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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살인청부, 시체유기, 입시비리, 학교폭력 등 [펜트하우스]에서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모아 다른 작품과 비교해 본다면 [아내의 유혹]은 차라리 로맨틱했고, [스카이 캐슬]은 교훈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펜트하우스]는 자극적인 소재로 2020년 최고의 막장 드라마에 등극하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드라마는 대한민국 최고의 집값을 자랑하는 헤라팰리스를 배경으로 그곳에 입주한 인간 군상들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부동산 1번지, 교육 1번지라는 허울 아래 사람들이 얼마만큼 추악해질 수 있는지 매 에피소드마다 여과 없이 그려내 불쾌함과 몰입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펜트하우스]는 과연 무엇이 있기에 욕하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끊을 수 없는 것일까? 작품에 깃든 마성의 매력 3가지를 짚어본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이야기의 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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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의 최대 장점은 빠른 전개다. 인물 관계의 숨겨진 비밀이나 사건의 결정적인 열쇠를 질질 끄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밝혀내 시청자들의 애간장 타는 마음을 달래준다. 심수련은 방영 3화 만에 죽은 민설아가 자신의 딸이었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고, 천서진과 주단테의 불륜 역시 많은 이들이 눈치를 채고 있어 어떤 식으로 여파를 몰고 올지 궁금하게 한다.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서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또 기다리고 있을까 걱정이 들 정도다.

다만 드라마의 중요한 비밀들이 생각보다 일찍 드러나 서사의 탄탄함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베로나의 청아예고 입학 문제로 오윤희가 천서진에게 부린 행패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고, 체육선생 구호동을 비롯해 어떠한 복선도 없이 갑자기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한 뜬금없는 연출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막장이어도 돋보이는 ‘배우들의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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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팰리스에 대한민국의 상류층만 모였다는 설정답게 [펜트하우스] 출연진들 역시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함께해 훌륭한 앙상블을 이룬다. 심수련 역의 이지아는 야누스의 얼굴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자신의 딸을 살해한 거나 다름없는 남편 주단테와 헤라팰리스 사람들에게 겉으로 미소 짓지만 복수의 칼날을 숨기고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브의 모든 것] 이후 20년 만에 악역으로 돌아온 김소연의 존재감도 탁월하다. 실질적인 메인 빌런인 천서진 역을 맡아 탐욕과 질투에 눈먼 모습을 그야말로 ‘미친 연기’로 구현한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밉지만, 연기만큼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오윤희 역의 유진 역시 인물들의 악행에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대변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한다. 세 주인공 외에도 대부분의 배우들이 캐릭터에 밀착된 열연으로 진흙탕 같은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한다.

다만 극의 전개상 음모와 대립이 넘쳐나면서 캐릭터 대부분이 분노의 감정으로만 표출되어 보는 이의 피로도가 점점 쌓여가는 점은 커다란 약점이다. 그나마 숨통을 트이려는 듯 티격태격하는 강마리-고상아와 이규진의 마마보이 컨셉을 코믹하게 묘사하지만, 오히려 메인 스토리에 겉도는 느낌이 들뿐이다.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배우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묵은 짜증을 한 방에 날리는 ‘반격의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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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전개만큼 매력적인 요소는 반격의 쾌감이다. 8화까지 천서진에게 당했던 오윤희가 심수련의 도움을 받아 헤라팰리스에 입성하는 장면은 응원하는 팀의 역전을 보는 듯한 짜릿함을 전한다. 민설아 죽음의 비밀을 캐던 심수련이 주단태와 보육원 원장 형식에게 의심과 협박을 받자 나름의 계략을 세우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모습 또한 반전의 재미가 있다.

이 같은 연출은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빠른 전개에 걸맞은 인물들의 반격을 그려내 쾌감의 만족도를 배가한다. 악인들의 계략에 계속 당하는 착한 이들을 보면 답답함이 느껴질 때가 많은데, [펜트하우스]는 적재적소에서 주인공이 전세를 뒤집는 장면을 연출해 스토리의 리듬감을 균형 있게 맞춘다.

9화까지 진행된 [펜트하우스]는 오윤희가 헤라팰리스에 입주하면서 마침내 주요 캐릭터 모두 같은 공간에 모이는 것으로 흘러왔다. 또한 청아예고의 오지랖 체육 교사 구호동이 죽은 민설아의 숨겨진 오빠로 추정되면서 앞으로 큰 폭풍이 몰아칠 것을 예고한다. 과연 이 시도가 막장의 오명을 벗어나 탄탄한 ‘스릴러’로 다가올지, 아니면 자극적인 에피소드만 난무한 채 피로도만 재촉할지 중요한 분기점이 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