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작 및 스트리밍 신작 후기

마틴 에덴(Martin Eden) –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이 만난 시네마
이미지: 알토미디어(주)

에디터 현정: ★★★☆ 한 남자의 투쟁적인 삶을 낭만적인 멜로드라마와 클래식한 질감의 비주얼로 담아낸 영화다. 가난한 선박 노동자가 상류층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신분상승을 꾀하며 작가를 꿈꾼다는 이야기에 새로움은 없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뚝심 있는 연출이 조화를 이루어 요즘 보기 드문 시네마적 감흥을 끌어낸다. 영화를 완벽하게 장악한 루카 마리넬리의 존재감은 단연 최고다. 투박함과 순진함이 공존하는 인물이 사랑에 빠지고 부유한 부르주아의 세계에 눈을 뜨면서 변화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해 순수한 기쁨과 절망이 교차하는 한 남자의 생애가 더욱 가슴 뛰게 다가온다. 신분상승 욕망과 계층 간의 갈등이라는 고전적인 테마를 한 시대를 압축한 회화를 보듯 미학적으로 담아낸 영상미는 빼어나고, 운명적인 로맨스에서 사회 비판적인 주제 의식이 담긴 반영웅적인 서사로 나아가는 힘은 묵직하다. 모처럼 시네마적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니 가능하면 극장에서 관람하길 권한다.  

오버 더 문(Over the Moon) – 디즈니 감성 가득한 달나라 여행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 중국의 신화가 디즈니의 감성을 만났다. [오버 더 문]은 중국 중추절 신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돌아가신 엄마가 들려준 달의 여신을 찾기 위해 페이 페이가 로켓을 타고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스러운 캐릭터, 뮤지컬과 환상적인 영상의 만남 등 여러모로 디즈니의 향수가 짙게 느껴진다. 특히 주인공과 함께하는 토끼 번지는 한 번 보면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귀여운 매력으로 영화의 즐거움을 더한다. 후반부에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눈물샘도 훔친다. 과거의 추억보다 더 소중한 것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가 작품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마음을 적신다. 다소 이야기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고, 가장 기대했던 감동의 진폭이 생각만큼 크지 못해 아쉽지만, [오버 더 문]은 보는 내내 훈훈한 분위기로 달나라 힐링 여행을 계속해나간다.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 – 안야 테일러 조이가 선사하는 매력적인 캐릭터 탐구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월터 태비스의 소설이 원작인 [퀸스 갬빗]은 소녀 베스가 체스 그랜드 마스터를 목표로 정진하는 과정을 그린다. 1950~60년대 남자들이 지배하는 체스판에서 베스는 천재 플레이어로 명성을 얻는다. 그러나 누구도 베스의 외로움과 불안을 알아주지 않고, 베스는 술, 약, 체스로 푼다. 물론 끝에는 베스는 혼자가 아니며, 그를 지켜보고 옆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앉은자리에서 7편을 다 보게 할 만큼 흡인력이 있다. 스콧 프랭크의 각본과 연출은 말할 것 없고, 촬영, 미술, 의상, 분장 모두가 세련되고 아름답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시작이자 끝은 베스를 연기한 안야 테일러 조이다. 자신의 모든 자산을 쏟아부은 테일러 조이의 연기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캐릭터 베스를 시청자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이끈다. 시대물에 관심이 없고, 체스 룰을 하나도 몰라도, 녹록지 않은 시대를 재능 하나로 돌파하는 주인공과 테일러 조이를 보는 것만으로 이 작품은 가치가 있다.

레베카(Rebecca) – 화려한 색감으로 감쌌지만, 어딘가 공허하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레베카도 없고 스릴도 없다, 남는 건 영상미뿐. 넷플릭스 [레베카]는 1년 전 아내를 잃은 귀족과 결혼한 젊은 여성이 전처의 흔적이 가득한 대저택에 머물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나 뮤지컬과 달리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성장 서사에 초점을 둔 현대적인 재구성이 인상적이다. 아미 해머와 릴리 제임스의 연기와 빼어난 영상미 또한 눈을 즐겁게 한다. 다만 원작 소설이나 1940년작 영화, 뮤지컬에 좋은 추억을 가진 이들은 [레베카]의 ‘진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댄버스 부인의 존재감이 덜 하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올 수 있다. 스토리도 ‘촘촘히 쌓여간다’는 인상보다는 일련의 사건들을 그저 나열한 듯해 영화가 늘어지고, 극 전체를 아우르는 서스펜스가 밋밋하다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이 작품을 통해 [레베카]를 처음 접했다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요소들이나, 기존 작품을 접한 이들에게 이 영화는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듯하다. 뮤지컬 언제 또 하려나…

살육 호텔(Cadaver) – 음산한 호텔에서 보내는 혼란스러운 하룻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다가오는 할로윈에 걸맞은 스산함이 가득하다. [살육 호텔]은 핵 재앙이 휩쓸고 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레오노라, 야코브, 알리스 가족이 식사를 제공하는 연극 공연을 관람하러 지역 호텔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노르웨이 영화다. 연극 연출자 마티아스는 호텔의 모든 곳을 무대로 벌어지는 모든 것이 연극이라고 말하는데, 공연이 시작된 후 점차 현실과 연극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주인공뿐 아니라 시청자까지도 혼란에 빠진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계관을 비추었던 도입부와는 다르게 호텔의 연극 공연에 모두가 아무 의심 없이 참여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인지 환각인지 분간할 수 없는 공간에서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레오노라의 감정선을 잘 녹여내어 몰입감을 준다. 혼란의 중심이 되는 요소를 역이용해 숨겨진 비밀을 폭로하는 레오노라의 모습을 극적으로 담아내어 마지막까지 쾌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