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OCN

OCN표 미스터리 추적극이 따뜻한 판타지와 만났다. [미씽: 그들이 있었다(이하 ‘미씽)]는 실종된 망자들이 모인 두온마을에 죽은 자를 볼 수 있는 김욱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설정만 보면 그동안 OCN에서 선보였던 서늘한 긴장감이 있는 스릴러가 예상된다. 누군가 한밤중에 사체를 옮기는 모습을 비추는 오프닝 시퀀스도 뻔히 짐작되는 장르물에 대한 심증을 굳힌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익숙한 스릴러에서 시작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죽은 자와 산 자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두고, 이들 사이에 얽힌 간절함으로 시청자를 잡아끈다. 우연히 두온마을에 흘러들어온 김욱이 계속해서 그곳을 찾는 것처럼 [미씽]은 한 번 시작하면 놓을 수 없는 인연의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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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무대인 두온마을은 실종된 영혼이 머무는 곳이다. 죽었으나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더 이상 죽음은 없고 상처는 저절로 치유되지만 고통을 느끼며, 바깥세상에서 시신을 찾아내야 그곳을 벗어날 수 있다. 안타깝고 기약 없는 삶이다.

어쩌다 두온마을에 발을 들인 김욱은 사기꾼이다. 그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악질 사기꾼한테 당한 억울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사기 행각을 벌인다는 것. 그로부터 얻는 수수료는 밥줄이다.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김욱은 어느 날 괴한들에게 납치되는 여성을 목격한 뒤, 자신마저 쫓기는 신세가 되고 결국 붙잡혀 야산으로 끌려간다. 가까스로 탈출한 김욱은 두온마을과 인접한 장판석의 집에서 깨어나고,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망자들의 세계와 인연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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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까지 진행된 드라마는 두온마을이라는 독특한 세계관과 김욱을 중심으로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얽힌 관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한다. 그동안 장판석이 외부에서 시신을 찾을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왔던 것처럼 김욱 또한 두온마을과 망자들의 평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사연을 풀어가는 방식은 장르물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그 대상이 죽은 자라는 점에서 사건이 해결되고도 애처로운 감정이 더 크다. 두온마을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가족 혹은 연인을 가까이에서 본다고 해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은 자에게 사연이 있듯이 두온마을을 볼 수 있는 김욱과 장판석에게도 사연이 있고, 이들의 이야기는 극의 중심 미스터리인 최승건설과 관련된 연쇄살인사건과 이어진다. [미씽]은 김욱을 중심으로 산 자와 죽은 자와 관계를 촘촘히 엮어내며, 그가 망자를 보는 게 우연이 아님을 암시한다. 김욱은 두온마을에서 그가 목격했던 납치 사건의 피해자 최여나와 어린 시절에 자취를 감춘 엄마를 발견하는데, 모두 자신이 아꼈던 보육원 동기의 죽음과 관계된 최승건설 사건과 연결됨을 알아차린다.

얽히고설킨 관계가 하나둘씩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호기심을 유발하는 미스터리도 탄탄해진다. 김욱의 실종된 엄마는 대체 무슨 사건을 겪고 두온마을에 오게 된 건지, 김욱처럼 오래전에 가족을 잃은 장판석은 딸을 찾을 수 있을지, 마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최여나는 과연 소망을 이룰지 등 산 자와 죽은 자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그만큼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와 행동에 집중하게 되고, 사건이 전개되는 향방을 예측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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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의 매력은 장르물의 재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죽음과 실종이라는 어두운 미스터리 안에서 묘하게도 마음의 위로가 되는 훈훈한 감동을 자아낸다. 시신을 찾지 못한 망자들이 모인 두온마을은 세상 어느 곳보다 평화롭고, 그곳 사람들은 불행한 기색을 내비치기보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화합하며 살아간다. 산 사람들도 해내지 못한 삶이 죽은 자들의 세계에 있다. 그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 마음의 안식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미씽: 그들이 있었다]를 끝까지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