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뒤 분노의 목소리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할리우드도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에 힘을 싣기 위해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고전으로 불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극중 인종차별 묘사로 HBO 맥스에서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고, 1989년부터 방영된 경찰관 리얼리티 쇼 [캅스]는 32 시즌만에 캔슬됐다. 그런가 하면, 워너 브러더스는 살인 혐의를 받은 흑인 남성을 변호하는 인권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저스트 머시]를 한 달간 무료로 공개하기로 했다. 인종차별 반대의 목소리가 평화적으로 오래 지속돼 변화를 불러오길 기대하며, 이번 주말에는 흑인 배우들(히스패닉계 배우 포함)이 중심에 나서 이야기를 주도하는 해외 드라마를 소개한다. 모두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작품이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 셀프 메이드: 마담 C. J.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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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와 [셀프 메이드: 마담 C. J. 워커]는 ‘실화’에 영감을 얻은 드라마다. 먼저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는 에바 듀버네이 감독이 연출을 맡아 흑인과 히스패닉계 10대 다섯 명이 성폭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센트럴파크 파이브’ 사건을 다룬다. 당시 뚜렷한 증거가 없음에도 일방적인 수사로 범인으로 몰려 유죄 판결을 받았던 사건이다. 드라마는 무죄 판결을 받고 뉴욕시로부터 보상을 받아내기까지 25년간의 세월을 조명한다. [셀프 메이드: 마담 C. J. 워커]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극복하고 미용사업으로 성공한 마담 C. J. 워커의 일대기를 담아낸다. 옥타비아 스펜서가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고 수많은 흑인 여성에게 롤 모델이 되었던 인물을 연기한다.

블랙 라이트닝 – 루크 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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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트닝]과 [루크 케이지]는 DC와 마블의 ‘흑인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CW의 다섯 번째 히어로 시리즈 [블랙 라이트닝]은 오래전에 히어로를 은퇴하고 교장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제퍼슨이 유일한 안전지대인 학교가 위험에 처하면서 다시 슈트를 꺼내 입고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동안 CW의 애로우버스와 별개로 흘러갔으나 지난겨울 방영된 크로스오버 이벤트 ‘크라이시스 온 인피닛 어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넷플릭스-마블의 [루크 케이지]는 비밀 실험으로 괴력이 생긴 루크 케이지가 누명을 벗고자, 할렘의 평화를 지키고자 악의 무리에 맞서는 활약상을 담아낸다. [제시카 존스], [디펜더스]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파이 퀸 – 블랙 어스 라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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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퀸]과 [블랙 어스 라이징]은 국제적 음모를 파헤치는 ‘아프리카 흑인 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 [스파이 퀸]은 눈앞에서 어머니를 잃은 아픈 기억을 가슴에 묻고 능력 있는 첩보 요원으로 성장한 퀸 소노가 러시아의 조직과 민족주의 반군이 배후에 있는 위험한 음모에 다가서는 이야기다. [블랙 어스 라이징]은 르완다 집단 학살로 부모를 잃고 영국으로 입양돼 성장한 케이트가 당시 학살을 막은 장군이 국제 형사 재판소에 기소되자 의문을 품고 과거의 진실을 밝히려는 모습을 그린다. [스파이 퀸]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를, [블랙 어스 라이징]은 르완다 집단 학살을 배경에 두고, 첩보와 스릴러의 장르적 매력을 담아 두 여성의 활약을 보여준다.

더 겟 다운 – 아틀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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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겟 다운]과 [아틀란타]는 ‘흑인 음악’을 매개로 꿈을 향해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더 겟 다운]은 영화 [물랑 루즈], [위대한 개츠비]의 바즈 루어만 감독이 연출, 각본, 제작에 참여해 힙합씬이 형성되던 1970년대의 사우스 브롱크스를 배경으로 음악이란 꿈을 향해 도전하는 10대들의 이야기를 화려한 영상으로 담아낸다. 상투적인 이야기는 아쉽지만 춤과 음악은 충분히 즐겁다. [아틀란타]는 대학을 자퇴한 언이 페이퍼 보이라는 이름으로 래퍼 활동을 시작한 사촌 알프레드의 매니저를 자처하고, 음악의 꿈을 이루고자 의지를 불태우는 이야기다. 배우이자 래퍼인 도널드 글로버가 역량이 그대로 묻어나 힙합 감성이 충만하며,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적인 시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블랙AF – 턴 업 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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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AF]와 [턴 업 찰리]는 ‘가족 코미디’의 성격을 띤 드라마다. [#블랙AF]는 [블랙키시]의 각본가 케냐 배리스와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의 라시다 존스가 부부로 호흡을 맞춘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시트콤이다. 케냐 배리스가 각본과 제작은 물론 주연을 맡아 과장된 본인을 연기한다. 부유한 흑인 가족의 과시적인 삶에서 흑인의 정체성과 부모의 역할 등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한다. [턴 업 찰리]는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의 유대감을 나누는 어른과 아이의 이야기다. 이모집에 얹혀사는 한물간 VJ 찰리가 재기의 기회를 잡고자 친구의 문제아 딸 개비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여러 우여곡절을 그린다.

얼터드 카본 시즌 2 –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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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장르’ 드라마에서 흑인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한 작품을 만나보자. 먼저 지난 2월에 공개된 [얼터드 카본] 시즌 2는 안소니 마키가 두 번째 타케시 코바치로 등장한다. 새 육체와 함께 다시 현실로 돌아온 타케시가 고향 할란스 월드로 돌아와 잔인한 살인사건을 조사하면서 사라진 연인 퀠의 비밀에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는 [워킹 데드]의 사샤로 친숙한 소네쿠아 마틴 그린이 마이클 버넘 장교로 분해 새로운 생명과 문명을 탐사하는 USS 디스커버리호를 이끈다. 안소니 마키의 타케시 코바치와 소네쿠아 마틴 그린의 마이클 버넘이 발 딛고 있는 미래는 전혀 다르지만, 위험하기도 하고 두려움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매혹적인 공통점을 갖는다.

포즈 – 디 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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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와 [디 에디]는 어려운 여건에도 ‘꿈’을 놓지 않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포즈]는 1980~1990년대 뉴욕의 볼 문화를 주도했던 LGBTQ 커뮤니티 성 소수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각종 차별과 편견, 에이즈의 공포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실제 트랜스젠더 배우들이 출연해 감동적인 여정에 사실적인 몰입감을 더한다. [라라랜드] 데이미언 셰젤 감독의 참여로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디 에디]는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간 재즈 음악가 엘리엇과 밴드 사람들이 절망적인 현실에서 그들의 꿈과 보금자리인 재즈 클럽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포즈]는 당시 볼 문화를 화려하게 재현한 영상이, [디 에디]는 그래미상을 여섯 차례 수상한 글렌 밸러드가 참여한 음악이 인상적이다.

굿키즈 온 더 블록 –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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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키즈 온 더 블록]과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은 10대, 20대 ‘청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굿키즈 온 더 블록]은 로스앤젤레스의 우범지대를 배경으로 고등학생이 된 네 친구의 좌충우돌 일상을 유쾌하게 그린다. 통통 튀는 개성으로 무장한 흑인, 히스패닉계 10대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순식간에 정주행하게 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은 백인 위주의 대학교에서 각종 차별과 편견, 불평등에 맞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려는 흑인 학생들과 백인 학생들의 갈등을 다룬다. 교내 방송 진행자인 샘을 중심으로 각종 사건들이 벌어지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노선을 찾고자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