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31일은 할로윈이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예년처럼 즐기기엔 위험하다.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더라도 내년에 또 찾아올 테니 올해는 안전하게 집에서 보내는 게 어떨까. 할로윈 기분을 낼 수 있는 으스스한 드라마가 있다면 허전하지 않을지 모른다. 이불속에서 둥지를 틀고 쫄깃한 긴장감을 즐길 수 있는 시리즈 10편을 소개한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The Haunting of Bly Manor)

이미지: 넷플릭스

따뜻하고 포근한 공간인 집이 공포가 된다. 최근 공개된 [블라이 저택의 유령]은 2018년 가을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힐 하우스의 유령]의 두 번째 이야기다. 셜리 잭슨에 이어 헨리 제임스의 작품에 영감을 얻어 198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젊은 미국인 여성이 부모를 잃은 두 아이의 가정교사로 고용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그린다.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 봤듯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즉각적인 공포는 없지만, 어딘가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고풍스러운 저택에 얽힌 슬픈 사연들이 애잔한 정서를 드리우며 비극적인 공포를 전한다. (넷플릭스)

마리안(Marianne)

이미지: 넷플릭스

아쉽게도 시즌 1로 끝났지만,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프랑스산 호러다. 육신을 빼앗고 영혼을 잠식하는 마녀 이야기로 성공한 공포소설 작가 에마가 불현듯 나타난 친구의 자살을 목격하고, 오래전에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이 쓴 글이 현실이 되는 기이한 경험을 하는 이야기다. 공포소설이 현실로 나타난다는 설정은 흥미롭고, 느릿하지만 차곡차곡 서사를 쌓아가는 짜임새는 탄탄하다. 한마디로 이야기도 볼거리도 충실한 공포 드라마다. 더불어 에마에게 글쓰기를 강요하며 협박하는 도주롱 부인의 섬뜩한 비주얼이 압권이다. (넷플릭스)

이블(Evil)

이미지: CBS

[굿 와이프]의 미셸 킹과 로버트 킹 부부가 제작한 [이블]은 오컬트와 수사물이 만난 드라마다. 언뜻 한자리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학과 종교의 기묘한 동거를 각종 불가해한 사건과 함께 풀어낸다. 이성과 과학을 믿는 심리학자 크리스틴과 기술 전문가 벤, 두 사람을 끌어들인 가톨릭 교회의 조사관인 사제 데이비드가 한 팀이 되어 초자연 현상인지, 심리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인 지 기이하고 혼란스러운 사건을 마주하며, 믿음과 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웨이브)

래치드(Ratched)

소설과 영화로 유명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문제적 간호사 밀드러드 래치드의 전사를 다룬다고 해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라이언 머피와 사라 폴슨이 의기투합해 손꼽히는 악역 밀드러드 래치드가 어떤 이유로 루시아 정신병원에 왔고, 무엇 때문에 괴물 같은 인격으로 변했는지 그려낸다. 8부작으로 공개된 시즌 1은 프리퀄의 프리퀄 같은 이야기다. 사악하고 섬뜩한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일단은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악의는 없으나 묘하게 잔인하고 냉혹했던 밀드러드의 변화가 예고된 만큼 시즌 2를 기대하며 보는 것도 좋겠다. (넷플릭스)

좀보트(Zomboat!)

이미지: ITV

할로윈 시즌에 좀비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좀보트]는 좀비 대재앙에 B급 유머를 얹은 드라마다. 평화로운 일요일, 버밍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자 보트를 이용해 탈출하려는 두 자매와 두 친구의 소동을 그린다. 전형적인 좀비 아포칼립스 같다고 여길 수 있지만, 영드 특유의 엉뚱하고, 냉소적이며, 고집스러운 인물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좀비 이야기를 좀 많이 봤고 탈출 계획을 주도하는 캣이 “릭이 머리를 써서 에버글라데스로 갔다면 [워킹 데드]는 한 시즌에 끝났을” 거라고 말할 정도다. 그 이유는 좀비는 수영을 못하기 때문인데, 좀비물의 고정관념에 기대지 않는 인물들의 우당탕탕 탈주극이 신선하다. (시즌)

