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봄동

이미지: JTBC, tvN

[남자 셋 여자 셋], [행진], [논스톱] 시리즈 등 소위 ‘청춘 시트콤’들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때만 해도, 청춘이란 단어는 마냥 희망차고 특별하게 들렸다. 대학교만 들어가면 인생의 절반이 성공한 거고, 푸르른 잔디밭을 벗 삼아 연애, 취업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시절. 그러나 2000년대 말 대두된 ‘88만원 세대’를 기점으로 청춘은 가파른 오르막길 같은 고달픔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동시에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청춘은, 여전히 인생에 한 번뿐인 젊음, 다시 돌아가고픈 나의 전성기 등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아래에 소개하는 드라마들을 정주행한다면 현재 청춘을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 이들, 혹은 청춘을 과거로 흘려보내고 현생을 바삐 사는 이들 모두, 위로를 조금이나마 얻지 않을까?

청춘시대

‘윤선배’ 한예리의 진가가 스크린에 이어 브라운관에서도 제대로 빛났던 [청춘시대]. 물론 한예리뿐만 아니라 함께 주연을 맡은 박은빈, 한승연, 박혜수, 류화영도 각자의 몫을 가감 없이 잘 해냈다. 다양한 성격, 취향, 트라우마 등을 가진 20대 여성들을 실존 인물처럼 섬세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았는데, 특히 여성들에게는 일상적인 공포이지만 미디어가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데이트 폭력을 진지하게 묘사한 점이 돋보였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시즌 2까지 제작·방영된 [청춘시대]야말로 미디어 속 청춘을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청춘기록

지난 10월 종영한 [청춘기록]은 박보검, 박소담, 변우석 세 주연배우 외에 하희라, 신애라, 손창민, 한진희 등 중견 배우들의 ‘어벤져스급’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았었다. 빈부가 공존하는 한남동을 배경으로 청춘 남녀 저마다 겪는 굴곡진 가족사, 불투명한 미래, 상사의 온갖 갑질 등 고민을 현실적으로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작위적인 설정이 없지 않았지만(온 가족의 애물단지였던 혜준 할아버지의 시니어 모델 데뷔라든지), 사랑을 키워 나가던 커플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국 이별하고 서로를 응원해 주는 친구로 남는 결말만큼은 꽤 깔끔했다. 종영 후 11월에도 넷플릭스의 전 세계 드라마 인기 순위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는 등, 해외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아는 와이프

2018년도 드라마지만 지금 봐도 짠한 재미를 주는 [아는 와이프]는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젊은 부부들이 극히 공감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다. 특히 한지민은 맞벌이와 독박 육아, 치매 환자 어머니의 뒷바라지 등 빡센 삶에 지친 나머지 결혼 전의 상큼함을 잃고 남편에게 끔찍한 ‘괴물’ 취급을 받는 우진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훨씬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갖게 됐다. 우진의 남편이자 과거로 돌아가 ‘괴물’ 아내와 엮이지 않는 새 인생을 택한 주인공 주혁 역의 지성 역시, 답 없는 허세남과 귀여운 순정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미혼인 사람은 비혼을 더욱 굳게 결심할 수도 있고, 기혼인 사람이라면 ‘아무리 미워도 내 배우자밖에 없구나, 서로 잘 아껴 주며 살아야겠다’란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18 어게인

2009년 영화 [17 어게인]을 리메이크한 [18 어게인]은 앞서 언급한 [아는 와이프]처럼 결혼 전의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등장한다. 하지만 극중 인물 중 과거(고교 시절)의 몸으로 돌아간 건 남주 대영뿐이고, 대영이 ‘우영’이란 가짜 이름으로 살면서 아내와 아이들, 친구, 아버지 등 그간 서먹했거나 연을 끊다시피 했던 주변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게 줄거리 상의 큰 차이점이다. 고등학생을 연기한 이도현, 노정의, 려운 등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도 김하늘, 윤상현, 이미도, 이기우 등 선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편이다. 비록 혼전임신, 이혼(특히 여성의) 등에 대한 편견이 원작 속 시대보다도 강하게 제시되었다는 문제점은 있으나, 현재 내 옆에 있어주는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겨 주는 좋은 작품이다.

멜로가 체질

[멜로가 체질]은 JTBC 방영 당시 시청률 2%를 한 번도 넘지 못했지만 종영 이후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를 통한 정주행이 급증하며 뒤늦게 인기가 높아진 작품이다. ‘본격 수다 블록버스터’란 카피에 걸맞게 극중 인물들의 대사가 매우 많고, 특히 문어체 대사가 많아 부자연스럽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런 면에서 재미를 느낀 마니아들도 은근히 많아 보인다. 30세 젊은이들의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면서도 희귀 질환, 이혼과 육아, 동성애 등 민감한 요소들을 다루면서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점은 분명 아쉽다. 그래도 영화에서 주로 진지하고 무거운 캐릭터들을 연기했던 천우희의 매력적인 똘끼, 친근하고 웃긴 동네 형 이미지가 강했던 안재홍의 완벽남 변신은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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