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우주는 막연한 신비감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동안 많은 작품들이 미지의 공간인 우주를 다채롭게 그려내 SF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작품 속에서 우주는 어떤 공간으로 묘사됐을까. 오늘은 멀고 먼 미래에 펼쳐지는 볼거리 가득한 모험담부터 현실에 밀착한 화성 탐사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소개한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이미지: 넷플릭스

대표적인 SF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스타트렉]의 7번째 시리즈다. 오리지널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하며, 커크 선장과 스팍이 활약하던 시대 이전에 새로운 문명을 탐험하던 USS 디스커버리호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는 선장 중심으로 흘러갔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소네쿠아 마틴 그린이 연기하는 벌칸식 교육을 받은 인간 마이클 버넘을 중심으로 디스커버리호 승무원들이 미지의 위협을 헤쳐나가며 펼치는 모험담을 담아낸다. 프랜차이즈를 상징하는 다양성이 돋보이는 캐릭터와 서사가 눈에 띄고, 공들인 시각효과는 보는 즐거움이 있다. 11월 6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넷플릭스에 시즌 3 새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익스팬스(The Expanse)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즌 5 방영을 앞둔 [익스팬스]는 인류가 태양계를 식민지화한 200년 후 미래의 이야기다. 얼음 운반선에서 일하던 평범한 승무원들과 권력가의 사라진 딸을 추적하던 형사가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는 정체불명의 원시 분자와 얽힌 음모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태양계에 귀한 물과 공기가 풍족한 UN 체제의 지구, 과거에는 지구의 식민지였으나 현재는 독립하고 군사적 긴장 관계에 있는 화성, 태양계의 노동자 계급인 소행성대(벨트)의 정치적 분쟁이 음습한 미스터리와 어우러져 흥미롭게 펼쳐진다. 전개는 다소 느릿하고 복잡해 보이지만, 현실을 반영한듯한 미래 세계의 이야기는 매혹적이고, 정교한 시각효과는 감탄을 자아낸다. 오는 12월 16일, 아마존에 새 시즌이 공개된다.

어나더 라이프(Another Life)

이미지: 넷플릭스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케이티 새코프가 주연으로 나선 SF 시리즈다. 지구에 정체불명의 외계 물체가 착륙하고 어디론가 신호를 보내자 분야별 젊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탐사대가 우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엄격하고 진지해야 할 살바레호 대원들의 임무는 꽤 가볍게 흘러가는 편이다. 로튼토마토에서 썩토(6%)를 받을 만큼 서사는 허술하고 캐릭터는 깊이가 부족하다. 또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과 장면도 빈번하게 눈에 띈다. 하지만 막장 요소를 빠르게 휘몰아치며 전개하고, 살바레호를 이끄는 사령관으로 분한 케이티 새코프가 멋진 퍼포먼스로 중심을 잡아 시청자를 만족시키는데 성공했다. 현재 시즌 2 제작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

나이트플라이어(Nightflyers)

이미지: 넷플릭스

[왕좌의 게임] 원작자 조지 R.R. 마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고립된 공간이나 마찬가지인 우주선 내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룬다. 전염병과 환경오염으로 종말 위기가 닥친 먼 미래, 인류의 희망이 될지 모를 미지의 외계 종족 볼크린을 찾아 나선 우주선 나이트플라이호에 강력한 텔레파시를 가진 인물이 탑승하면서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이야기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미스터리보다는 막중한 임무를 위해 우주선에 탑승한 사람들이 점차 불안과 의심에 사로잡혀 변해가는 모습을 음울하게 그려내는 드라마에 가깝다. 넷플릭스.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Raised by Wolves)

이미지: HBO

리들리 스콧 감독이 참여한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는 올해 핫한 반응을 얻은 SF 시리즈다. 이야기는 고대 로마 신화(미트라교)에 영감을 받은 듯하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핵전쟁으로 문명이 붕괴된 먼 미래를 배경으로, 인류 재건을 위한 임무가 프로그래밍된 안드로이드(마더, 파더)가 케플러-22b라는 행성에 정착해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그린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에서 봤던 무신론과 유신론, 창조주와 인류의 기원, 괴생명체 등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재현한 암울하고 황량한 영상미는 시각적인 기대를 만족시킨다. 또한 넘사벽 능력을 가진 안드로이드 마더로 분한 아만다 콜린의 소름 끼치는 연기는 도전적인 이야기의 일등공신이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서비스 전인데, 시즌 2를 시작할 때쯤이면 정식으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Lost in Space)

이미지: 넷플릭스

SF와 가족 드라마가 만났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새로운 삶을 찾아 우주로 떠난 로빈슨 가족이 불의의 사고로 외딴 행성에 추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960년대 방영한 동명의 TV 시리즈가 원작이며, 불시착한 가족들이 끈끈한 가족애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고 기지를 발휘해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외계 로봇과 우정을 쌓고, 또 다른 생존자 그룹과 대립하기도 한다. 시즌 2는 무대를 확장해 좀 더 풍부한 볼거리와 역동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특히 우주의 신비로움을 환상적으로 재현한 시각효과가 정말 탁월하다. 지난 9월 시즌 3 제작에 돌입했으며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어웨이(Away)

이미지: 넷플릭스

힐러리 스웽크 주연의 [어웨이]는 인류 최초로 화성 탐사에 나선 우주비행사들의 이야기다. 유인 화성 탐사가 아직까지는 먼 이야기 같아도 앞서 작품들과 달리 지극히 현실에 기반을 두며, 이를 풀어가는 방식도 사실적이다. [어웨이]는 화성 탐사선을 이끄는 사령관 에마를 중심으로 다국적 우주비행사들의 고뇌와 갈등,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멜로드라마의 문법으로 담아낸다. 3년간의 우주 항해에 나선 에마는 출발선부터 삐꺼덕거린다. 남편은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쓰러지고, 일부 동료는 에마의 자질을 의심한다. 극적인 전개는 없지만 우주선 안에서 펼쳐지는 일상적인 위기의 순간들이 몰입감을 자아낸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화성에 착륙하면서 끝났는데, 아쉽게도 넷플릭스가 캔슬해 더 이상의 이야기를 볼 수 없다.

더 퍼스트(The First)

이미지: 웨이브

[더 퍼스트]는 [어웨이]보다 더 현실에 가깝다. 마찬가지로 화성 탐사가 주 이야기다. 다른 게 있다면, [더 퍼스트]는 화성으로 발을 내딛기까지의 복잡한 과정에 집중한다.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과 같은 영웅적인 성취도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안타까운 희생이 따랐던 우주산업의 이면을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드라마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비극이 연상되는 폭발 사고로 시작해, 정치적 압력과 거센 비난 속에 존폐의 기로에 놓인 우주 프로그램이 인류의 염원을 담아 다시 한번 화성으로 향하는 고단한 여정을 우주비행사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더해 담아낸다. 웨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