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J.K. Rowling

지난 7일, 『해리포터』 저자 J.K. 롤링은 ‘생물학적 성을 부정하는 건 잘못됐다’는 의견을 SNS에 올렸다가 네티즌에게 뭇매를 맞았다. 여성(women)이라는 표현 대신 ‘월경하는 사람들(people who menstruate)’이라 지칭한 한 칼럼을 비판한 롤링에게 네티즌과 트랜스젠더 단체들은 트랜스젠더와 이분적인 성별 구분을 거부한 이들도 월경을 한다며 그의 발언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며 분노했다.

[해리포터] 출신 배우들도 J.K. 롤링의 발언에 반기를 들었다. 케이티 렁과 버티 길버트를 시작으로 해리 포터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보니 라이트,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에디 레드메인까지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이 원하는 성별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작사 워너브러더스와 해리포터 테마파크를 운영 중인 유니버설 파크 & 리조트에서도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다양성은 자사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랜스젠더는 타인의 선입견과 의구심 없이 스스로 정체성을 정하고, 자신의 삶을 살 권리가 있다.” – 엠마 왓슨

“[해리포터]가 당신에게 사랑과 소속감의 원천이었다면, 그 사랑은 무한하며 무조건적인 것이다. 트랜스젠더 여성도 여성이다. 여러분을 사랑하고 언제나 응원한다” – 보니 라이트

그리고 6월 10일, J.K. 롤링은 장문의 글을 통해 ‘월경하는 사람들’이란 표현에 민감했는지 5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가정폭력과 성폭행의 생존자라는 사실을 이번 글을 통해 처음 고백한 그는 트랜스젠더 여성과 태생적 여성(natal girls and women) 모두의 안전을 바란다고 강조하면서도, “본인을 여성이라 믿는 남성들이 여성용 탈의실과 화장실에 드나드는 건 태생적 여성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라 주장했다. 최근 ‘성전환 수술 없이도 개인 의사에 따라 성별을 변경할 수 있다’라며 성별 구분법을 재규정한 스코틀랜드의 사례가 여성 안전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롤링의 항변에도 많은 이들의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가 이전에도 “트랜스젠더는 타고난 성을 바꾸지 못한다”라는 발언으로 직장에서 해고된 마야 포스테이터를 지지하고, 인종차별 등 각종 논란에 몇 차례 휩싸인 바 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팬 컨벤션 리키콘(LeakyCon)의 멜리사 아넬리는 “차별에 맞선 이들의 이야기를 쓴 저자가 현실에서는 소외된 집단의 정체성을 부정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고, 많은 팬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다.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이번 논란으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미래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견도 심심치 않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 대한 우려가 보다 커진 상황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미래를 이끌어갈 중요한 시리즈인 만큼, 워너브러더스는 마법 동물학자 뉴트 스캐맨더의 여정을 다룬 스핀오프 시리즈 [신비한 동물사전]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렇기에 이전과 달리 J.K. 롤링이 직접 각본을 썼고, 데이비드 예이츠 등의 원년 제작진이 ‘위저딩 월드’ 세계관의 확장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섰다.

그러나 2016년 [신비한 동물사전]이 개봉하기 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극중 중요한 역할을 맡은 조니 뎁이 앰버 허드에게 가정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전 세계 8억 1,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조니 뎁이 속편에도 출연한다는 소식과 더불어 J.K. 롤링을 비롯한 제작진이 조니 뎁의 하차는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은 점점 커져만 갔다. 논란 속에서 개봉한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결국 [해리포터] 시리즈 통틀어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4월에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에즈라 밀러가 한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영상까지 공개됐다. 평소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고 LGBTQ 이슈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던 에즈라 밀러였기에, 팬들이 느낀 충격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앞선 두 논란으로 위태롭던 [해리포터]와 [신비한 동물사전]의 미래에 J.K. 롤링의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은 불난 데 부채질하는 꼴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이미지: Warner Bros.

사실 롤링의 발언은 ‘요즘 같은 세상’에 언제 논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다. 그리고 그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소수자 차별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부정적인 시기에 입을 열기로 결심했다. 이에 따른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으론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해리포터] 시리즈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