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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봄동

배경음악이 영상 매체의 필수 불가결 요소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장담컨대 별로 없을 것이다. [시네마 천국] 중 어른이 된 토토가 알프레도의 유품(삭제된 영화 속 키스씬들)을 감상하는 장면에 엔니오 모리코네의 “Love Theme”가 삽입되지 않았다면, 과연 토토가 느끼는 그대로 관객들도 사무치는 그리움을 품을 수 있었을까? 우리의 최애 영화·드라마들도 결정적인 순간에 좋은 음악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딘지 밋밋한 반쪽짜리 작품으로 남았을 게 분명하다. 기성 가수의 노래 또는 OST를 절묘하게 활용, 시신경은 물론 고막까지 200% 만족시켜 주는 드라마들을 복습해 보자.

멋진 징조들(Good Omens)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영국의 동명 인기 소설을 각색한 [멋진 징조들]은 적그리스도가 가져올 세계의 종말을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천사 아지라파엘과 악마 크롤리의 유쾌한 브로맨스 판타지다. 태초부터 현대까지 장장 6천 년을 함께한 두 콤비의 묘한 우정은 각종 콜라주가 가득한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언제나 단정한 화이트/베이지 정장 차림의 아지라파엘과는 정반대로 올블랙 패션을 고수하는 크롤리는 전형적인 록스타를 연상시키는데, 그의 캐릭터가 아예 밴드 퀸의 ‘찐팬’이라는 원작의 설정이 드라마에도 적용됐기 때문인 듯하다. 공교롭게도 이따금 흘러나오는 퀸의 명곡들은 위기 속에서 오히려 뜨거워지는(?) 두 주인공의 관계와 잘 맞아떨어진다. 특히 크롤리가 종말을 코앞에 두고 결전의 장소로 가기 위해, 사방이 차들로 꽉 막힌 도로에서 자신의 벤틀리를 온통 불살라 질주하면서 “I’m in Love with My Car”가 재생되는 장면은 영국표 코미디의 절정.

더 캡처(The Capture)

이미지: BBC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는 BBC 미니시리즈 [더 캡처]는 여성 폭행·납치 혐의로 체포된 전직 파병 군인을 둘러싼 진실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다. 오프닝 시퀀스의 이분적인 CCTV 화면 구성, 그리고 정적인 긴장감을 던지는 테마곡은 진실과 거짓의 식별이 어려운 현대 사회의 속성을 담백하게 드러낸다. 특히 이 테마곡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은 공동 작곡가 중 한 명이 영국 밴드 블러의 드러머 데이브 로운트리란 것이다. 로운트리는 2017년 5월부터 영국 노포크 카운티의 노동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 중으로, [더 캡처] 테마곡을 듣다 보면 왜 블러 팬들이 그의 정계 사퇴 및 블러 복귀를 간절히 부르짖는지 알 만하다. 또한 [더 캡처]의 에피소드와 예고편 역시 로비 윌리엄스, 매들린 달링, 소셜 룸 등 신구 아티스트들의 매력적인 노래로 채워져 있다.

아이 엠 낫 오케이(I Am Not Okay with This)

이미지: 넷플릭스

영화 [그것]의 히로인 소피아 릴리스가 열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이 엠 낫 오케이]의 사운드트랙은 에코 앤 더 버니맨, 폴 영, 킹크스, 록시 뮤직 등 추억의 아티스트로 가득하다. 하지만 [아이 엠 낫 오케이] OST의 정점은 단연 스탠리가 시드에게 소개해준, 극중에서만 존재하는 가상 밴드 ‘블러드위치’다. 앞서 언급된 블러의 기타리스트 그레이엄 콕슨과 가수 겸 배우 타티아나 리처우드의 만남으로 탄생한 블러드위치의 사운드는 아버지의 자살과 예상치 못한 초능력의 발현, 절친에 대한 짝사랑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드의 심리를 가감 없이 대변한다. 그레이엄 콕슨의 트렌디한 감각은 이미 넷플릭스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OST를 작업할 당시 블러 및 솔로 활동에 못지않은 빛을 발했었다. 더욱 다채롭게 진화한 콕슨, 아니 블러드위치의 음악을 [아이 엠 낫 오케이] 시즌 2에서도 들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f1f3IYj8sWE&feature=youtu.be

아틀란타(Atlanta)

이미지: 넷플릭스

래퍼인 사촌을 더 큰 스타로 만들고 본인의 삶도 상승시키려는 한 남자의 좌충우돌 힙합씬 도전기를 그린 [아틀란타]. 주연과 각본, 총괄 프로듀서까지 1인 3역을 맡은 도널드 글로버는 실제로 차일디쉬 감비노란 예명의 뮤지션으로도 활동 중이며,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의 히트곡 “This is Amreica”는 인종차별, 총기 난사 등 미국의 사회 문제를 풍자하며 큰 화제가 됐었다. 래퍼이자 흑인으로서의 자아와 고민이 반영된 글로버의 웃긴 듯 웃기지 않는 연기에 걸맞게, [아틀란타]의 사운드트랙은 넬리, 영 서그, 퓨처 등 날고 기는 힙합 뮤지션들의 파티 그 자체다. 한국인 래퍼 키스 에이프의 “잊지마(It G Ma)”가 초반 극중에서 흘러나와 주목을 받은 적도 있다. 2018년 시즌 2 방영 이후 소식이 뜸해진 [아틀란타]는 내년에야 시즌 3로 돌아온다고 하니, 이전 2개 시즌만큼 평단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 바다.

에디터 봄동: 책, 영화, TV, 음악 속 환상에 푹 빠져 사는 몽상가. 생각을 표현할 때 말보다는 글이 편한 내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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