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크리스토퍼 놀란은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다크 나이트] 3부작이 재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고, [테넷]은 8월 12일로 개봉이 연기됐지만 기대감은 여전하다.
[테넷]을 기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놀란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이 가장 클 것이다. 놀란 감독은 연출하는 작품마다 평단의 지지와 흥행 성공을 이끌어냈다. 특히 국내에서 [인터스텔라]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해외의 어느 감독보다 두터운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크리스토퍼 놀란은 국내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5가지 이유로 살펴본다.
오락과 예술의 균형을 잡아낸 감독

놀란 감독의 영화는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메멘토]를 시작으로, 작품 대부분이 오락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췄다.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놀란의 집요한 연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셉션]과 [덩케르크]는 전 세계 수억 달러의 흥행과 더불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다크 나이트]는 히어로 영화의 ‘대부’라고 불리며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다크 나이트]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해 오스카에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다음 해 작품상 후보를 열 편으로 늘린 일화도 있다.
현실감 있는 연출로 장르의 편견을 뒤집은 감독

현재 극장가는 히어로 영화가 대세가 됐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환영받는 장르는 아니었다. 2008년까지 국내 극장가에서 3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히어로 영화는 [스파이더맨 3]와 [아이언맨], 단 두 편에 불과했다.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배트맨 비긴즈]조차 100만 관객을 채우지 못했다. 2008년 8월 6일 [다크 나이트]가 국내에 개봉하면서 히어로 영화의 역사는 달라졌다.
국내 언론 시사회 후 기자와 평론가들은 만점에 가까운 별점을 줬고, 박스오피스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한국에서 개봉한 배트맨 시리즈 중 최고의 흥행을 거뒀다. [다크 나이트]는 히어로 영화도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2014년 개봉한 SF영화 [인터스텔라]도 놀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가 유독 잘 통하지 않았던 국내 극장가에 [인터스텔라]는 놀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아바타] 이후 실사 외화 영화 중에는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당시 국내에서 외면받던 두 장르가 큰 사랑을 받은 이유에는 현실감 넘치는 연출에 있다. 놀란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설득력 있는 설정들을 구성해 작품의 힘을 키웠다. CG를 최소화하고, 영화 속 볼거리는 직접 세트를 만들어 리얼리티를 높였으며, 이야기를 곱씹어보게 할 묵직한 주제의식을 작품 안에 담아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생산적인 논쟁과 해석을 이끌어내는 감독

놀란 감독의 작품은 영화를 보고 나온 뒤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실질적인 메이저 데뷔작 [메멘토]를 비롯해 [인셉션], [인터스텔라]까지, 지금도 영화와 관련된 논쟁과 해석이 끊이지 않는다. [메멘토]는 작품이 가진 독특한 서사 구성을 분석하는 가이드가 있을 정도며, [인셉션]은 아직도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인터스텔라] 역시 영화에서 놓쳤던 단서들을 찾아보고 다시 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놀란 영화에 관한 분석과 논쟁은 작품의 호불호가 아닌, 복잡한 구성에서 숨겨둔 단서를 관객들이 직접 찾아내는 재미가 있기에 특별하다.
아이맥스 N차 관람 붐을 일으킨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국내 극장가에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과 더불어 아이맥스 관람 붐을 일으킨 감독이기도 하다. 같은 영화라고 해도 포맷에 따라 작품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크 나이트]에서 상업영화 최초로 아이맥스 카메라를 투입했고,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촬영해 일반 상영으로는 느끼지 못할 놀라운 스케일을 보여줬다. [덩케르크]의 경우 70mm 아이맥스 필름의 화면비(1.43:1)를 온전히 재현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상영관에서 큰 인기를 끌며 장기 상영되기도 했다.
캐스팅의 신구조화가 기대되는 감독

놀란의 영화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많다. 어느 순간 작품 속에 그를 찾는 것이 재미가 된 감독의 ‘페르소나’ 마이클 케인과 킬리언 머피, 톰 하디가 대표적이다. 앤 해서웨이, 케네스 브래너, 조셉 고든 래빗처럼 두 작품 연속으로 함께한 배우도 있다. 새로운 얼굴의 기용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놀란 영화의 캐스팅 공식은 기존 출연진들이 서포트를 담당하고, 자신의 작품에 한 번도 출연하지 않은 스타급 배우가 이야기를 이끈다. [인셉션]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인터스텔라]의 매튜 맥커너희, [테넷]의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놀란 영화에 처음 출연했고 주연을 맡았다. 기존 출연진들의 연기 변신과 새로운 얼굴의 활약상이 동시에 기대되는 캐스팅으로 작품의 궁금증을 더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