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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연일 국내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내의 유혹]부터 [황후의 품격]까지, 흔히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들을 탄생시킨 김순옥 작가의 작품답게 [펜트하우스]는 매 에피소드마다 자극적인 소재와 전개로 시청자들의 머리를 얼얼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김순옥 작가의 작품들은 도대체 왜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매력이 있는 걸까? ‘순옥킴 유니버스’에 자주 등장하는 특징들을 살펴보자.

1. 다섯 글자 제목

2008년 [그대로 좋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김순옥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 제목들은 [언니는 살아있다!]를 제외하면 전부 다섯 글자다. [펜트하우스] 역시 마찬가지.

2. 정신이 아득해지는 마라맛 막장 전개

임성한과 더불어 ‘막장 드라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가 바로 김순옥이다. 이런 김순옥 작가의 이미지답게, [펜트하우스] 역시 혀가 얼얼한 매운맛이 드라마 내내 등장한다. 불륜과 납치, 살인, 시신 유기 및 훼손, 출생의 비밀, 입시비리, 학교폭력, 가정폭력까지. 여기까지가 불과 4회만에 등장한 막장 요소다. 워낙 자극적인 요소가 많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이 들어갔을 정도인데, 이러한 논란에도 ‘재미있으니까 본다’는 시청자들이 많아 연일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3. 악역의 미친 존재감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국내 드라마계에서 손꼽히는 악역들을 탄생시킨 게 바로 김순옥 작가다. 그리고 이러한 탁월한 악역 묘사는 [펜트하우스]에서도 여지 없이 드러난다.

[펜트하우스]에서 심수련과 민설아 정도를 제외하면 “제정신인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악역의 포스를 내뿜는다. 그중에서도 메인 악역을 꼽자면 단연 주단태와 천서진이다. 다만 그동안 김순옥 작품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보였던 여성 악역들과 비교했을 때 천서진의 임팩트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편이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주단태의 사이코패스적인 면모가 워낙 부각된 것 때문이지, 저지른 행동 자체는 상당히 악랄한 데다가 천서진의 속내가 점점 부각되고 있어 앞으로 굉장한 포스를 내뿜지 않을까 싶다.

4. 어릴 때 헤어진 친부모와 친자식

흔히 ‘출생의 비밀’이라고도 하는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 특히 어릴 때 헤어지는 바람에 눈 앞에 있음에도 친부모와 친자식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설정은 김순옥 작가가 참 즐겨 쓴다. [펜트하우스]에서는 심수련과 민설아 사이에 안타까운 출생의 비밀이 있다. 민설아는 심수련과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지만, 주단태의 계략으로 미국으로 입양가게 된다. 어찌어찌 심수련이 민설아가 친딸이라는 걸 알아냈지만, 그땐 이미 민설아가 세상을 떠난 상황. 심지어 민설아가 미국 입양을 간 이유도 ‘입양된 가족의 아들 골수 이식을 위해 사실상 팔려간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5. 주·조연, 아역까지 피할 수 없는 시련

드라마나 영화 캐릭터 중 등장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순옥킴 유니버스’에는 그런 사례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에게 상당한 시련이 닥치기 때문이다. 주연, 조연, 심지어 아역까지도 말이다. [펜트하우스]에서도 이러한 전통(?)이 그대로 유지된다. 드라마의 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심수련과 오윤희는 물론이고 펜트하우스 입주 가족들과 1회에서 사망한 민설아까지, 이미 시련을 겪었거나 곧 겪을 예정이다.

6. 화재나 교통사고로 인한 비극

‘화재’와 ‘교통사고’는 ‘출생의 비밀’만큼이나 김순옥 작가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이러한 사건들은 주인공의 복수심을 불태우는 요인이 된 반면 악역들에겐 큰 약점으로 작용했는데, [펜트하우스]에서도 마찬가지다.

[펜트하우스]에서는 민설아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심수련을 제외한 펜트하우스 부모들이 민설아의 시신을 아파트에 유기하고 방화를 저질렀다. 완전범죄로 마무리되나 싶었지만, 이규진이 아파트에 값진 회중시계를 두고 오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회중시계는 결국 심수련의 손에 먼저 들어가고 말았고, 사건을 은폐하려던 펜트하우스 부모들은 졸지에 약점을 잡히는 꼴이 됐다. 화재와 복수, 약점. 정말 완벽한 김순옥 작가표 전개다.

7. 복수귀로 변하는 선역

심수련은 [펜트하우스]의 등장인물 중 거의 유일하게 선한 인물이다. 그런 심수련이 복수귀로 변하는 데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친딸 민설아와 전 남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주단태와 천서진의 외도 등, 하나만 겪어도 끔찍할 것 같은 일을 연달아 겪었으니 흑화(?)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심수련은 김순옥 작가의 이전 작품 주인공들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스펙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심수련 자체가 임기응변에 능하고 상당히 치밀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집안 자체가 재계 서열 30위의 엄청난 재벌가다. 심수련이 자신과 집안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주단태와 천서진을 비롯한 복수 대상들이 몰락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다. 현재까지의 행보가 [내 딸, 금사월]의 신득예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많다.

8. 갱생(?)하는 악역

김순옥 작가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악역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지만, 그럼에도 몇몇은 과거의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왔다! 장보리]의 김인화, [언니는 살아있다!] 구세경이 대표적인 예다. [펜트하우스]에서도 이런 낌새가 보이는 캐릭터가 둘이 있는데, 바로 주단태의 아들 주석훈과 천서진의 남편 하윤철이다.

주석훈은 극 초반 민설아의 집단 린치에 가담하고, 과거에도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괴롭혔다고 언급된 만큼 행실이 좋지 않은 건 타 악역들과 같다. 그러나 ‘최소한의 양심’은 남아있는 듯한 언행, 배로나와의 러브라인, 주단태와의 대립각, 심수련을 향한 감정 변화 등 최근 [펜트하우스] 전개로 미루어보아 갱생의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저질러 놓은 게 있고, 또 주단태의 몰락이 곧 자신의 몰락이기도 한지라 최후가 좋을지는 미지수다.

하윤철의 변화는 ‘갱생’보다는 ‘동맹’ 혹은 ‘복수’에 가까울 수도 있다. 평소 반감을 가지고 있던 주단태의 불륜 상대가 다름 아닌 천서진이고, 딸의 정신불안 증세가 천서진의 과한 훈육 때문이란 걸 깨닫는 순간 두 사람을 향한 적대감이 극에 달할 테다. 여기에 옛 연인인 오윤희와 점점 엮이게 되면서 윤희나 심수련 편에서 주단태와 천서진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주석훈과 마찬가지로 마무리가 좋을지는 불투명한데, 이전에 저지른 불법과 오윤희의 예정된 타락이 어떻게든 발목을 잡지 않을까 싶다.

9.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의 부활

[아내의 유혹] 구은재를 시작으로 ‘순옥킴 유니버스’에는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이 부활(?)해서 사건을 직접 해결하거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죽었을 거라 철썩 같이 믿은 악역들에게 ‘멘탈 공격’을 가한 건 덤이다.

[펜트하우스] 7회 기준 주요 인물 중 사망자는 민설아와 심수련의 전 남편, 그리고 주단태의 비서 윤태주까지 총 셋이다. 이들 중 윤태주만이 사망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그가 추후 심수련의 복수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추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