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장마가 끝나니 무더위가 찾아왔다. 햇볕이 쨍한데 마스크까지 끼고 있으니 평소보다 두배는 더운 것 같다. 여름 박스오피스를 대표하는 장르들이 있다. 등골 서늘한 공포, 화끈한 액션, 시원한 코미디도 좋지만, 그래도 ‘여름’하면 ‘바다’, ‘바다’하면 ‘상어’가 아닐까?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를 시작으로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상어 영화들 중, 북미 극장가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낸 작품들을 소개한다.

1. 죠스(1975)

이미지: (주)우진필림

로튼토마토: 평단 98% / 관객 90%
메타스코어: 87
개봉주말: $7,061,513
북미최종: $260,758,300
전세계최종: $471,961,371
제작비: $7,000,000

‘상어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다. 피터 벤클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애미티 섬의 주민과 관광객들을 공격하는 식인 백상아리를 잡기 위해 모여든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죠스]가 영화사에 남긴 유의미한 기록은 셀 수 없이 많다. 할리우드 영화 최초로 북미 2억 달러 고지를 밟으며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을 탄생시켰고, 괴수 영화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괜히 [죠스] 이후 개봉한 모든 상어 영화가 이 작품과 비교되는 게 아니다(심지어 [죠스] 속편까지도). [죠스]가 북미 극장가에서 올린 수익은 각각 2억 6,070만 달러와 4억 7,190만 달러. 개봉연도가 1975년인 걸 감안하면 정말 엄청난 금액인데, 4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죠스]의 북미 흥행 성적을 넘어선 상어 영화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2. 샤크(2004)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로튼토마토: 평단 36% / 관객 49%
메타스코어: 48
개봉주말: $47,604,606
북미최종: $160,861,908
전세계최종: $374,583,879
제작비: $75,000,000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샤크]는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어 영화다. 영웅을 꿈꾸는 작은 물고기 오스카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상어 돈 리노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윌 스미스와 로버트 드 니로, 안젤리나 졸리, 잭 블랙, 마틴 스콜세지 등 초호화 목소리 출연진으로 당시 전 세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영화는 북미와 전 세계 극장가에서 각각 1억 6,080만 달러, 3억 7,45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 그러나 이와 별개로 평단과 관객들은 “주인공이 매력적이지 않고, 패러디만 남발한다”라며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3. 메가로돈(2018)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로튼토마토: 평단 46% / 관객 42%
메타스코어: 46
개봉주말: $45,402,195
북미최종: $145,443,742
전세계최종: $530,259,320
제작비: $130,000,000

스티브 알텐의 소설이 원작인 [메가로돈]은 미국과 중국이 합작한 상어 영화다. 멸종한 줄 알았던 고대 생명체 ‘메가로돈’과 마주한 탐험대원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1990년대부터 몇 차례 영화화 논의가 오갔지만 계속 무산되다가 지난 2018년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장르 마니아만을 위한 영화가 아닌, 일반 관객에게 초점을 맞춘 덕에 북미 1억 4,540만 달러, 전 세계 5억 3,020만 달러 수익을 올리며 [죠스]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상어 영화’ 자리에 올랐다(인플레이션 미적용). 영화에 대한 평도 썩 긍정적인 편은 아니나, 여름 블록버스터로는 나쁘지 않다는 편. 다만 중국 자본이 투입된 탓에 과도한 중국 PPL에 대해선 아쉬움을 토로한 이들이 제법 있다.

4. 딥 블루 씨(1999)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로튼토마토: 평단 60% / 관객 38%
메타스코어: 54
개봉주말: $19,107,643
북미최종: $73,648,142
전세계최종: $164,648,142
제작비: $60,000,000

[딥 블루 씨]는 [죠스] 이후 개봉한 상어 영화 중 최고로 종종 거론된다. 영화는 상어 뇌를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과학자들의 욕심으로 두뇌가 발달한 상어들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내용이지만, 사실 사무엘 L. 잭슨이 죽는 장면과 엄청난 활약을 보인 요리사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딥 블루 씨] 특유의 ‘B급스러움’과 부족한 독창성이 아쉽다는 반응과 뛰어난 액션과 서스펜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양립하고 있지만, 호평하는 입장이나 혹평하는 이들이나 ‘한 번은 볼만한 작품’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북미와 전 세계 최종 성적은 각각 7,360만 달러와 1억 6,460만 달러. 여담이지만 국내외에 [딥 블루 씨] 아류작들이 굉장히 많이 출시됐는데, 워너브러더스에서 이들에 맞서기 위해 직접 제작한 두 속편도 평가가 영 좋지 않다.

