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JTBC

악인들이 더 큰 악에 맞선다는 스토리는 이제 꽤나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다. JTBC [사생활]도 비슷한 부류다. ‘사기꾼들이 나라 전체를 쥐고 흔들려는 대기업과 사기 대결을 펼친다’라는, 자칫 뻔하게 다가올지 모르는 이야기를 [사생활]은 과연 어떻게 풀어냈을까?

차주은의 인생은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사기꾼 부모와 함께 사기로 먹고살다가 바로 그 사기 때문에 가족이 파탄 나고 몸소 감옥까지 다녀왔다. 그러나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시 한번 ‘다큐 배우(사기꾼을 뜻하는 은어)’로 활동하던 주은은 미션 수행 중 만난 대기업 사원 이정환과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결혼까지 약속받는다

하지만 인생 뜻대로 되는 법이 없다. 결혼식 당일 정환은 나타나지 않았고, 주은은 자신이 알던 그의 모습이 전부 가짜였음을 깨달은 데 이어 사망 소식까지 접한다. 정환의 죽음으로 빚더미에 앉은 것은 덤. 주은은 결국 가족의 행복을 산산조각 냈던 정복기와 손을 잡고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사기로 시작했을지언정, 진심으로 사랑했던 정환의 정체와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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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은 인상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권력 집단의 감시’나 ‘개인정보와 사생활’이란 소재는 자칫 진부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는 이야기에 현실감과 신선함을 불어넣었고, 범죄와 첩보, 로맨스, 코미디라는 다양한 장르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잘만 풀어낸다면 몰입감 넘치는 드라마가 탄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리고 초반에는 이 흥미로운 요소들이 잘 어우러지는 듯했다.

초반부가 흥미로울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캐릭터들 사이의 케미스트리다. 주은이네 가족의 사기극과 ‘개그 캐릭터’ 한손의 존재감은 극에 유쾌함을 더했고(물론 사기는 굉장히 나쁜 범죄다), 두 악역 김재욱과 정복기가 선사하는 긴장감, 이정환의 미스터리함이 어우러지면서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었다. 또한 누구 하나 지적할 필요도 없이 모든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지만, 그중에서도 서현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소녀시대 멤버가 아닌 ‘배우 서현’의 다른 작품을 보지 못한 입장에서, 엄청난 발견을 한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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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단순히 케미스트리로만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바로 ‘극의 산만함’이다. [사생활]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재 시점에서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을 좇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과거로 돌아가 시청자들에게 진실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러한 전개는 많은 장르물에서 택하고 있는 방식이지만, [사생활]은 타임라인이 변경되는 빈도수가 지나칠 정도로 잦은 데다가 둘을 구분하는 것마저 어렵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잠시라도 방심하면 ‘도대체 이게 현재야 과거야?’라며 혼란에 빠지고, 몰입감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의 시작을 함께한 이들도 헷갈리는 상황에서, 이제 막 드라마를 보려는 신규 시청자들에게는 더더욱 큰 진입장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에서도 서비스 중인 것도 영향이 있겠으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시청률이 점점 떨어지는 건 그만큼 피로감을 호소하고 중도하차한 시청자가 많아지는 반면 유입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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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건 8화를 기점으로 [사생활]의 시청률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점이다. 주은과 정환이 서로의 정체를 알아냈고, 다소 두루뭉술했던 ‘국가의 사생활’과 이를 통해 악역들이 얻어내려는 게 무엇인지도 최근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장점보다 아쉬운 점이 조금 더 눈에 띄었지만, 차후 에피소드들에서 본격적인 ‘사기꾼과 대기업의 사기 대결’을 통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그리고 웬만한 과거 서사가 이전 에피소드들에서 해결된 만큼, 앞으로는 전개가 조금 더 간결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