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속에 넷플릭스는 날개 단 행보를 이어갔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완성도 높은 작품부터 대중의 관심을 살만한 흥미로운 소재의 작품까지, 매달 수십 여편의 오리지널 신작을 공개해 경쟁 서비스를 압도하며 극장 폐쇄로 인한 신작 갈증을 해소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수많은 신작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일까. 에디터들의 취향이 담긴 베스트와 워스트를 소개한다.

에디터 원희’ Pick: 베스트 ‘반쪽의 이야기’ / 워스트 ‘타이거 킹: 무법지대’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또다시 돋보이는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선보였다. 앨리스 우 감독이 연출을 맡아 아시아계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반쪽의 이야기]다. 아시안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잔잔하고 은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엘리와 폴, 애스터 모두가 친근하고 사랑스러워서 더 마음이 가고, 아시안 이민자의 삶을 가볍지 않게 그려내 공감할 거리도 많다.

자극의 끝판왕을 달리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무법지대]를 워스트로 골랐다. 대형 고양잇과 동물을 수십 마리씩 사육하는 애호가들을 다룬 소재는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어 흥미롭지만, 금전적 이득을 위한 경쟁을 자극적으로 담아내는 것에 그쳐 아쉽다. 보호라는 명분 하에 학대를 당하는 동물들을 위한 메시지가 좀 더 분명하게 담겼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에디터 혜란’ Pick: 베스트 ‘해나 개즈비: 나의 더글러스’ / 워스트 ‘와스프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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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개즈비: 나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봤으니 그의 새 스페셜을 정말 기다렸는데, [해나 개즈비: 나의 더글러스]는 높은 기대를 백 퍼센트 충족시킨다. 이전보다 비판의 시선은 더 날카롭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세련됐다. 무엇보다 공연 전체가 개즈비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동안 받았던 사랑, 관심, 증오는 지금도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증명했다.

[와스프 네트워크]를 워스트로 꼽은 이유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여러 영화제에서 혹평을 받았다는 소식에 기대를 높이지 말자고 마음을 다독였지만, 예상과 완전히 다른 영화는 뜨뜻미지근해서 더 실망스러웠다. 페넬로페 크루즈, 에드가 라미레즈 등 유명 배우들과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실화 소재의 ‘첩보 스릴러’라면 기본을 할 것이란 생각은 결국 헛된 희망이 됐다.

에디터 영준’ Pick: 베스트 ‘인간수업’ / 워스트 ‘루머의 루머의 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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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수업]을 상반기 최고 작품으로 꼽은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서도 ‘청소년 성범죄’라는 무거운 소재로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고 증명했기 때문이다. 하이틴 범죄 스릴러 장르에 충실한 전개와 탄탄한 캐릭터 서사, 확실한 메시지, 무엇보다 배우 박주현의 발견까지. 일단 켜면 10시간이 훌쩍 지나갈 테니, 가급적이면 주말에 몰아서 보는 걸 추천한다.

상반기 최악의 작품은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4다. [인간수업]과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작품을 ‘워스트’로 꼽은 이유는 결말 때문이다. 직간접적으로 살인사건을 조작, 은폐한 주인공 무리에게 어떠한 정의구현도 없다는 건 ‘주인공 버프’일 뿐이지, 팬들이 원하는 결말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모두가 응원하던 캐릭터를 그런 허망한 방식으로 소비하다니, 이건 지난 4년을 함께한 시청자에 대한 모독이다.

에디터 홍선’ Pick: 베스트 ‘익스트렉션’ / 워스트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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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렉션]은 오랜만에 환호성을 지른 액션영화다. 납치된 아이를 구하려는 고군분투를 그린다는 점에서 [맨 온 파이어], [아저씨]의 재탕이라고 생각했는데, 강렬한 액션으로 영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묵직한 한 방을 선사하는 크리스 햄스워스의 존재감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는 흥미를 자아냈고, 특히 원 컷으로 이뤄진 액션 장면은 생생한 현장감으로 빠져들게 했다. [익스트렉션]은 양산형 넷플릭스 영화에 지친 팬들에게 재미의 갈증을 채워 준 반가운 작품이었다.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은 긴 제목만큼 늘어지는 이야기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초반 분위기는 그럴듯했다. 정부가 개인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크게 한탕을 하고 떠나려는 주인공들의 계획이 흥미롭게 그려졌고, 간간히 터져 나오는 액션도 눈길을 끌었다. 다만 영화가 가진 야심에 비해 느릿하다 못해 답답한 전개는 인내심을 시험했다. 주인공들이 겪는 불안한 심리 묘사도 처음에는 근사했지만 갈수록 기계적으로 반복되어 지루함을 피하기 어려웠다. 짜릿한 케이퍼 무비를 기대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실망감만 안겨줬다.

에디터 현정’ Pick: 베스트 ‘나르코스: 멕시코 시즌 2’ / 워스트 ‘스페이스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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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품만 베스트로 꼽자니 참 어렵다. [그리고 베를린에서], [필 굿] 같은 신작부터 [오자크], [데드 투 미] 기존 시리즈의 새 시즌까지 괜찮았던 작품이 두루두루 떠오른다. 그래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베스트는 팬심을 담아 [나르코스: 멕시코]를 꼽아본다. [나르코스] 시리즈의 매력은 카르텔의 탄생과 몰락을 당시의 부패한 사회 구조와 맞물려서 보여주는 데 있다. 오늘날 멕시코 카르텔의 지형을 구축한 마약왕 미겔 앙헬 펠릭스을 다룬 [나르코스: 멕시코] 역시 기득권층의 탐욕과 촘촘하게 맞물린다. 만듦새도 훌륭해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산만하게 흩어지지 않고, 디에고 루나는 노련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마지막 교도소 면회 장면은 시즌 2의 백미다.

미 육군의 6번째 부대 우주군, 스티븐 카렐과 [오피스] 제작진의 만남. 이 두 조합만으로 [스페이스 포스]에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생각만큼 재밌지도 않고 풍자의 묘미도 없어 실망스럽기만 하다. 대화는 피곤하고 지루하게 이어지고, 캐릭터는 관심을 잡아끌만한 매력이 없다. 진짜 우주로 가는 이야기도 쉽게 적응이 안된다. 배경과 인물을 좀 더 분명하게 구축하고 전개했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