스웜프 씽(Swamp Thing)

이미지: DC Universe

영화 [늪지의 괴물]로 알려진 다크 히어로 ‘스웜프 씽’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1971년 코믹스 작가 렌 윈과 버니 라이트슨이 탄생시킨 과학자 알렉 홀랜드는 악당의 음모로 늪지의 식물과 결합해 끔찍한 모습의 괴물로 변한 인물이다. 드라마로 돌아온 [스웜프 씽]은 루이지애나주의 고향에 퍼진 수상한 바이러스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애비 아케인 박사가 늪지를 탐문하는 과정에서 만났던 식물학자 알렉 홀랜드가 괴물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을의 숨겨진 비밀에 다가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초자연 호러를 기반으로 한 만큼 기존 DC 코믹스 드라마와 달리 기괴한 비주얼과 스산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시즌, 시리즈온)

라 레볼뤼시옹(La Révolution)

이미지: 넷플릭스

프랑스 버전 [킹덤]을 보는 기분이다. [라 레볼뤼시옹]은 [킹덤]처럼 백성들은 굶주리고 귀족들은 호화롭게 살아가는 프랑스 혁명 직전의 1787년을 배경으로, 귀족의 영지에서 한 소녀가 끔찍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수수께끼의 죽음에서 비롯되는 미스터리는 [킹덤]을 떠올리지만, 흘러가는 양상은 다르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푸른 피’라 불리는 미지의 바이러스가 귀족의 선택으로 퍼진다는 것인데, 전염병에 감염된 귀족들이 잔혹한 살인마가 되어 사람들을 희생양 삼는 모습이 섬뜩하다. [라 레볼뤼시옹]은 소녀의 죽음을 조사하는 의사와 평민들의 어려운 삶을 이해하는 백작, 저항 세력인 형제단이 힘을 합쳐 탐욕스러운 귀족의 음모에 맞서는 과정을 담아낸다. (넷플릭스)

더 테러(The Terror)

이미지: AMC

2018년에 공개된 [더 테러] 시즌 1은 북극 항로를 개척하고자 출항한 영국 해군 탐험대 이리버스호와 테러호의 악몽 같은 여정을 따라간다. 지금까지도 완전한 해답을 찾지 못한 탐험대의 실화를 소설로 옮긴 댄 시먼스의 [테러호의 악몽]을 각색한 작품이다. 살을 에는 듯한 혹한의 날씨와 고립된 사람들의 본능적인 공포와 생존의 광기가 어우러져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해 공개된 시즌 2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사진작가를 꿈꾸는 일본계 미국인 남성이 의문의 여인과 기괴한 죽음에 맞서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미국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마존)

트와일라잇 존: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

이미지: CBS

1959년부터 1964년까지 CBS에서 방영됐던 인기 앤솔로지 시리즈의 세 번째 리바이벌 작품이다. 조던 필 감독이 제작과 내레이션에 참여해 기묘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로 안내한다. SF, 스릴러, 미스터리 등의 장르 안에 인종차별, 가짜 뉴스, 난민 등의 현실과 맞닿은 이슈가 담겨있고, 에피소드에 출연하는 게스트는 화려하다. 쿠마일 난지아니, 스티븐 연, 아담 스콧, 제이콥 트렘블레이 등이 알쏭달쏭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웨이브)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Unsolved Mysteries)

이미지: 넷플릭스

극적인 긴장감이 가득하다 해도 허구의 이야기는 좀처럼 끌리지 않는다면, 미국의 [그것이 알고 싶다]로 불리는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를 권한다. 1987년에 첫 방송된 다큐 시리즈를 리부트한 작품으로,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았거나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각종 사건을 40분 내외의 에피소드로 재구성했다. 최근 공개된 두 번째 파트는 홀로 고급 호텔에 투숙해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죽은 여성이 남긴 미스터리부터 2011년 일본 동북부를 휩쓴 쓰나미 이후 생존자들이 전하는 유령 목격담 등 더욱 모호하고 기이한 사건들로 채워졌다.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