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봄동

이미지: 케이밥스타

코로나19 확산 이후 연예계는 전무후무한 타격을 입었지만, K-팝 스타들의 열일은 더위 속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무방청 라이브, 온라인 기자간담회 및 쇼케이스, 틱톡 등 각종 콘텐츠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기 때문. 특히 유튜브 예능 [케이밥스타]는 이영자-김숙 콤비의 구수한 진행과 개성있는 아이돌 게스트들의 시너지로 꾸준히 눈과 입을 사로잡고 있다. 컴백을 앞둔 아이돌들이 두 베테랑의 푸짐한 손맛에 200% 충전(?)되어 훨씬 기운차게 노래를 홍보하는 이 ‘월드와이드 아이돌 컴백쇼’에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도 열렬한 댓글 세례로 응원을 보낸다.

최근 신곡 “환상동화”와 함께 [케이밥스타]를 찾아온 아이즈원은 역대 최다 게스트란 타이틀에 걸맞게 솥뚜껑 4개로 끓인 ‘1인 1닭’ 누룽지 백숙을 대접받았다. 닭을 말 그대로 흡입하며 “이 방송 진짜 좋아”, “이게 힐링이야”라고 외치는 이들의 모습에 침이 한가득 고인 반면, 혹독한 연습과 다이어트에 지쳤을 걸그룹의 튀어나온 속내가 조금은 안쓰럽기도 했다. 어찌 됐든 만나기 힘든 스타들의 닭살 돋지만 진심 어린 찬사가 연이어 쏟아지는데, 아무리 까마득한 대선배 이영자와 김숙인들 허물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한국인은 내가 지은 밥을 잘 먹어주면 생판 남이어도 더 퍼 주고 싶은 법이다.

예능의 주류가 된 먹방 분야에서 [케이밥스타]가 두드러지는 것은 MC들이 아이돌은 물론 그들의 팬덤과도 적극적으로 동화되기 때문이다. 아이즈원도 이전 게스트들처럼 논두렁 쇼케이스를 통해 “환상동화”의 칼군무를 선보였고, 이영자와 김숙은 노래 제목을 맞힌답시고 같은 단어가 들어간 “환상 속의 그대”를 부르거나 포인트 안무를 엉거주춤 따라하며 웃음을 챙겼다. 배불리 먹은 후 황량한 공간에서 격한 무대를 소화하는 아이돌 그룹들도 대단하지만, 베테랑 아이돌 팬 못지않게 열광하는 두 ‘먹시스터즈’야말로 [케이밥스타] 시청자들의 또 다른 호감 포인트. 아이돌의 손짓·발짓 하나도 놓치지 않는 직캠급 카메라 워킹, 적재적소 현란한 자막 편집 역시 빠뜨려서는 안 될 일등 공신이다.

먹시스터즈의 넉넉한 후배 사랑은 비단 걸그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5월 말 미니앨범 7집 FANTASIA X로 돌아온 몬스터 엑스도 [케이밥스타]를 통해 컴백에 필요한 기운을 제대로 북돋웠다. ‘몬스타’에 지지 않을 초대형 랍스타들(51인분, 무게 총합 36kg)의 향연만으로도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다 먹고 껍질만 뒹구는 솥뚜껑에 랍스타 내장, 마늘, 후추, 바질페스토에 트러플 오일을 한데 비빈 볶음밥까지! 사실 [케이밥스타]의 진짜 주연은 어떤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맛보기 힘든, ‘먹 회장’ 이영자만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진미(眞味)들이 아닐지.

이미 ‘휴게소 맛집 리스트’로 민심을 사로잡은 바 있는 이영자는 [케이밥스타]에서도 김숙과의 찰떡 호흡을 통해 말 그대로 파괴적인 인심을 발휘한다. 1화부터 첫 게스트인 CRAVITY를 위해 7층 탑처럼 쌓인 삼겹살 100분을 준비했을 정도. 직업상 엄격한 식단 관리를 받는 아이돌 멤버들, 그리고 자식 생각하는 엄마처럼 이들을 애지중지하는 팬들 모두에게 [케이밥스타]는 이제 존재 자체가 소중한 프로그램이다. [주간아이돌], [아이돌 육상대회]처럼 아이돌의 매력이나 신체 능력을 끌어내는 데 주목하는 프로그램은 여럿 있었지만, 맛있는 요리로 아이돌(심지어 멤버 전원을 초대해서!)을 다독이는 데 전념하는 프로그램은 또 어디 있나.

에디터 봄동: 책, 영화, TV, 음악 속 환상에 푹 빠져 사는 몽상가. 생각을 표현할 때 말보다는 글이 편한 내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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