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드라마는 극과 극을 달렸다. 지난 연말 방송을 시작한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해 [부부의 세계],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태원 클라쓰] 등이 호평을 받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더 킹 : 영원의 군주], [반의반]은 스타 캐스팅을 앞세우고도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신예 배우들을 캐스팅한 [어서와] 경우 지상파 미니시리즈 최초로 0%대 시청률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안기도 했다.
올해 현재까지 선보인 작품 중 에디터들이 꼽은 베스트와 워스트는 어떤 드라마일까? (*선정 기준. 첫 방송 2020. 01. 01~)
에디터 영준’ Pick – 베스트 ‘이태원 클라쓰’ / 워스트 ‘더 킹: 영원의 군주’
[이태원 클라쓰]만한 ‘웹툰 원작’ 작품은 흔치 않다. 사심이 담기긴 했지만, 이 작품의 시청률을 생각하면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들이 제법 있을 듯하다. 배우들의 호연과 원작 작가가 참여한 각본, 누구나 좋아하는 ‘언더독의 반란’ 스토리까지. 하지만 이런 장점을 다 떠나 최애 배우 ‘김다미’만으로도 충분히 내 마음속 No.1 드라마다.
[더 킹: 영원의 군주]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아쉽다. 특유의 연출 스타일과 과도한 PPL,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나 지루한 초반 서사는 매력적인 설정과 김고은과 이민호의 연기력으로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후반부 들어 개선된 점도 많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요샌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도깨비]로 아쉬움을 달래는 중이다.
에디터 혜란’ Pick – 베스트 ‘킹덤 시즌 2’ / 워스트 ‘나 홀로 그대’
좀비 영화나 드라마라면 100미터 밖으로 도망가는 에디터도 [킹덤]은 꾹 참고 본다. 시즌 2는 시즌 1의 스토리가 이어지지만 시즌 1보다 한국 ‘사극’답게 만들어졌다. 충성심, 죄책감, K-장녀의 한, 내가 못 가지면 다 엎어버리겠다는 비뚤어진 욕심까지, 드라마 곳곳에 스민 감정에 어느새 빠져든다. 생사역이 되어서도 간신의 얼굴을 물어뜯는 충정의 아이콘 안현 대감은 꼭 봐주시길.
[나 홀로 그대]는 컨셉도 기발하고, 구현한 방식도 설득력 있다. 인공지능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해 연구한 흔적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워스트로 꼽은 건 드라마에 기대한 ‘말맛’이 없기 때문이다. 격한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서도 캐릭터의 대사는 너무 딱딱하다. 대사가 집중을 방해하니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렵다. 그러니 주인공들이 사랑을 확인하며 키스하는 순간 보는 사람은 당혹스러운 수밖에. 그게 사랑의 속삭임이었다고요?
에디터 원희’ Pick – 베스트/워스트 ‘부부의 세계’
올 상반기 가장 인상 깊게 본 한국 드라마는 [부부의 세계]다. 포스터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드러내더니 첫 화부터 충격적인 반전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드러나는 사실들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지선우는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멋지게 사이다를 선사했다. 여다경, 고예림, 민현서 등 다양하게 활약하는 여성 캐릭터도 인상적이었다. 그랬는데…
6화까지는 원작의 시즌 1 스토리라인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극강의 매운맛을 자랑했다. 그러나 7화부터는 그 노선을 점점 비껴가면서, 과도하게 가해자 중심적인 시선을 비추며 오로지 자극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대감을 충족시켰던 초반의 신선함은 온데간데없고 폭력적인 묘사가 난무하더니 찝찝함만 남기고 끝을 맺었다. 초반과 후반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려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에디터 홍선’ Pick – 베스트 ‘슬기로운 의사생활’ / 워스트 ‘하이바이, 마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병원보다 사람이 먼저 생각나는 드라마다. 주인공 ’99즈’ 5인방이 보여준 케미는 우리네 친구들을 보는 것처럼 공감이 갔고 따뜻했다. 이 드라마로 처음 TV 시리즈에 데뷔한 전미도는 왜 이제야 나왔는지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너무나도 착한 이야기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섬세한 감정 묘사로 드라마가 가진 진심을 묵직하게 전달했다.
