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OCN

어떤 드라마를 한 번 보고 나면, 호불호를 떠나서 비슷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다른 작품을 눈여겨보게 되는 듯하다. OCN 드라마 [트레인]도 이러한 이유로 시청을 시작한 작품이다. 평행세계를 다룬 미스터리 드라마 [트레인]은 [더 킹 : 영원의 군주]에 이어 평행우주 설정을 담아냈다. 과연, 드라마에서 그린 평행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시작은 여느 수사물처럼 사건이 발생하면서 무난하게 흘러가고, 어쩐지 평행우주 같은 판타지와는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폐역이 된 무경역에서 백골이 된 시체들이 발견되고, 피해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주인공 서도원(윤시윤)과 한서경(경수진)은 연쇄살인의 범인을 쫓는다. 그런데 신원이 밝혀진 죽은 피해자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서도원은 폐역으로 달려오는 열차를 마주한다. 드라마의 제목이 말해주듯 비 오는 날 밤에 등장하는 열차가 A, B 두 평행세계를 이어주면서 비로소 사건의 실마리가 점차 드러나는데, 평행세계 설정이 튀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수사드라마와 적절히 어우러진다.

12년 전의 살인사건과 현재의 무경역 연쇄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가 웃음기 없이 어두운 톤으로 묵직하게 흘러가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리저리 발로 뛰는 수사를 통해 조금씩 단서를 찾아내고, 발견한 단서를 토대로 베일에 싸인 용의자를 그려가는데 진범이 드러날 듯하면 반전이 나타나 충격을 안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평행세계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요소가 아닌, 사건과 사건의 실마리를 잇는 역할을 하며 스릴러적 분위기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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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인]에서 등장하는 평행세계의 특징은 아예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12년 전 한서경의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서도원의 아버지가 살해 누명을 쓴 것이 모든 사건의 시작점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던 그날, 비가 내리는 밤에 우산을 쓰고 있던 서도원이 비를 맞은 채 뛰어가던 한서경에게 다가갈지 말지 여부를 결정하면서,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두 개의 세계로 나뉜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두 세계에서 산 자는 죽어있고 죽은 자는 살아있으며 연관된 주요 인물들이 조금씩 달라진 길을 걷는다.

A 세계에서 진실을 목격하고 범인에 의해 사망한 한서경은 B 세계에서 살아있고, A 세계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해 누명을 풀 수 없었던 서도원의 아버지 역시 B 세계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다. 아버지가 범인이라는 비밀을 간직한 채 죄책감으로 살아왔던 A서도원과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새겨진 채 점점 망가져가는 B서도원은 기차를 타고 서로의 세계에 뒤바뀐 채 도달한다. 그리고 모든 사건의 진범이 B 세계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A서도원은 B서도원의 자리를 대신하며 진범을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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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트레인]이 보여주는 평행우주는 매력적이다. 초반에 천천히 흘러가던 전개는 점차 가속도가 붙으면서 지루할 틈 없이 범인의 행적과 증거가 드러나는데, 평행우주 설정이 전혀 거슬리지 않고 진지한 수사물의 분위기를 받쳐준다. 지금 보이는 세계가 어느 세계인지 헷갈릴 법도 하지만, 비슷한 설정 속에서도 차이점이 분명하게 나타나 곧바로 알아차리기도 쉽다.

특히 세계관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배우들의 연기다. 두 세계에서 서도원과 한서경은 극명한 차이점을 보여야 하는데, 윤시윤은 [친애하는 판사님께]의 1인 2역에서 더욱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전혀 다른 두 사람을 실감 나게 연기하고, 경수진은 한 사람이 각각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다면 어떻게 성장하게 되는가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국내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는 어느 장르에서든 러브라인이 메인으로 꼭 등장한다는 것이다. [트레인] 역시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처음부터 등장하는데, 단순히 주인공들의 케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를 훨씬 다채롭게 그리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A와 B 세계가 섞이면서 각각의 세계에서 서로에게 각기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의 감정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세심하게 보여주면서도 수사물의 진지한 분위기를 헤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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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까지 달려온 지금, B 세계로 넘어간 A 세계의 서도원은 한서경과 함께 김진우를 거쳐 이성욱으로 살인 사건 용의자를 찾아낸 데 이어 모든 일의 배후에 두 세계를 넘나드는 진범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A 세계로 넘어간 B 세계의 서도원 역시 진범의 존재를 알아챘으며 곧이어 두 세계의 서도원이 조우할 예정이다. 과연 진범은 누구인지, 그리고 서도원과 한서경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끊임없이 흥미를 돋우는 [트레인]은 끝까지 함께 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