5. 언더 워터(2016)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로튼토마토: 평단 78% / 관객 59%
메타스코어: 59
개봉주말: $16,800,868
북미최종: $55,124,043
전세계최종: $119,100,758
제작비: $17,000,000

[언더 워터]는 앞서 소개한 [딥 블루 씨]와 함께 ‘[죠스]의 뒤를 잇는 상어 영화’라 평가받는 작품이다. 멕시코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던 낸시가 백상아리의 습격을 받고 가까스로 암초 위로 몸을 피한 이후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극을 그린 이 작품의 북미와 전 세계 성적은 각각 5,500만 달러와 1억 1,910만 달러. 1,700만 달러라는 적은 제작비로 상당한 흥행을 기록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상어 영화로는 드물게 관객과 평단의 평가도 긍정적인 편인데, 특히 [가십걸] 이후 다소 주춤했던 주연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다. 육지를 코앞에 두고도 발 밑에 도사리는 상어와 부상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절박한 인물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고.

6. 47미터(2017)

이미지: (주)키다리이엔티

로튼토마토: 평단 53% / 관객 36%
메타스코어: 52
개봉주말: $11,205,561
북미최종: $44,307,191
전세계최종: $62,187,529
제작비: $5,300,000

상어 체험, 이른바 샤크 케이지에 도전한 자매가 사고로 심해 47미터 아래로 떨어져 식인 상어 떼에 둘러싸인다는 내용의 [47미터]도 좋은 성적을 낸 상어 영화다. 매력적인 설정을 100% 활용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상어의 비중이 적다는 아쉬움 섞인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점프 스케어만큼은 효과적으로 활용해 ‘공포영화’로서의 과제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의견도 있다. 적은 제작비로도 대박이 날 수 있는 장르답게, 제작비 530만 달러로 전 세계 6,210만 달러 수익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47미터]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2019년 공개된 [47미터 2]는 평단의 평가가 낮아진 반면 관객 반응은 월등히 좋아졌는데, 이는 상어의 비중이 전작에 비해 크게 늘어서다.

7. 오픈 워터(2003)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로튼토마토: 평단 71% / 관객 33%
메타스코어: 63
개봉주말: $1,100,943
북미최종: $30,610,863
전세계최종: $54,683,487
제작비: $500,000

[오픈 워터]는 국내에서 ‘환불 소동’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휴가 차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던 연인이 보트가 둘을 망망대해에 남겨놓고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생존 공포 스릴러로, 1998년 호주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 영화는 북미 3,000만 달러와 전 세계 5,460만 달러로 제작비 100배 넘는 흥행을 기록했는데, 성적과 달리 의외로 국내외 관객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상어 영화’에서 정작 상어의 비중은 적고, 인물들의 심리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국내의 환불사태도 이 때문에 벌어졌다. 뒤이어 [어드리프트]와 [케이지 드라이브]라는 속편 아닌 속편도 개봉했으나, [오픈 워터]에 한참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특별언급 – 샤크 스톰(2013)

이미지: 스크린조이

로튼토마토: 평단 78% / 관객 33%
메타스코어: N/A
제작비: $2,000,000

비록 극장 상영작은 아니지만, 이른바 ‘샤크네이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샤크 스톰] 또한 상어 장르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다. ‘목버스터(mockbuster)’ 전문 제작사 어사일럼의 대표작인 [샤크 스톰]은 토네이도에 휩쓸린 상어들이 육지로 떨어져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내용이다. ‘동물비’라는 미스터리한 자연현상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인 셈이다. TV용 영화임에도 특이한 소재와 자극적이면서도 B급스러운 연출 덕에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고, 2009년 기준 5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어사일럼의 연간 수익을 1,900만 달러로 성장시킨 주역이 바로 이 작품이다. [샤크 스톰]에서 가능성을 엿본 어사일럼은 지난 2018년 6편 [샤크 쓰나미]까지 속편을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