[하이바이, 마마!]는 산뜻한 출발에 비해 후반부는 너무 아쉬웠다. 실제로도 엄마가 된 김태희의 눈부신 연기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가슴 뭉클하게 끌고 가는 이야기는 좋았다. 다만 김태희가 환생을 한 후반부부터 드라마는 꼬이기 시작했다. 눈물만 요구하는 억지스러운 에피소드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답답한 전개에 초반의 좋은 점들이 묻혔다. 특히 마지막에는 너무나도 뻔한 결말로 식상함을 안겼다.
에디터 현정’ Pick – 베스트 ‘하이에나’ / 워스트 ‘머니게임’
올해 상반기에 선보인 드라마 중 단연 인상적인 작품은 ‘정금자’라는 진일보한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킨 [하이에나]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서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맞서고 쟁취하며 일과 사랑을 주도하는 정금자는 김혜수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더해져 그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짜릿한 쾌감이 가득했다. 온실 속의 화초 같은 변호사 윤희재와의 섹시한 ‘으른 로맨스’는 덤.
신념이 다른 세 사람이 금융스캔들을 두고 벌이는 대립과 갈등을 그린 [머니게임]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케이스다. 한드로는 드물게 경제 위기를 다룬 점은 신선했으나 인물들마다 사연을 꾹꾹 눌러 담아 느릿하게 흘러가는 전개는 아쉽기만 했다. 특히 초반부터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설정을 끌고 와 긴장감을 구축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좀 더 경제에 집중한 이야기를 원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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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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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보면서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시는거 같았나요
주식이란걸 조금이라도 엿들어보셨으면 매도/매수하는 그 짧은 몇초에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잃는지 안 들어보셨는지?
머니게임이 무슨 은행 적금판매하는 이야긴줄 아세요?
그리고 처음부터 틀렸네요. 허재/채이헌/이혜준 이 3명이 신념이 왜 다른 세사람 입니까?
이 세 사람 모두 ‘한국 경제’에 진심인 사람들 입니다. 이 3명의 목표는 같습니다.
애국경제를 실천하는 기재부 공무원들입니다. 그 기재부 내에서 부패한 경제관료들도있고, 기재부 출신 모피아들도 있겠죠.
하지만 주인공3명은 역외세력들에게 반감도 있는게 기본 스탠스 입니다.
굴욕적인 경제외교를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거기다 이혜준은 선량한 국민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왜 경제정책을 짜는 사무관이 되어겠습니까?
하이에나에서 정금자라는 진일보한 여성 캐릭터라고 호평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머니게임에서 이혜준이라는 캐릭터의 행보를 좀 더 주목해서 보셨으면
기본적인 드라마 흐름도 제대로 파악 않고 혹평하지는 않았을거 같네요.
허재의 미필적 고의사건을 극단적 살인이라고마는 허재를 가해자로만 보는 시선 또한 없었을것입니다.
에디터 현정님…? 머니게임 제대로 보신것 맞는지 의심스럽네요.
머니게임은 드라마라는 컨텐츠 속에 대한민국 경제와 그 안에 살았던,살아온 사람들에 대해 진심으로 풀어낸 드라맙니다.
사연이 있는 걸 꾹꾹 눌러담을 수 밖에요. 당연하죠. 경제에 집중한 드라마니까요. 다른 K드라마의 뭐만하면 연애질하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 정말 경제에만 포커스를 맞춘 드라마니까요.
어려운 용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극 중 인물들이 대화로 풀어나가며 적절한 타이밍에 나오는 설명과 극 중 인물이 누구인지도 계속해서 자막 띄워줍니다.
저 캐릭터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그정도는 당연히 풀어줘야하는 거 아닐까요.
그것도 얘기안해줘놓고 극을 진행하는 건 시청자들을 왕따시키는 거랑 다를게 없지않나요.
모두가 가만히 있으라고 할때 행동하는 이혜준과 끊임없이 문제에 맞서는 채이헌 어떻게든 뜯어고치려 독이 든 잔도 서슴치 않는 허재.
이 3명이 주로 끌고 나가는 극의 전개가 루즈하다는 평은 공감이 가질 않네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충분히 극 중에서 풀어냈고 시청자는 이해했습니다. 그 어려운 일을 처음 드라마를 쓴 작가님이 해낸거구요.
이영미 작가님의 첫 드라마입니다. 생애 처음 드라마 작가와 감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차기작 기다리고 있습니다.
머니게임. 제대로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