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작 및 스트리밍 신작 후기

도굴(Collectors) – 깊게 파고들수록 익숙한 맛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원희: ★★☆ 과연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가 될 수 있을까? [도굴]은 천재 도굴꾼 강동구가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에게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거래를 제안받고, 팀을 꾸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선릉을 도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다. 이제훈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조우진의 코믹한 모습, 야망을 품은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신혜선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각종 도굴 장면을 통해 현실감 넘치게 잘 만들어진 땅굴 내부를 유쾌하게 선보이면서 다분히 오락적인 인상을 준다. 다만 윤실장의 거래에 응하고 도굴을 시도하는 이유가 강동구의 과거에 얽힌 비밀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서사의 중심이 강동구와 회장의 관계로 집중되고 다른 인물들은 가볍게 소모되는 점이 아쉽다. 대사와 상황들도 그간 봐왔던 국내 범죄 오락 영화와 비슷한 결로 흘러가면서 익숙한 맛으로 마무리한다.

홀리데이트(Holidate) – 주연 배우의 케미스트리로 해결 불가능한 어설픔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로맨틱 코미디가 뻔한 이야기의 재치 있는 변주로 승패가 결정된다면, [홀리데이트]는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영화는 어머니의 걱정과 짝이 있는 가족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피하기 위해, 홀리데이 데이트 때문에 진지한 관계로 이어지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어쩌다 알게 된 두 남녀가 홀리데이용 동반자가 되기로 합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약 1년 간 온갖 기념일과 결혼식을 함께 보내며 두 남녀가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설레게 그리기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야한 농담이 자주 나오고 꽁냥꽁냥 연애 대신 막장 가족 코미디로 흐를 듯한 지점이 여러 군데 있다. 캐릭터, 관계 역학 등 클리셰를 재해석하려 시도한 점은 높이 사지만,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을 만큼 두드러지지 않는다. 엠마 로버츠와 루크 브레이시의 연기와 호흡은 좋은 편이라, 더 좋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커플 연기를 다시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 남자의 집(His House) – 슬픔이 깃든 유령의 집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현정: ★★★ 황량한 정서로 끌고 가는 심리 호러 영화다. 시작은 인종차별(난민 혐오)과 하우스 호러가 만난 [겟 아웃]이 언뜻 겹친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남수단을 탈출한 젊은 부부는 영국에 도착하고 임시거처를 얻지만, 새로운 삶은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다. 지저분한 집은 바퀴벌레와 쥐가 들끓고, 담당 공무원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은 부부(난민)에게 무관심하고 배타적이다. 심지어 서로 간의 친밀함이 느껴지지 않는 부부가 정착한 집은 묘하게 불길한 기운이 가득하다. 영화는 안팎으로 억눌린듯한 부부가 고립된 섬이나 마찬가지인 집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혀 환영에 시달리는 모습을 건조한 톤으로 묘사한다.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후반부에 비롯된다. 난민을 배척하는 사회를 호러 장르로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딘가에도 섞이지 못하는 슬픔과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아우르며, 난민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마더(Mother) – 고구마 한 트럭은 먹은 듯한 답답함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 일본에서 실제 일어났던 조부모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범인으로 지목된 한 모자의 기구한 사연을 그린다. 영화는 가족에게 버림받고 세상에 고립된 어머니와 아들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찬찬히 담아낸다. 설정만 보면 각박한 환경에 놓인 모자의 안타까운 현실을 비추는 것 같지만, 실상은 지옥 같은 생활을 그들 스스로, 특히 엄마 아키코가 초래했다는 사실에 연민보다 분노와 황당한 마음만 들뿐이다. 더군다나 인물들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기에 쉽게 마음이 가지 않고 답답함만 더한다. 일본의 대표 배우 나가사와 마사미가 엄마 역을 맡아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연기 변신을 선보이지만, 우울한 분위기에 묻혀버리고 만다. 영화가 다루는 소재와 메시지가 일회성 감상에만 그치지 않을 정도로 무겁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작품 스스로가 단절한 듯해 아쉽다.

퀴즈(Quiz) – 누구인가? 지금 누가 기침 소리를 냈어?
이미지: 왓챠

에디터 영준: ★★★★ 당사자만 알고 있는 정답, 그래서 더 궁금하다. [퀴즈]는 영국 퀴즈 프로그램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에서 우승한 잉그럼 부부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사기죄로 기소당한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는 ‘기침 부정행위’를 둘러싼 잉그럼 부부와 방송사의 치열한 진실 공방, 진실이 아닌 ‘진실이라 믿고 싶은 것’을 따르는 대중의 모습을 대단히 흥미롭게 그려낸다. 퀴즈 프로그램과 법정 드라마가 선사하는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 한데 잘 어우러진 느낌이다. 사건을 최대한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판단은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 놓는 결말 또한 인상적이다. 세 에피소드를 한 번에 몰아서 볼 만큼 몰입감 넘치지만, 한편으로는 작품을 보며 씁쓸한 마음도 지울 수 없었다. 자신들을 피해자라 칭하며 잉그럼 부부를 범죄자로 몰았던 ITV가 다큐멘터리에 이어 이 드라마를 제작했다고 하는데, 과연 이들이 말한 진실이 맞는 걸까. 말해봐요, 답이 뭡니까? 궁금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