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넷플릭스

올해 미국 방송계는 다양한 다큐멘터리, 특히 실화 범죄가 소재인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대형 맹수들이 처한 위험한 상황을 다룬 넷플릭스 [타이거 킹: 무법지대]는 각종 밈으로 소비되었고 이젠 실화에 바탕한 미니시리즈가 기획 단계에 들어갔다. 그 외에 부패 경찰, 사법 집행과 정의 앞에서의 인종, 경제적 불평등과 계급 갈등의 단상, 살인마저 엔터테인먼트가 된 사회를 비판하는 시리즈가 나왔다. 픽션보다 더 믿을 수 없는 논픽션을 만들어낸 다큐멘터리 필름메이커들의 문제의식과 고민을 담은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Tiger King’ to ‘Murder in the Bayou’: How True Crime Docuseries Shine a Light on Larger Cultural Issues

“누구의 짓일까(Whodunit)?” 란 질문은 오랫동안 실화 범죄물의 중심 주제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범죄 다큐멘터리, 특히 살인 관련 작품이 몇 배 증가하면서 그 접근 방식도 다양해졌다. 전형적인 장르를 뛰어넘을 길을 찾는 필름메이커들에게, ‘누구’에 대한 질문은 ‘그래서 뭐?’라는 질문에 한 발 뒤로 물러났다.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어떤 이야길 하고 싶은 것일까? 그게 왜 중요할까?

Murder in the Bayou (2019) Official Trailer | SHOWTIME Documentary Series

이런 질문들이 매튜 갤킨 감독을 저널리스트 이선 브라운의 2016년 저서로 이끌었다. [베이유 살인 사건: 제프 데이비스 8인이라는 여인들은 누가 죽였는가?]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루이지애나주 시골 마을에서 8명의 여성이 죽은 사건을 다룬 논픽션이다. 갤킨은 브라운의 도움을 받아 이를 5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제작해, 놀랍게도 아직까지 미제로 남은 살인 사건뿐 아니라 제닝스라는 문제 많은 시골 마을과 주민들의 인간성을 탐구한다.

기찻길로 양분된 제닝스의 남부 지역은 고통스러울 만큼 가난하고 약물 남용과 정신 이상이 위험 수위에 치닫은 곳이다.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갈등의 골이 있었습니다.” 갤킨이 말했다. “남쪽 마을 사람들은 2등 시민이라고 말할 수도 없어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권력의 불평등은 지역 사법 집행기관이 범죄 행위 혐의나 살인 사건의 관련 여부를 조사할 때 극대화된다. 경찰은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행동했고, 가난한 이들과 비백인 – 특히 여성 – 은 의지할 곳 자체가 없었다. 살인 사건이 이야기의 틀을 짰지만, 다큐멘터리의 하이라이트는 제닝스의 끔찍한 불평등이었다.

“핵심은 계급 구조입니다. 마을의 비정상적인 젠더 역학과 해로운 남성성, 중독이 주된 내용이었죠.” 갤킨이 말했다. “우리에겐 실제 범죄에 대한 내용보다 사회경제적 주제가 더 중요했어요.”

Atlanta’s Missing and Murdered: The Lost Children (2020) | Official Trailer | HBO

샘 폴라드에게도 중요한 주제였다. 그가 연출한 HBO의 5부작 다큐멘터리 [애틀랜타의 실종과 살인: 잃어버린 아이들]은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애틀랜타에서 대부분이 어린이였던 흑인 주민 29명이 살해된 사건을 추적한다. 당시 애틀랜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상징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경찰이 다수 사건의 범인으로 흑인 남성 웨인 윌리엄스를 지목했을 때 (현재 종신형 복역), 많은 사람들은 실제 범인은 백인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면서 흑인 공동체의 소요를 막기 위해 윌리엄스를 희생양으로 삼은 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윌리엄스가 정말 범인인가라는 물음뿐 아니라, 경찰의 대응, 수사 과정에서 인종이란 변수의 역할, 증거 훼손과 KKK단의 관여 가능성의 의문도 남아 있다.

