제도적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많은 걸 하지 못했다.”라는 요지의 ‘반성문’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지금의 뜨거운 물결이 할리우드에 만연한 교묘한 인종 차별을 없애는 시작일지는 두고 봐야겠다.

이 시위 이후에 일을 못해도 상관없다 – 존 보예가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몇몇 스타는 뉴욕, LA, 워싱턴 DC 등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직접 참여했다. 제니퍼 로페즈, 제이미 폭스 등이 가족과 함께 시위에 나섰고, 콜 스프로스, 제이미 킹 등은 시위 도중 체포됐다. 존 보예가는 지난 주말 런던에 열린 시위에 참여, 대중 앞에서 열정적으로 연설했다. 그는 자신과 시위에 참여한 흑인 모두에게 “인종 때문에 경험한 아픔”이 있다고 말하며, “오늘은 저들의 목적대로 되게 할 수 없다.”라며 평화 시위를 촉구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말한 것 때문에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X도 상관 안 한다.”라고 외쳤다. 그의 열정적인 말에 할리우드는 화답했다. [스타워즈] 제작사 루카스필름은 보예가를 “영웅”이라 칭하며 경의를 표했고, 조던 필 감독, [블랙 미러] 작가 찰리 브루커 등이 그와 함께 일하고 싶다며 지지를 보냈다.

출처: Hollywood Reporter

내 첫 TV 출연을 끔찍한 지옥으로 만든 건 기억 못 하나 보네? – 사만다 웨어가 레아 미셸에게

이미지: Fox

[글리] 레아 미셸이 BLM 운동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썼다가 과거 행적이 밝혀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글리]에 함께 출연한 사만다 웨어가 미셸이 SNS 글을 인용하며 “내 첫 TV 출연을 끔찍한 지옥으로 만든 건 기억 못 하나 보네?”라고 반응했다. 그에 따르면 미셸은 웨어의 가발을 망쳐놓을 거라는 등의 말로 웨어를 교묘하게 괴롭혔으며, 특별출연 또는 단역배우들을 차별하고 다른 주역 배우들과도 갈등을 빚었다. 웨어의 글이 주목받으면서 미셸은 광고모델 계약을 취소당했다. 그는 “자신은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으며 다른 사람을 피부색으로 차별한 적은 없”지만, 자신의 행동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점을 사과했다. 하지만 앰버 라일리, 헤더 모리스 등 [글리], [스크림 퀸즈],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출신 배우들이 SNS로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거나 경험담에 지지나 동의를 표시하면서, 미셸의 변명은 무위로 돌아갔다.

출처: Variety

아카데미에서 ‘셀마’가 외면 받은 건 셔츠 때문이다 – 데이비드 오옐로워

이미지: 찬란

데이비드 오옐로워의 최근 인터뷰에 따르면, 2015 아카데미상에서 [셀마]가 외면받은 이유는 ‘셔츠’였다. 2014년, 출연진과 아바 두버네이 감독은 뉴욕 시사회에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라고 적힌 셔츠를 입고 참석했다. 그 며칠 전 에릭 가너라는 흑인 남성이 경찰에게 목이 졸려 사망했고, 그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1965년 셀마 행진을 소재로 한 영화인만큼 출연진과 제작진은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공개적으로 지지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아카데미 회원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몇몇은 스튜디오로 직접 연락해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나? 왜 논란을 만드나?”라며 영화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셀마]는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작품상과 주제가상 2개 부문에만 후보 지명을 받았고, 오스카가 백인 잔치가 되었다는 격렬한 비판을 끌어냈다.

출처: EW

폭력을 선동하는 메시지는 용납할 수 없다 – 딕 울프

이미지: Facebook ‘Craig Gore’ (via CNN)

일부 도시에선 시위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약탈과 절도가 벌어졌다. 극소수의 시민은 시위대를 약탈자, 폭도로 규정하며 총으로 재산과 토지를 보호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폭력을 조장하는 메시지의 대가는 크기 마련이다. [스와트], [시카고 P.D.] 등 TV 드라마 작가로 일한 크레이그 고어는 SNS에 총을 든 사진과 “내 재산을 해치려는 XX들을 불태우겠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 메시지를 발견한 동료 작가가 문제를 공개 제기하면서 고어는 일자리를 잃었다. 그는 곧 [로 앤 오더: 성범죄전담반] 스핀오프 시리즈에 합류할 예정이었는데, 시리즈 총제작자인 딕 울프가 “국가적으로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이런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며 해고를 발표했다. 이번 일자리가 없어진 것만 문제가 아니다. 에이전시 또한 고어와의 계약을 파기했기 때문에, 그는 아주 오랫동안 할리우드에서 일하기 어려울 것이다.

출처: Var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