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작 및 스트리밍 신작 후기

내가 죽던 날(THE DAY I DIED : UNCLOSED CASE) – 외톨이라고 느끼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에디터 원희: ★★★☆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이 만들어낸 파문 같은 영화다. [내가 죽던 날]은 복직을 앞둔 형사 현수가 외딴섬의 절벽 끝에서 사라진 세진의 행적을 좇으며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작은 추리 수사물 같은 인상을 주는데, 내용을 열어보면 잔잔하게 흘러가면서 인물들의 서사가 진하게 우러나는 드라마에 가깝다. 세진의 사건을 좇을수록 현수가 겪은 일들이 드러나면서, 전혀 다른 사건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세진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현수의 모습을 김혜수의 묵직한 연기로 완벽하게 담아냈다. 아무도 의지할 데 없는 곳에 놓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노정의의 연기도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이정은이 연기한 순천댁이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서 시작해 오로지 이정은의 표정과 몸짓만으로 서사를 쌓아가며 진한 감동과 위안을 안긴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하며 안아주는 영화다.

애비규환(More than Family) – 아빠를 찾는 여정에서 발견한 가족의 의미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에디터 영준: ★★★★ 막장 드라마가 아닌 따뜻한 가족 드라마. [애비규환]은 임신 5개월 차 토일이 어린 시절 헤어진 친아빠와 사라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민감한 소재를 가볍거나 자극적으로 다루진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예상과 달리 토일의 여정을 통해 오늘날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영화다. 최하나 감독은 흔히 부모의 이혼이나 혼전 임신 등 실패 또는 부끄러운 일이라 여기는 일들을 가족을 꾸리는 동안 겪을 수 있는 실수나 성장통으로 바라본다. ‘완벽하진 않아도 어려움과 행복을 나누는 게 가족’이라는 메시지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소소하고 편안한 개그 코드는 진지한 주제를 유쾌하게 다룰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정수정을 비롯한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는 살짝 늘어지는 듯한 중반부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할 만큼 매력적이다. 자극적인 이야기에 피로감을 느꼈다면, [애비규환]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보자.

걸후드(Girlhood) – 진짜 나를 찾아가는 용감한 여정
이미지: ㈜영화특별시SMC

에디터 현정: ★★★☆ [워터 릴리스], [톰보이]에 이어 성장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다. 앞서 두 작품이 10대 소녀들의 사랑과 욕망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관찰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성 정체성을 탐구했다면, [걸후드]는 시선을 확장해 집과 학교, 사회에서 소외된 10대 흑인 소녀의 자아 찾기에 초점을 맞춘다. 파리 근교의 저소득층 거주 지역으로 눈길을 돌려, 그곳에서도 하위그룹에 속하는 10대 흑인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어디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마리엠이 좁고 답답한 세상에서 나와 흔들리고 부딪히면서 스스로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지려는 이야기다. 마리엠을 연기한 카리자 투레는 영화의 인상적인 성과다. 거리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순응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던 소녀가 우정과 연대, 이해의 시선으로 힘을 얻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성장통을 저항과 분노, 불안과 연약함이 공존하는 눈빛을 담아 완성한다. 진솔함이 듬뿍 담긴 연기 덕분에 또 다른 갈림길에 선 마리엠의 선택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The SpongeBob Movie: Sponge on the Run) – 키아누 형이 거기에 나와도 괜찮은 웃음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 전 세계 TV와 스크린을 접수한 슈퍼긍정 네모바지가 넷플릭스에 상륙했다.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은 사라진 반려 달팽이 핑핑이를 찾기 위해 스폰지밥과 뚱이가 함께 아틀란틱 시티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장판 최초로 풀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며, 스폰지밥, 뚱이, 징징이, 다람이, 집게사장, 플랑크톤 등 시리즈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활약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모험을 인도하는 세이지 역으로 키아누 리브스가 등장해 놀라움과 함께 의외의 웃음까지 더한다. 다만 영화 중반에 나온 실사 장면은 뜬금없다는 인상 속에 별 다른 재미를 전하지 못하며, 스폰지밥과 친구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 역시 곧 방영할 스핀오프 시리즈를 의식한 듯한 작위적인 연출로 작품의 유쾌한 리듬을 무너뜨린다. 극장판만의 새로운 시도는 여러모로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시리즈 특유의 개그와 재미는 여전히 살아 있다.

대시 & 릴리(Dash & Lily) – 크리스마스의 뉴욕에서 인연을 만날 달콤한 확률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상큼한 하이틴 로맨스가 뉴욕의 크리스마스와 만난 [대시 & 릴리]. 따지는 것 세상 1등인 까칠한 대시와 밝고 명랑하고 독특한 매력의 릴리는 빨간 공책에 글로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공책 너머 ‘그 아이’에게 빠진다. 도시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대시와 릴리의 모험은 규모가 크지 않고, 이들이 겪는 고초(?)는 그렇게 드라마틱하진 않다. 하지만 존재를 전혀 몰랐던 두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고 좋아하게 되는 과정, 그게 노트와 ‘도전’이라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그려지는 것이 마음을 간질인다. 빛과 컬러, 도시의 소음으로 채색한 크리스마스의 뉴욕은 올해엔 보기 힘든 광경이라 생각하니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스틴 에이브럼스와 미도리 프랜시스의 대시와 릴리는 매력적인데, 특히 프랜시스가 보여주는 릴리의 다양한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충만한 귀여운 러브스토리를 원하거나, 곧 다가울 우울하고 외로운 크리스마스에 함박미소를 지으며 볼 작품이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