제닝스와 마찬가지로, 애틀랜타 사건 피해자들의 가족은 어떠한 종결도 보지 못했다. 이 또한 소수자 커뮤니티의 권력 부재라는 핵심 이슈를 증폭시킨다. “권력의 불평등은 미국 역사의 한 부분입니다.” 폴라드가 말했다. “사법 시스템은 선입견이 없어야 하지만, 비백인, 경제적 취약계층, 노동자 계층에 있어선 선입견이 작동된다고 생각합니다.”

킬러 인사이드: 아론 에르난데스는 왜 괴물이 되었나? | 메인 예고편 | Netflix

자살은 어떠한 폭력 행위보다 많은 의문점을 남길 것이다. 넷플릭스의 [킬러 인사이드: 아론 에르난데스는 왜 괴물이 되었나?]의 주인공, 한때 풋볼 슈퍼스타였던 살인범 에르난데스가 2017년 생을 마감했을 때 그랬을 것이다. 지노 맥더못 감독은 그해 1월, 에르난데스의 스포츠 커리어를 오랫동안 추적했던 저널리스트 케빈 암스트롱, 댄 웻젤과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시, 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트 팀 선수인 에르난데스는 친구 오딘 로이드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복역 중이었고, 대니얼 드 애브루와 사피로 퍼타도의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 시점에선 모두들 그를 보통의 프로 풋볼 선수가 나쁜 일에 휘말렸고 결국 감옥에서 일생을 보내게 된 인물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맥더못이 말했다. “모두의 관심이 멀어졌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모든 것은 빠르게 변했다. 4월 14일, 에르난데스는 살인 혐의 2건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며칠 후, 스포츠 라디오의 기자는 그가 게이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위험의 여지가 따를 일인 것이다. 4월 19일, 에르난데스는 감방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비극적이지만 명확해 보이는 실화 범죄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 순간 동성애, 스포츠 분야의 성 정체성 이슈, 프로 운동선수가 받는 대우, 에르난데스가 결국 진단받았던 만성 외상성 뇌장애 – 반복된 머리 충격으로 인한 뇌의 퇴화 – 까지 뻗어가는 3부작 시리즈가 되었다.

타이거 킹: 무법지대 | 공식 예고편 | Netflix

맥더못이 실화 범죄 이야길 하려다가 더 복잡한 문제를 파고들어갈 동안, 넷플릭스의 히트작 [타이거 킹: 무법지대]는 레베카 차이클린 감독의 말대로 “어쩌다가 실화 범죄를 다루게 된 거예요.” 다큐멘터리 주인공인 맹수 수집가 조 이그조틱이 다른 동물도 아닌 호랑이를 죽인 일과 라이벌 캐럴 배스킨의 살해를 공모한 것으로 감옥에 갇힌 것이다.

차이클린과 야생동물 보존 관련 경험과 배경이 있는 에릭 구드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의 사적 소유 형태와 이런 환경에서 야생 동물이 겪는 어려움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기획했다. 그들은 시리즈가 조가 체포되고 판결을 받은 것, 그의 동물원이 마찬가지로 의싱스러운 다른 고양잇과 동물 소유주 제프 로우에게 넘어간 것, 배스킨의 첫 남편이 사라진 것, 조의 남편 중 하나가 사고로 사망한 것 등 희한한 일들의 연대기가 될 줄 전혀 몰랐다.

보통의 실화 범죄 프로젝트와 달리, 차이클린은 “촬영하는 동안 그 일이 일어난 거예요”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조의 집에서 멀찍이 떨어져 촬영하고 있었는데, FBI와 야생동물보호국이 그의 부지를 에워쌀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몰랐어요. 말 그대로 모든 게 눈앞에서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고, 우린 이해하기에도 급급했어요. 그러니 접근이 매우 어려웠죠.”

그들은 원래의 목표에도 눈을 떼지 않았다. 미국의 사설 시설에 갇혀 있는 약 5천~1만 마리의 야생 고양잇과 동물들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것 말이다. “목표는 어떻게 이야기를 하면서 변화를 이끌 것인가였어요.” 구드는 말했다. “하지만 우울하지도 않고 신의 목소리를 전파하듯 말하지 않으면서 야생동물 주제를 논할 수 있을까요? 돌고래가 곤봉으로 맞는 걸 보여주는 영화(2009년 영화 [더 코브])는 보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야 했죠.

