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작 및 스트리밍 신작 후기

디바(Diva) – 아쉬움을 잊게 하는 신민아의 금메달리스트급 연기
이미지: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에디터 영준: ★★★☆ 퍼포먼스는 화려하지만, 마지막 착지가 아쉽다. [디바]는 세계 1위 다이빙 선수 이영이 친구이자 동료인 수진이 교통사고 이후 실종되면서 겪는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초중반 전개는 상당히 흥미롭다. 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은 이영이 수진에 대한 의심과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하다. ‘다이빙’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스릴러적인 재미와 영상미를 챙긴 것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뒷심이 부족하다. 많은 스릴러 영화에서 이미 접한 익숙한 전개는 섬세한 심리 묘사와 흥미로운 소재로 쌓은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아쉬움을 달랜 건 신민아와 이유영이다. 신민아는 트라우마와 죄책감, 광기 속에서 병드는 이영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유영 또한 친구이기에 원망과 질투심을 숨길 수밖에 없는 인물의 미묘한 감정선을 탁월하게 연기해낸다. 스릴러로는 아쉽지만, 두 배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디바]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다시 만난 날들(Da Capo) – 청춘을 위로하는 소박하고 따스한 음악
이미지: (주)영화사 오원

에디터 혜란: ★★★ 현실에 지친 무명의 음악가 태일이 어느 날 고향으로 돌아와 옛 밴드 멤버와 그의 제자인 중2병 밴드를 만나며 자신을 돌아본다. [다시 만난 날들]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던 청춘이 열정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음악의 힘을 빌려 잔잔하게 그린다. 심찬양 감독은 전작 [어둔 밤]에 이어 연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캐스팅했다. 음악 감독도 겸한 싱어송라이터 홍이삭, 기타리스트 장하은과 악기를 다룰 줄 아는 10대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연기는 어색할지 몰라도 음악 면에선 어설픈 느낌이 없다. 특히 태일이 미완의 곡 ‘재회’를 지원과 완성하는 장면은 두 뮤지션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홍이삭의 손에서 탄생한 음악은 유려한 멜로디와 홍이삭의 보컬이 돋보이며, ‘영화를 위한 음악’보단 ‘음악을 위한 영화’ 같을 만큼 음악이 큰 존재감을 드러낸다.

내 이름은 키티(Dolly Kitty and Those Twinkling Stars) – 조금씩 전진하는 인도 여성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현정: ★★★ 일탈처럼 찾아온 로맨스를 매개로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두 여성이 주도적으로 한걸음을 내딛기까지 이야기를 그린다. 사촌지간인 돌리와 카잘은 서로 다른 삶을 꿈꾼다.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하는 돌리는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의 삶을 열망하며 공허함을 채우려 하고, 부푼 꿈을 안고 도시에 정착한 카잘은 제 힘으로 성공을 이루고 사랑도 하고 싶다. 영화는 가볍고 경쾌한 흐름으로 돌리와 카잘이 새로운 사랑을 만나 욕망을 실현하며 변화해가는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서두른 결말이 아쉽긴 하지만, 전통과 관습이라는 이유로 고정된 성 역할을 강요하고 자유로운 삶을 옭아매며, 성차별과 성폭력의 위협이 일상에 만연한 현실을 다각도로 포착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두 여성을 응원하도록 이끈다. 

래치드(Ratched)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공백은 나한테 맡기세요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를 이끈 배우 사라 폴슨과 제작자 라이언 머피가 만나 색다른 공포를 전한다. [래치드]는 영화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의 빌런 간호사 밀드러드 래치드의 과거를 다룬다. 다만 영화와 드라마는 연관성이 거의 없기에 굳이 두 작품을 연이어 볼 필요는 없다. 드라마는 살인마 에드먼드 털리슨이 있는 루시아 주립 병원에 래치드가 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사라 폴슨이 주인공 래치드를 맡아 흡입력 있게 이끌어간다. 사라 폴슨은 악마와 천사의 얼굴을 오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한다. 스토리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 공들인 미장센 뒤로 피의 향연이 거침없이 펼쳐져 호러 스릴러의 매운맛을 제대로 전한다. 후반부 래치드와 주변인의 갈등이 쉽게 풀어져 극의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면이 있지만, 내년에 찾아올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공백을 달래주기엔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The Devil All the Time) – 기괴함만 빠진 ‘미드소마’ 악인 버전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화려한 출연진으로 관심을 모았던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가 드디어 공개됐다.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원작 소설가 도널드 레이 폴록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영화는 외딴 마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남자의 곁으로 사악한 자들이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이 내용을 그대로 말해주듯이, 악마는 도처에서 끊임없이 등장하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선한 줄만 알았던 주인공 아빈의 내면에도 아버지에게서 내려받은 잔인함이 서려 있고, 악마 같은 사람이 사망해도 새로운 악인이 나타나면서 끝없는 악마의 굴레를 비춘다. 대부분의 인물이 뒤틀린 신앙과 믿음을 가지고 있어 불쾌함을 배가시킨다. 믿고 보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장면마다 잘 어우러지면서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게 하는데, 특히 기묘하게 느껴지는 로버트 패틴슨의 남부 억양이 눈에 띈다. 다만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니고, 굉장히 찝찝한 뒷맛을 남기는 영화라 호불호가 강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