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이미지: 넷플릭스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단순히 히어로의 활약을 그린 이야기가 아니다. 우울하고 별난 초능력자 가족들의 좌충우돌 성장기에 가깝다. 지난해 공개된 시즌 1은 한날한시에 태어나 억만장자 하그리브스 경에게 입양된 7명의 초능력자들이 문제적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 오랜 상처와 트라우마를 파고들었다. 혹독한 성장기를 거치며 뿔뿔이 흩어졌던 남매들은 양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만났지만, 세계 멸망이라는 위기를 두고도 방황하고 갈등하느라 재앙을 막아내지 못했다. 파이브의 시간이동 능력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한 이들은 이제 좀 괜찮아졌을까?

지난 7월 31일에 공개된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는 1960년대로 제각각 흩어진 하그리브스 남매들이 얄궂은 운명처럼 따라온 또 다른 종말을 막고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가려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전과 비슷한 구조로 흘러가지만, 과거로 건너온 가족들의 새로운 삶과 정체성을 촘촘히 엮어 보다 탄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우여곡절 끝에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인물 간의 관계성을 보다 친밀하게 드러낸다. 독설가 파이브부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벤, 지독한 트라우마로부터 해방된 바냐 등 문제적 가족들이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받아들이고 아끼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어서 빨리 시즌 3 제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길 바라며,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두 번째 이야기를 돌아본다.

타임라인

파이브는 그의 형제자매들 중 가장 영리하고 능력도 뛰어나지만, 자신의 힘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하그리브스 남매들은 댈러스의 한 골목길로 불시착하는 도중에, 서로의 행방을 알지 못한 채 1960년부터 1963년 사이의 시간대에 흩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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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가장 먼저 과거에 도착한 클라우스는 벤과 함께 골목길로 추락한 이후 능력을 이용해 사이비 종교집단의 수장이 되어 추종자들을 이끌고 세계 각지를 떠돌며 지냈다. 염증을 느끼고 벗어나려던 차에 가족들과 재회한다. 1961년)앨리슨은 명예로운 저항을 택하고 능력을 사용하는 대신 비폭력으로 인종차별 시대에 맞서고 있다. 그의 곁엔 뜻이 같은 흑인 인권 운동가 남편이 있다. 1962년)골목길에 추락하고 가족들(특히 앨리슨)을 애처롭게 불러, 음모론 마니아 엘리엇이 “감수성 예민한 거구”라고 지칭했던 루서는 새로운 아버지상을 찾았다. 가족들과 재회하기까지 1년 동안 오즈월드를 저격한 잭 루비가 후원하는 싸움꾼으로 살고 있다. 1963년 9월)디에고는 역사를 바꾸려는 영웅적인 행동에 심취한다. 바로 오즈월드를 찾아 케네디 대통령 암살을 막으려는 것. 그 위험하고 엉뚱한 시도 덕분에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1963년 10월)바냐는 종말 직전의 혼란과 죄책감 때문일까, 골목에서 비틀거리면서 나오다 시시의 차에 부딪혔기 때문일까, 이름 빼고 모든 기억을 잃는다. 하지만 시시의 집에 머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간다. 1963년 11월)가장 마지막으로 과거에 도착한 파이브는 골목길을 벗어나자마자 전쟁과 핵폭발을 목격한다. 다행히 위기일발의 순간에 나타난 헤이즐의 도움을 받아 종말이 닥치기 열흘 전의 시간인 1963년 11월 15일로 돌아가고, 그의 문제적인 가족들을 모아 대참사를 막으려 한다.

더욱 강해진 힘?!

