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친구의 “쌍방 삽질 로맨스”라는 경쾌한 소개글로 접한 [경우의 수]. 이름만으로 흥행을 보장하는 스타,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신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연출은 없지만, 아주 강력한 ‘공감’의 힘이 있다. 캐릭터들이 겪는 일이나 느끼는 감정은 모두 한 번쯤 경험했거나 언젠가 경험할 일이다. 내 감정 때문에 잠 못 이룰 만큼 괴로웠거나, 불확실한 미래에 두렵고 불안했거나, 내 맘을 확신할 수 없어서 갈팡질팡했다면 [경우의 수] 캐릭터들의 상황과 심정에 빠진다.

이 글에선 [경우의 수] 속 사랑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전개도 예측해 본다. 지독한 짝사랑, 현실 연애, 모태 솔로, 의도치 않은 삼각관계 등 종류가 참 다양하다. 사랑 때문에 울고 웃어봤어도, 그런 경험이 없어도 공감할 만한 이들의 연애담을 살펴보자.

우연-수: 쌍방 삽질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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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친구로, 우연은 잘생기고 친절한 수를 짝사랑하지만, 수는 친구라고 선을 긋고 우연의 마음을 두 번이나 거절했다. 우연은 수의 마음을 기대하고 오해하다 매번 상처 받았다. 이제라도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마음을 접으려 하고, 수에게 ‘짝사랑의 저주를 풀’ 키스를 한다. 이제 우연에게 수는 지나간 시간과 상처를 상징하는 존재일 뿐이다.

반면 수는 다급해졌다. 우연이 점점 자신과 멀어지고 불도저처럼 구애하는 준수와 썸을 탄다. 수는 언제나 친구로 지내고 싶다고, 우연의 짝사랑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연을 잡지만, 더 큰 상처만 남긴다. 우연이 준수와 연인이 되자, 수는 그동안 놓쳤던 수천 번의 기회를 후회한다. 그래도 수는 포기하지 않고, 우연을 향한 절절한 짝사랑을 시작한다.

한없이 이기적인 수를 사랑하는 우연이 안타깝다. 다시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수의 모든 말과 행동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게 이해된다. 살면서 한 번쯤 짝사랑으로 울어봤다면, 우연의 모든 행동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8화를 기점으로 둘의 관계는 전복됐고, 이젠 수가 우연을 기다린다. “어차피 얘네가 메인이니까”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결과에 도달하기 전 과정이 공감할 만큼 잘 그려진다면, 둘의 지난한 삽질의 끝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다.

우연-준수: 좋은 사람과의 나쁜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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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와 우연은 정말 우연히 만났다. 우연이 술에 취할 때마다 이수에게 전화해 주정을 부릴 때, 반대편엔 번호의 새 주인 준수가 있었다. 준수도 사랑하는 사람을 놓쳤기 때문에 같은 처지인 우연에게 호감을 느낀다. 준수는 우연에게 저돌적으로 다가서고, 우연도 준수의 마음을 받아들이며 둘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평탄하지 않다. 여전히 우연의 곁에 수가 있는 게 원인이지만, 그게 아니라도 이 연애는 처음부터 공평하지 않았다. 다른 남자에게 가려는 우연을 바보같이 기다릴 만큼 좋아하지만, 우연이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불안을 느낄 만큼 확신이 없다. 조급한 준수는 모든 것을 동원해 우연의 마음을 잡아두려 하지만 그게 두 사람을 멀어지게 할 것이다.

9화 예고에서 준수는 수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그동안 수에게 쌓인 불만과 관계에서 느끼는 불안함이 폭발한 것이다. ‘서브남주라서’ 우연과 안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좋은 사람인 준수의 발버둥이 안타깝다. 하지만 한 사람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유지되는 관계가 좋은 것일까? 이쯤에서 준수는 친구 상식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너무 불안하면 놔. 그거 네 것 아니야.”

영희-현재: 사랑만으로 미래를 보장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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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현재가 연희에게 한눈에 반하며 시작된 10년차 커플. 모두들 두 사람이 언젠가는 결혼할 거라 생각하지만, 영희는 확신하지 못한다. 홀어머니와 띠동갑 동생을 돌볼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미래를 꿈꾸는 게 사치인 처지이니, 자신만 바라보는 현재와 헤어져야 하나 고민한다. 반면 현재는 영희에게 처음 반한 그날부터 영희가 꿈이고 장래 희망이었다. 영희가 결혼 이야기를 자꾸 피하는 건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현재는 기다리는 걸 택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영희가 그와 모든 걸 나눌 수 있길 바란다.

8화까지 두 사람은 연인에서 부부가 되기 전, 결혼과 미래에 대한 생각의 보폭을 맞춰간다. 드라마는 쌍방 짝사랑과 삼각관계로 시청자를 설레게 만들면서 영희와 현재의 관계로 연애와 결혼의 현실도 다룬다. 땅에 달라붙어 있는 듯한 연애담에 가끔은 마음이 무겁지만, 이들 덕분에 [경우의 수]가 마냥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남지 않는다.

진주-상혁: 연애에 조급해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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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의 검사. 모태 솔로. 한진주의 상황이다. 쉼 없이 연애하는 우연, 10년째 한 사람과 사귀는 영희와 달리, 진주는 아직 짝을 못 만났다. 친구들은 눈을 좀 낮추라고 말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허우대 멀끔하고 ‘급이 되는’ 사람과 연애하는 게 그동안 한 고생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반면 상혁은 대학 대신 일하는 걸 선택했고, 차곡차곡 돈을 모아 서른이 되기 전 자기 가게를 차렸다. 목표한 것도 이뤘고, 친구들과는 꾸준히 만나니, 외로움을 느낄 이유가 없고, 굳이 연애를 할 필요도 없다.

[경우의 수]는 연애를 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룬다. 진주의 착각과 절망과 술주정이 큰 웃음을 담당하지만, 그를 이 나이 먹도록 연애도 못 하는 비정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어른의 통과의례 같은 연애와 결혼에 따라가지 못해 조급해하는 심정을 보여준다. 삶의 변화에 다소 무심한 상혁은 진주와 다르지만, 연애 경험이 없다는 것 때문에 둘이 통하는 게 있다. 8화까지는 친구일 뿐이지만, 진주가 교통사고로 알게 된 연하의 대학생과 가까워지면서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