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작 및 스트리밍 신작 후기

콜(The Call) – 익숙한 재료, 하지만 맛은 신선하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대형 스크린으로 못 본 게 아쉽고, 또 아쉽다. [콜]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전화기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는 설정은 국내 관객들에게도 이젠 꽤나 친숙하다. 그런데 [콜]은 여기에 ‘상대방이 예비 연쇄살인마’라는 설정을 더하며 흥미를 자극한다. 속도감과 간결함을 겸비한 전개와 영상미, 음악은 긴장감을 더하고 식상함을 덜어낸다. 그러나 [콜]에 방점을 찍는 건 전종서의 존재감이다. 전종서는 ‘영숙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광기에 사로잡혀 연쇄살인마로 각성하는 모습을 소름 돋게 연기해낸다. 영숙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서연 역의 박신혜 역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지만, 영숙이 워낙 강렬해 조금은 묻히는 감이 있다(절대 연기를 못한 게 아니다). 영화의 재미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가능한 큰 화면으로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더라도 조금만 기다리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프리키 데스데이(Freaky) – 신박한 쾌감이 줄어든 호러테이닝 무비
이미지: 유니버설 픽쳐스

에디터 현정: ★★ [해피 데스데이]의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이 타임루프에 이어 바디체인지를 슬래셔 무비에 접목했다. [프리키 데스데이]는 존재감 없는 고등학생과 잔혹한 살인마가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익숙한 소재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간 설정은 기발하고, 슬래셔 무비의 본분에 가까워진 고어한 묘사도 과감하게 등장한다. 다만 이전처럼 재기 발랄한 즐거움은 약하다.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다. 상황 자체는 흥미롭지만, 어디서 본듯한 인물들이 신선함을 반감한다. 특히 밀리의 친구 조시는 하이틴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이 클리셰를 고스란히 답습한다. [해피 데스데이]의 의외성을 기대했다면, 폭력적인 묘사만 늘고 독특한 개성이 줄어든 [프리키 데스데이]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And Then We Danced) – 선을 넘은 춤, 감정의 틀을 깨다
(주)엣나인필름

에디터 홍선: ★★★ 처음에는 단순한 문장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보다 함축적인 한줄평은 없을 정도로 제목의 깊이가 느껴진다. 영화는 보수적이고 엄격한 조지아 국립무용단의 댄서 메라비 앞에 라이벌 이라클리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최고의 댄서가 되기 위한 노력과 애환, 그 속에서 빚어지는 격정적인 감정을 춤과 함께 그려낸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춤은 영화의 전부이자 메시지 그 자체다.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고 감각적인 춤으로 표현해 작품에 서서히 빠져들게 한다. 메라바 역의 레반 켈바카아니는 실제 무용수 출신으로 극중 인물의 감정을 거침없이 토해내며 서사의 흡입력을 높이고, 반항적이고 관능적인 몸짓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두 인물이 무용단의 주요 자리를 놓고 경쟁하다 사랑에 빠지는 서사가 파격적일 수 있으나 작품은 애절한 멜로보다 이 같은 경험으로 인해 주인공이 아픈 만큼 성장하는 절박한 모습에 더 비중을 둔다. 특히 주인공이 자신을 가둬놓았던 틀을 깨고 나와 당당하게 춤을 추는 후반부 오디션 장면은 현장의 열기가 스크린 밖에서도 느껴질 만큼 작품의 강렬함을 더한다. 

맹크(Mank) – 할리우드 황금시대에 대한 애정과 증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영화사 교과서의 한 단락을 옮긴 듯한 [맹크]는 극작가 허먼 J. 맹키위츠가 [시민 케인] 각본을 쓰는 과정을 통해 할리우드 ‘황금시대’의 명암을 다룬다. 한 천재가 사회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며 할리우드에서 스스로를 고립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명작을 집필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한편으로는 각본 탈고 과정에서 맹크와 협업하거나 참견하는 인물들을 통해 ‘영화’는 뛰어난 감독이나 작가 혼자의 힘으로 만들 수 없음을 보여준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아버지가 생전 탈고한 각본을 영상화하며 그 시대의 감성과 광기를 스크린에 펼쳐놓았다.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 스타일, 옛날 흑백 영화 같은 색 대비와 필름 영화 질감을 구현한 화면 등에 자타공인 완벽주의자인 핀처의 집착이 보인다. 이해에 도움될 만한 지식을 알려주고 시작하지 않아 영화가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감상 전후로 [시민 케인]을 보거나 관련 지식을 찾아본다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시즌 3 –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우주의 탐험가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우주가 또다시 새롭게 열린다. 이전 시즌의 마이클 버넘과 디스커버리호는 우주를 지키기 위해 웜홀을 통과하고 시간 여행에 돌입하면서 끝을 맺었다. 우주의 미래를 위해서 약 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었건만, 미래의 우주는 행성연방이 수백 년 전의 사고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상태다. 마이클은 낯선 곳에서 행성연방 잔재의 실마리를 쫓고, 그로부터 1년 후에 도착한 디스커버리호와 조우해 함께 탐험을 계속한다. 이번 시즌도 [스타트렉]만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 아무것도 없는 한정된 공간에서 모래로 빚어내듯 온갖 사물을 구현하고 휴대용 트랜스포터가 등장하는 등, 풍부한 과학적 상상력으로 새롭게 진보한 과학 기술을 멋지게 구현해낸다. 유토피아 정신으로 무력에 의한 제압보다 대화와 화합을 중시하는 스타플릿 행성연방의 모토 역시 에피소드마다 잘 드러난다. 매주 금요일마다 공개될 디스커버리호의 활약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