거칠고 이상하고 놀라운 힘은 시즌 2에서 더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파이브를 또다시 충격에 빠뜨린 오프닝의 핵전쟁부터 피날레를 장식하며 시시의 농장에서 벌어진 혈투에 이르기까지, 하그리브스 남매들에게 잠재된 능력을 엿볼 수 있다. 10대 시절, 상처를 안고 헤어지는 바람에 미처 양아버지 하그리브스 경의 훈련을 완수하지 못했던 그들은 현재도 성장 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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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 도중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루서는 포고의 혈청을 맞고 지금의 거대한 몸집이 됐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마블의 루크케이지와 같은 저항력이 생긴 듯하다. 파이브가 목격한 대참사 직전의 전투에서 루서는 온몸으로 미사일을 방어해 클라우스를 보호한다. 루서를 살렸던 혈청은 젊은 하그리브스 경이 1962년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포고에게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지는데, 이야기 전개상 루서는 이 힘을 자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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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자경단 스타일의 디에고는 두 시즌 동안 눈에 띄는 발전을 보인다. 핵전쟁 오프닝에서는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나아가더니, 후반부의 농장 전투신에서는 커미션의 암살자들이 쏜 총알을 한 곳으로 모아서 막아내고 방향을 비틀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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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능력을 잃은 앨리슨은 몸을 회복하고도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안겼던 힘에 의지하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몇 차례 “소문을 들었는데…”를 속삭이는데, 그 힘은 백인 전용 식당 주인과 스웨덴 암살자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꽤 잔인하다. 또한 소련 군인들에게 건넸던 속삭임은 행동이 아닌 상황 자체를 통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능력의 여파가 라일라를 통해 섬뜩하게 되돌아오는 경험을 한 앨리슨이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힘을 쓸지는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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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는 망자와 소통하고 현실로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시즌 2에서 그는 자신의 초능력을 능숙하게 이용한다. 1960년에는 벤의 도움을 받아 사이비 교주가 되고, 소련과의 전쟁 중에는 유령 군대를 이끌며, 후반부에 라일라에게 예상치 못한 반격을 받았을 때는 낯선 망령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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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파이브에게 가장 큰 문제는 댈러스의 경우처럼 힘을 완벽하게 조율하는 방법이었던 듯하다. 그는 이번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핸들러의 배신으로 비극이 닥친 상황에서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고 찰나의 순간으로 되돌아가 가족들을 구하는 데 성공한 것. 능력이 업그레이드된 파이브가 이후 자신의 힘을 어떻게 활용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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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은 벤은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는 클라우스와 시간여행을 함께하며 미처 몰랐던 능력을 발견한다. 바로 살아있는 사람의 육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 그 덕분에 FBI의 모진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능력을 폭발하는 바람에 또다시 대재앙의 원인이 된 바냐의 몸에 들어가 그를 위로하고 지구 종말을 막아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힘을 소진해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그러니 2019년으로 돌아간 그의 형제자매들이 성격도 모습도 달라 보이는 스패로우 아카데미의 벤을 봤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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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가 뛰어난 능력자이긴 해도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진 바냐가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바냐는 두 번째 시즌에서 그 힘이 사랑 앞에서 더 뛰어나고 멋지게 발휘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시와 만난 후 평온을 되찾은 바냐는 과거와 달리 능력을 통제할 수 있으며, 할란의 경우처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힘을 전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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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어느 날, 한날한시에 태어난 초능력자들은 하그리브스의 일곱 남매가 전부가 아니다. 그날 세계 각지의 어딘가에서 43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디에고와 정신병원에서 만난 라일라는 그중 한 명이다. 핸들러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모른 채 양녀로 입양돼 막강한 실력을 가진 암살자로 성장했다. 핸들러가 미처 계산하지 못한 게 있다면, 디에고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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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의 아들이자 자폐증이 있는 소년 할란은 기억을 잃은 바냐와 유대를 맺고, 호수에 뛰어들었을 때는 바냐의 능력 덕분에 목숨을 구한다. 바냐는 농장에서의 전투가 끝나고 할란의 몸에 있는 자신의 초능력을 회수했다고 여기지만, 시즌 2 마지막 순간에 소년에게 여전히 능력이 남아있음이 드러난다. 할란은 염력을 사용해 작은 참새 모양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하필이면 스패로우 아카데미를 상징하는 문장을 연상시킨다.

시즌 2를 빛낸 인상적인 순간들 5

https://www.youtube.com/watch?v=4DXLaPGZvpY&feature=youtu.be

1963년 11월 25일에 상륙한 파이브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재앙을 피해서 시간이동을 했더니 거의 도착과 동시에 새로운 암울한 운명이 펼쳐진 것. 소련이 쏘아 올린 핵탄두가 미국에 떨어지기 직전에 파이브의 가족들은 전보다 우월해진 힘으로 맞서지만 전쟁을 막아내지 못한다. 무시무시한 버섯구름이 폭발하는 순간, 파이브가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모면했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이번 시즌이 보여줄 멋진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역시 시즌 2에서도 파이브는 종말을 막기 위해 숨 돌릴 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파이브는 아버지로부터 해답을 찾는 것에 실패하자 어쩔 수 없이 핸들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1982년으로 향해 위원회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 커미션 최고의 암살자였던 파이브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이 시퀀스는 시즌 2에서 가장 난폭하게 질주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시즌 2에서 예상하지 못한 순간 중 하나는 두 세계의 파이브가 만났을 때다. 파이브는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가족들 때문에 두 번째 기회가 허무하게 사라지자 암살 임무를 위해 1963년으로 건너온 분신을 만나러 간다. 13살 몸으로 돌아간 에이단 갤러거의 파이브와 숀 설리반의 58세 파이브가 신경전을 펼칠 때의 이상한 긴장감이 FBI 건물에서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상황과 기묘하게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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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레지널드 하그리브스 경의 예사롭지 않은 정체가 마침내 공개된다. 저격 사건 이후 마제스틱 12 모임을 찾은 하그리브스 경은 자신의 뜻에 반하고 오히려 위협하는 멤버들을 몰살하기 전에 인간으로 가장한 마스크를 벗는다. 그때 뒷모습으로 그의 정체가 외계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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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가 핸들러의 딸이라는 정체는 일찌감치 공개했지만, 그의 능력은 꽁꽁 숨겨두고 있었다. 물론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가졌고, 파이브처럼 순간이동 능력도 있다는 것은 보여줬지만. 바냐가 괴력을 발휘해 농장을 습격한 암살자 군단을 싹 쓸어버리자, 라일라는 그제야 초능력을 복제할 수 있는 실력을 발휘하며 일단락됐다고 생각한 남매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전투의 막바지, 핸들러의 진실을 알게 된 라일라는 큰 충격을 받고 시간이동을 감행한다.

스패로우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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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는 또 다른 초능력자 가족인 ‘스패로우 아카데미’를 예고하며 마무리한다. 무사히 2019년에 안착한 6명의 남매들은 다시 돌아간 옛집에서 자신들이 올 거라 예상한 하그리브스 경과 아예 그들의 존재를 몰라보는 벤을 마주한다. 아마도 1963년에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만난 하그리브스 경이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는 이들의 능력에 실망하고(혹은 2019년에 예견된 종말을 막지 못해서) 새로운 초능력자들을 입양해 팀을 꾸리고, 그 과정에서 노출되지 않은 벤이 스패로우 아카데미로 선택됐을 가능성이 높다. 남은 멤버들의 정체가 누구일지, 갈 곳을 잃은 여섯 남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와 그 외 흩어진 궁금증과 함께 해소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