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어벤져스: 엔드게임]처럼 “스파이더맨, 어셈블!”라는 외침을 들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스파이더맨] 신작에서 톰 홀랜드를 비롯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까지 역대 스파이더맨을 연기했던 배우들이 모인다는 소식이 해외 매체에 보도됐다. 아직까지 공식입장이 아닌 루머에 불과하지만, 상상만으로도 많은 영화 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루머가 꼭 현실화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역대 스파이더맨들의 활약을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들로 엮어 정리해본다.

*본문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었습니다.

스파이더맨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2002년 첫 선을 보인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은 기록적인 흥행과 놀라운 작품성으로 슈퍼히어로 영화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1편의 대부분의 장면이 모두 인상 깊고 즐거움을 선사했는데,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슈퍼 거미에 물려 큰 힘을 가진 피터 파커가 혼란에 빠졌을 때 삼촌 벤 파커가 전했던 이 한 마디는 단순한 명대사를 넘어 시리즈의 근간이 되는 핵심 메시지가 되었다. 특히 피터가 노먼의 장례식 뒤로 삼촌이 남긴 말을 되새기는 모습은 자신의 운명을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주며, 많은 슈퍼히어로 영화에 영감이 되었다.

스파이더맨 2 – 열차를 멈추는 스파이더맨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스파이더맨 2]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액션을 보여준 동시에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스파이더맨은 닥터 옥토퍼스와 혈투 중, 전철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자 건물과 건물 사이에 거미줄을 치면서 속도를 멈추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낸다. 다행히 전철이 멈춰 사람들을 구하는데 성공하지만, 스파이더맨은 지쳐 쓰러지고 만다. 이때 시민들이 손을 뻗어 그를 붙잡으며, 자신들을 구한 영웅이 평범한 청년이라는 사실에 놀라움과 연민을 동시에 느낀다. 시민들은 옥토퍼스가 다시 나타나 스파이더맨을 위협하자 그를 지키겠다고 나서며 뜨거운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스파이더맨 2]는 일반인과 히어로의 삶이 양립하기 힘든 역할 갈등을 진지하게 담았는데, 이 장면을 통해 피터는 자신을 괴롭혔던 문제에 해답을 찾고 큰 힘에 걸맞은 영웅으로 거듭난다.

스파이더맨 3 – 우정의 2 VS 2 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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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과 그의 친구가 손을 잡고 악당들에 맞서 싸운다. 3편 내내 대립했던 피터와 해리가 다시 함께하는 동시에 멋진 콤비 플레이를 펼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후 베놈에게 죽을 위기에 놓인 피터를 구하려는 해리가 대신 희생하면서 감정적인 흐름에도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1-2편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를 강조했다면, 3편은 선택에 기로에 놓인 캐릭터들을 배치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복수심을 버리고 친구들에게 돌아온 해리의 마지막 결심을 통해 “옳은 선택을 하는 건 우리의 몫이다”는 시리즈의 또 다른 메시지를 의미 있게 완성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크레인이 희망의 다리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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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는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2]의 열차 장면이 떠오르는 부분이 있다. 리저드의 테러를 막기 위해 달려가던 스파이더맨이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 힘들어하던 찰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피터가 예전에 구해준 아이의 아버지와 동료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스파이더맨의 이동을 도와주는 장면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영웅을 응원하는 모습에서 오는 감동과 함께, 크레인에 거미줄을 연결해 화려한 곡예 액션을 펼치며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 아픔을 딛고 다시 마스크를 쓰는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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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후반부,그린 고블린과 전투 중에 그웬 스테이시가 시계탑 아래로 추락하자 스파이더맨은 필사적으로 거미줄을 뿜어낸다. 개봉 전부터 그웬의 죽음에 관한 루머가 나돌았는데, 결국 영화에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당시 시리즈를 이끌던 주요 캐릭터를 단 2편 만에 퇴장시키는 강수에 많은 영화 팬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인의 죽음 이후 피터는 더 이상 스파이더맨으로 활동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웬이 남긴 말에 용기를 내고 다시 한번 마스크를 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흥행이나 평가 모두 전편보다 못하다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그웬의 죽음이라는 아픔을 딛고 다시 히어로로 돌아오는 마지막의 감동만큼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 스파이더맨 첫 등장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15년, 소니와 마블 스튜디오가 스파이더맨에 대한 판권 제휴 협상을 맺었다는 초특급 뉴스가 전해졌다. 자연스럽게 MCU 세계관에 편입된 스파이더맨의 활약상이 예고되었는데, 새로운 피터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데뷔했다. 톰 홀랜드가 맡은 스파이더맨은 이전 선배들보다 풋풋하고 순진한 모습으로 많은 기대감을 품게 했다. 역시나 스파이더맨의 활약은 빛났다. MCU의 베테랑 윈터 솔져와 팔콘을 가볍게 제압하고, 거대화된 앤트맨까지 쓰러뜨리며 강렬한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또한 토니 스타크가 스파이더맨을 발굴했다는 설정을 덧붙여 향후 시리즈에서 두 사람이 멘토와 멘티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 두 동강 난 유람선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스파이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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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은 토니가 없어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벌처의 범행을 포착하기 위해 유람선에 잠입하나, 그의 영웅 생활에 중대한 위기를 맞는다. 벌처가 가진 치타우리 코어 무기가 폭주하면서 유람선이 두 동강으로 갈라지고 사람들이 위험에 빠지고 만다. 거미줄로 막아보려 해도 역부족인 스파이더맨 앞에 아이언맨이 나타나 상황을 마무리하는데, 영화에서 거대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이 장면은 피터에게는 여러모로 한계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감당 못할 건 건드리지 말아야지”라는 벌처의 대사는 실력보다 마음만 앞선 피터의 실수를 의미심장하게 꼬집는다. 사건의 여파로 피터는 토니에게 슈트를 빼앗기고 스스로를 책망하지만, 이때의 일이 이후에 그를 각성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 미스테리오의 환상을 극복한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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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 미스테리오가 빚어내는 환상은 다채로운 볼거리와 더불어 영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장면은 피터가 가진 두려움이 형상화되었는데, MJ를 잃게 될지도 모른는 불안, 여전히 슈트에 의존하는 약한 모습, 자신이 좀 더 강했다면 토니는 죽지 않았을 거라는 일말의 죄책감이 공포영화처럼 오싹하게 펼쳐진다. 미스테리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자신을 책망하던 피터는 토니가 남긴 메시지를 되새기며 용기를 내고 다시 한번 그와 맞서 싸운다. 결국 피터는 일명 ‘피터 찌리릿’으로 통하는 스파이더 센스를 발휘해 미스테리오의 위협을 막아낸다.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층 성장한 능력을 보여주면서 다음 작품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