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이후 오랜 시간 부진했던 국내 극장가가 6월로 들어서며 조금이지만 숨통이 트인 모습이다. 국내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은 건 뜻밖에도 ‘신예 감독’들이다. [침입자]와 [결백], [사라진 시간], [#살아있다]로 장편 데뷔를 마친 손원평과 박상현, 정진영, 조일형 감독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극장 개봉을 택하는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극장가 침체는 훨씬 오래 지속되었을 테다. 네 작품의 성적을 살펴보자. (*관객수 06.30 기준)

침입자 (2020.06.04 개봉)

이미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누적 관객수: 530,661명

6월 박스오피스의 시작을 알린 영화는 김무열, 송지효 주연 스릴러 [침입자]였다. 실종된 동생이 돌아오자 가족들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걸 눈치챈 주인공이 진실을 파헤치다는 내용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장기 침체에 빠졌던 극장가에 발을 들인 첫 한국 ‘상업 영화’라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기대를 걸었다(본래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연기). 개봉 첫 주말 23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나름 분전했지만, 이후 [결백] 등의 신작에 밀리며 빠르게 관객 수가 줄어들었다. 현재 누적 관객 수는 53만 명,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153만 명이라고. 최근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결백 (2020.06.10 개봉)

이미지: (주)키다리이엔티

누적 관객수: 742,917명

[또 하나의 약속], [재심]에 이은 ‘이노센스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신혜선, 배종옥, 허준호 주연 [결백]은 2009년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딸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침입자]와 마찬가지로 본래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두 차례 개봉이 연기되어 6월에 공개됐다. 개봉 주말 관객 24만 7,000명, 올봄 이후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로 50만 관객을 돌파하고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선전을 거듭하며 현재 누적 관객 74만 명을 기록 중이다. 손익분기점은 약 140만 관객.

사라진 시간 (2020.06.18 개봉)

이미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누적 관객수: 184,401명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 [사라진 시간]은 하루아침에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상황에 놓인 형사가 진실을 파헤친다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개봉 주말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3위로 데뷔했으나 난해하다는 아쉬움 섞인 평가와 함께 상영 2주차 주말에 관객이 87% 줄고 말았다. 정진영 감독이 [사라진 시간]은 관습을 벗어나 자유롭게 쓴 작품이며 호불호는 당연하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이런 반응을 이미 예상한 모양이다. 반면 평단과 영화 마니아들에겐 상당한 호평을 받으며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 현재 누적 관객수는 18만 명이며, 손익분기점은 27만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있다 (2020.06.24 개봉)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누적 관객수: 1,194,985명

6월의 마지막을 장식한 한국영화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 [#살아있다]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에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생존과 탈출을 그린 작품으로, 맷 네일러의 시나리오 ‘Alone’을 원작으로 했다. 개봉 첫 주말에만 7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100만 명을 돌파, 국내 극장가의 본격적인 부활을 암시했다. ‘독창적이다’와 ‘전형적인 한국 재난 영화’로 평은 다소 갈리고 있지만, 7월 15일 개봉 예정인 [반도] 이전까지 강력한 경쟁작이 없어 흥행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손익분기점은 220만 관객으로, 올해 [히트맨]과 [정직한 후보에 이어 세 번째로 손익분기를 넘긴 한국영화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