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극장 개봉작 2편과 지난주 공개된 넷플릭스 신작 3편 후기

69세(An Old Lady) – 살아있기에 용기를 낸 69세 여성의 이야기
이미지: (주)엣나인필름

에디터 영준: ★★★★ 불편하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이야기. 69세 효정은 병원에서 남자 간호조무사 중호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효정은 연인 동인과 함께 경찰에 신고하지만, 중호는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이라 주장한다. 이후 영화는 효정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다. 효정은 ‘아무리 그래도 청년이 노인을…’이라며 도리어 피해자를 의심하는 경찰과 사람들의 태도에 몇 차례 무너질 뻔도 하지만, 살아있기에 용기를 낸다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69세]는 우리가 원한 통쾌한 복수극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효정이 끝끝내 용기를 잃지 않고 피해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결말이 깊은 여운을 선사할 뿐 아니라, 오늘날 노인 성폭행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를 가진다. 예수정, 기주봉 배우의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연기가 영화에 힘을 더한다.

프로젝트 파워(Project Power) – 연기와 연출이 ‘파워’를 먹었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먹으면 5분 동안 슈퍼파워를 얻는 마약 ‘파워’의 근원을 찾아가는 경찰, 마약상, 의문의 남자가 중심인 액션 영화. 설정은 신선하고 전개는 빠르며, 액션 시퀀스의 파워나 속도감, 멋진 비주얼이 약 2시간 동안 눈앞에 쏟아지며 정신을 쏙 빼놓는다. 의문의 남자 ‘아트’를 연기한 제이미 폭스가 영화를 끌고 가고, 조셉 고든-레빗이나 도미니크 피시백도 제 몫을 다한다. 반면 각본 자체는 아쉬운 편이다. 신선한 설정을 극한까지 끌어가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세 캐릭터의 내실과 캐릭터 간 감정 교류는 구축하다가 만 느낌이다. 캐릭터는 배우들의 카리스마와 매력에 많이 기대고, 대본의 구멍은 세련된 연출이 커버한다. 그래도 기분 전환이나 휴식을 위해 넷플릭스로 보기엔 나쁘지 않은 영화다.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속도와 스펙터클을 즐기길 원한다면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이지 걸(An Easy Girl) – 한여름 밤의 꿈같은 위험한 동경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현정: ★★★ 단조롭고 소박한 일상에 파문이 일렁인다. 위태롭지만 한 번쯤 상상했을지 모를 일탈이다. [이지 걸]은 열여섯 생일을 맞은 나이마에게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는 사촌 언니 소피아가 찾아오면서 아슬아슬한 일탈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급 휴양 도시에서 살면서도 호화로운 세계는 먼 이야기에 불과한 나이마에게 부유한 남성을 만나 욕망을 충족하는 소피아는 가치관의 동요를 불러온다. 젊은 여성과 중년 남성의 만남이라는 소재는 도발적이나 우아하고 정적인 연출로 10대 나이마의 흔들리는 심리를 차분히 응시한다. 프랑스 축구 선수들의 미성년자 성매매 스캔들에 연루된 콜걸로 유명세를 얻은 자히아 데하르가 오프닝부터 관능적인 매력으로 시선을 압도하는데, 극중 소피아의 삶의 방식이 그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묘하게 겹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더 기억에 남는 건 이 작품이 처음인 미나 파리드다. 유혹적인 삶의 경계에서 혼란을 느끼는 나이마를 눈빛과 표정, 제스처만으로 세심하게 표현하며 불충분한 서사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남매의 여름밤(Moving On) – 담백하고 아련한 두 남매 이야기
이미지:그린나래미디어㈜

에디터 홍선: ★★★☆ 여름방학을 맞이한 남매의 시골집 탐방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묵직하고 아련한 여운을 전한다. [남매의 여름밤]은 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는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마치 여름방학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듯한 어린 남매를 연기한 두 배우 최정운과 박승준의 열연이 돋보인다. 영화는 주인공 남매뿐 아니라 아빠와 고모의 고민이 담긴 어른 남매의 이야기도 주목한다. 어른들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개인의 문제는 적당한 거리를 둔다. 매일 싸워도 서로를 챙겨주는 어린 남매와 달리 도와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어른들의 상황은 묘하게 씁쓸하다. 영화는 아이와 어른 두 남매의 모습을 교차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다. 양옥집 전경을 꾸준히 비추고, 다 같이 식사하는 장면을 반복하면서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진 따뜻한 의미를 담아낸다. 전체적으로 눈에 띄는 갈등 요소나 드라마틱한 서사가 없어 심심할 수 있지만, 담백한 터치로 영화에 빠져들게 하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군잔 삭세나: 더 카르길 걸(Gunjan Saxena: The Kargil Girl) – 차별을 딛고 날아오른 인도의 ‘캡틴 마블’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당갈]을 이은 인도의 실제 여성 영웅 이야기가 등장했다. [군잔 삭세나: 더 카르길 걸]은 파일럿을 꿈꾸던 군잔 삭세나가 인도의 첫 여성 공군 비행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전기 영화다. 여자는 파일럿이 될 수 없다, 여자는 약하다고 하는 성차별적인 세상의 시선 아래서 군잔은 몇 번이고 꿈을 포기할 기로에 놓인다. 그러나 군잔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아버지와 성별에 상관없이 능력을 알아본 상관의 지지에 힘입어 가장 뛰어난 비행능력을 지닌 공군 비행사가 되어 급박한 전쟁 중에 훌륭히 임무를 수행한다. 차별에 맞서 꿈을 향해 성장해나가는 군잔을 통해 잔잔한 공감과 감동을 자아내며, 긴 러닝타임 내내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도록 잘 만들었다. 인도영화 특유의 흥겨운 사운드트랙과 드라마틱한 서사가 어우러져 영화에 매력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