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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봄동

코로나19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이후, 좋고 싫음에 상관없이 외출을 삼가고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집에 틀어박히다 보면 당연히 가족들을 마주 보는 순간도 늘어나는데, 각자의 삶에만 몰두하다 오랜만에 같이 있으려니 대화 한 번 하기에도 영 어색하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집이란, 그리고 가족이란 사회생활의 피로를 잠시라도 벗고 온전히 나를 맡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임이 분명하다. 드라마 속 가족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때로는 남을 넘어 영락없는 원수처럼 굴다가도 어느새 화해하고 보듬는다. 가족 간의 서먹함을 극복하고 싶다면 ‘미워도 다시 한번!’이란 마음으로 희로애락이 가득한 가족 드라마들을 참고해 보는 게 어떨까? 물론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이니 본인의 선에서 적당히 걸러내면서 보길 바란다.

더 윈저스(The Windsors)

이미지: 넷플릭스

영국 채널 4에서 총 3개 시즌에 걸쳐 방영된 [더 윈저스]는 각종 사건사고로 타블로이드의 단골 고객(?)이 된 영국 왕실 인물들을 약을 빤 듯한 상상력으로 재조명한 시트콤이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아무리 영국이 민주주의 국가라 해도 이걸 계속 방송하도록 내버려 둘까?’ 싶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수위를 자랑한다. 남편 찰스를 좌지우지하며 권력욕을 불태우는 카밀라, 언니이자 왕세손비인 케이트를 질투하며 사사건건 해리와 엮이는 피파, 평생 왕족으로서 곱게 자랐지만 자기들도 ‘일’이란 걸 해 보겠다고 애쓰는 비어트리스-유지니 자매 등 실제 인물들도 이 모양인지 헷갈릴 정도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더 윈저스]는 올해 초 있었던 해리 왕자-메건 마클 부부의 왕실 독립 및 미국 이주를 시즌 3 최종화에서 잠시 다루기도 했는데, 시즌 4를 통해 이들 부부 및 다른 왕실 식구들의 좌충우돌 인생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Santa Clarita Diet)

이미지: 넷플릭스

이제 좀비물은 스마트폰처럼 친근하다 못해 흔해 빠진 장르다. 하지만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는 주인공이 좀비가 된 이후에도 자아는 물론 배우자·자식과의 사랑을 굳게 유지한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꽤 높은 작품이다. 하루아침에 인육만 먹어야 살 수 있는 신세로 전락한 쉴라는 직장과 이웃으로부터 이를 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데, 헌신적인 남편 조엘과 사춘기 딸 애비가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고자 함께 애쓰는 모습이 유쾌하면서도 제법 눈물겹기까지 하다. 시즌 3 최종화에서 조엘이 갑작스레 사경에 빠지자 쉴라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내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넷플릭스가 지난해 [산타클리리타 다이어트] 캔슬을 발표했기 때문에, 이후 부부의 삶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영영 알 수 없게 됐다. 드라마 제작 문제는 시청자의 권한 밖이지만 해먼드 가족을 이대로 보낼 수 없는 팬들에게는 너무나 섭섭한 처사다.

원 데이 앳 어 타임(One Day at a Time)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었던’ [원 데이 앳 어 타임]은 기존 가족 드라마에서 드러내지 못했던 페미니즘, 인종 및 성차별, 동성애와 성 정체성, 우울증, 약물 중독, 싱글맘 등 민감한 이슈를 유머에 잘 버무린 작품이다. 10대 자식 둘과 어머니를 같이 부양하면서 새로운 사랑에도 도전하는 페넬로페의 바쁜 나날을 지켜보노라면 왠지 모르게 공감과 위로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2019년 3월, 넷플릭스는 에미상 등 주요 TV 시상식을 석권하며 승승장구하던 [원 데이 앳 어 타임]를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캔슬했는데, 시청률 집계 정보 등 구체적인 근거가 전혀 공개되지 않아 언론과 시청자 모두 큰 불만을 표했다. 다행히 같은 해 6월 미국 유료 TV 채널 Pop TV가 드라마 리뉴얼을 발표하면서 2020년 3월 시즌 4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제작이 곧바로 중단되기는 했으나, 페넬로페와 가족들의 시끄럽고 단란한 삶에 동참하고 싶은 팬들은 여전히 많아 보인다.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

이미지: 넷플릭스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의 한국계 가족이 이민자로서 겪는 고충, 부모·자식 간 세대 갈등 등을 ‘웃프게’ 그려낸 수작이다. 동명의 2011년도 연극을 각색한 이 시트콤은 분명 배경도 외국이고 언어도 영어인데 묘하게 이질감이 덜하다. 주인공 김씨 부부와 자녀들의 웃지 못할 대화를 볼수록 ‘아니 저거 완전 우리 엄마·아빠랑 똑같잖아?!’ 하는 식으로 동양인(특히 한국인들은 더더욱)만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정서를 발견할 수 있다. 넷플릭스 덕분에 캐나다를 넘어 한국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어 올해 3월 시즌 4까지 방영됐고, 시즌 5~6으로 시청자들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다만 아들 ‘정’ 역의 시무 리우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동양인 타이틀롤 히어로 ‘샹치’로 발탁된 만큼,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 촬영 일정이 향후 [김씨네 편의점] 제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윌 스미스의 프린스 오브 벨-에어(The Fresh Prince of Bel-Air)

이미지: 넷플릭스

윌 스미스는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 중에서도 유독 화려한 필모그래피와 친근한 이미지가 잘 어우러진 배우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래퍼 ‘프레쉬 프린스’로 더 유명했던 스미스는 NBC 시트콤 <윌 스미스의 프린스 오브 벨-에어>에서 100% 자기 자신인(이름도 그대로 ‘윌 스미스’다) 주인공을 열연, 배우 경력의 시작점을 크고 굵게 찍었다. 열혈남아 개구쟁이 윌이 품위 있는 부자 이모의 집에 얹혀살면서 식구들과 만들어내는 온갖 잡음 및 케미는 보는 이를 시종일관 웃게 한다. 머리를 비우고 그저 즐거운 것만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혹은 예나 지금이나 소년미 넘치는 윌 스미스의 귀여움을 감상하고 싶은 ‘덕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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