시리즈는 확실한 변화를 가져온 듯하다. 야생동물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였고, 새끼를 안는 행위를 금지하고(호랑이 새끼는 태어난 후 어미에게서 강제로 분리되고, 어느 정도 자라 귀여움이 사라지면 살해된다) 대형 고양잇과 동물의 사적 소유를 막는 대형 고양잇과 공중 안전 법안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시리즈의 주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캐릭터들의 등장 외에도, [타이거 킹]은 실화 범죄 장르의 면면을 다변화시켰다. 필름메이커들은 뉴스 푸티지, 범죄현장 사진 등 고전적인 소재 대신 취재 대상이 직접 만든 비디오 자료를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자신들의 생의 많은 부분을 촬영해 놓은 사람들을 만난 게 엄청난 행운이었죠.” 차이클린은 영상들이 쇼의 리얼리티 TV 쇼 같은 미학적 특징뿐 아니라 캐릭터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도 제공했다고 말한다.

[베이유 살인 사건]의 말하는 머리들도 꽤 충격적이다. 지역 TV 채널이 당시 뉴스 자료 대부분의 보존을 실패했기 때문에, 갤킨과 촬영감독 제프 허친슨은 자료 영상 부족에 허덕였고, 인터뷰 영상을 적용할 예술적 룩을 디자인해야 했다. “딱딱한 인터뷰처럼 느끼지 않게 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인물 묘사가 거실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어요.” 갤킨은 말했다. “편집은 상당히 어려웠지만, 우리가 인터뷰를 어떻게 찍는다는 걸 알려줘야 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인터뷰에 최대한 잡아둬야 하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넷플릭스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의 마크 루이스 감독 또한 샷을 어떻게 집어넣고 보여줄지 아이디어를 짜야 했다. 몰입감 가득한 3부작 다큐멘터리는 아마추어 탐정들이 익명으로 올린 비디오에 담긴 고양이 살해범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탐정들은 동물에 대한 폭력이 종종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발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카지노 데이터 분석가 디애나 톰슨과 ‘존 그린’이란 가명을 쓰는 LA의 온라인 수사관을 중심으로 고양이 살해범을 찾아 나선다. 범인은 심각한 나르시시스트이자 결국 살인범이 된 준 린으로, 고양이 살해 장면을 직접 촬영하고 업로드했다.

엄밀히 말하면 톰슨과 그린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페이스북과 구글을 보는 것이다. 영화적인 구성이 되기 어렵다. “TV 뉴스든 시사 뉴스를 보든,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뭔갈 찾는 걸 끝없이 보게 됩니다.” 루이스가 말했다. “그러면 샷은 정말, 정말 지루하죠. 인터넷에서 뭔갈 검색하는 걸 신나고 드라마틱하게, 실제로 드라마틱하게 그리는 게 우리의 과제였습니다.”

루이스는 설득력 있는 비주얼 언어를 만들기 위해 실제 코멘트, 포스트, 웹 검색 결과의 스틸샷을 가져와, 이를 애니메이션화해 스크린에 채워넣었다. 매끄러운 그래픽, 빠른 컷은 본능적인 서스펜스를 자아냈다.

물론 “후던잇”이란 고전적 동기가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를 움직이게 했지만, 이 시리즈는 살해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작품은 루이스의 말처럼 “클릭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사람을 만들어낸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인터넷, 인터넷 문화, 소셜 미디어, 나아가 우리의 관심사, 때로는 유명세와 악명을 떨치기 위해 하는 짓들을 다루는 게 중요했습니다.”

이런 주제는 처음부터 살인자 같은 사람을 작품에 등장시키는 것이 옳은가, 이를 다루는 작품을 보는 게 윤리적으로 옳은 일인가 질문을 던진다. 반응을 예상한 루이스는, 그린과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염려를 제기했던 톰슨이 제4의 벽을 뚫고 시청자에게 그들도 공범이 아닌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리즈를 끝맺는다.

“실화 범죄, 살인 이야기, 연쇄 살인범에 대한 우리의 갈증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루이스는 묻는다.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