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가 월·화요일 밤에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잡아끌 때, 동시간대 방영하는 다른 드라마는 입소문을 타고 드라마 팬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타임크로싱 스릴러 [카이로스]는 잘 짜인 이야기와 준수한 퀄리티로 전개가 조금만 느슨해도 채널을 돌리는 인내심 없는 시청자들을 미스터리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감정이 격하거나, 서사가 불친절하거나, 캐릭터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는 드라마들이 흔한 가운데 모든 요소가 적당하고 적절하기에 더 눈에 띈다.

이미지: MBC

건설사 최연소 임원 서진은 딸 다빈이 유괴, 살해되고 아내 현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겪는다. 아픈 엄마를 돌보는 애리는 엄마가 사라지고 친구가 자신이 모은 돈을 훔치자 절망에 빠진다. 절박한 두 사람은 밤 10시 33분, 단 1분 간 서로 통화할 수 있다. 이 설정이 특이한 이유는 서진은 2020년 9월을, 애리는 2020년 8월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하루에 단 1분만의 소통으로 과거와 미래의 사람은 각자의 시간에서 서로를 도와 비극을 막으려 한다.

[카이로스]는 서진과 애리가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생각하고 뛰면서 극을 이끌어간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려 노력했던 사람이라면 이들의 심정과 행동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의 미션을 방해하는 인물들 또한 욕망과 목표에 매우 충실하기에, 시청자는 이들의 심정과 생각을 파악하는 데 크게 힘들지 않다.

최근 스릴러 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주요 인물 중 사법 집행 분야 종사자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나 경찰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없고, 그래서 평범한 시청자가 납득 가능한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이들을 돕는 경찰은 온정적이고 무능하지 않지만 절차와 규정을 지켜야 하는 한계를 명백히 보여주고, 그 한계를 주인공들은 ‘절박함’으로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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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는 완전히 다르다. 초반 2화에 인물과 배경 설명을 모두 끝내 시청자를 이해시킨 후, 빠르고 흥미진진한 전개로 놀라게 한다. 특히 매 회차 엔딩엔 크고 작은 반전을 심어놓아 다음 화를 손꼽아 기다리게 한다. 드라마는 초반부 대부분을 캐릭터 구축과 서사에 쏟아부어 시청자를 끌어온 후, 반환점을 돌면서 배경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이미 대강의 이야기를 짐작했지만, 드라마는 그 이상의 깊은 세계를 보여주며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다시 이해하게 한다.

연기와 연출은 간결하고 힘 있는 각본에 뉘앙스를 불어넣는다. 신성록, 이세영, 남규리, 안보현, 강승윤 등 배우들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신성록은 다른 타임라인에서 성격이 판이한 서진을 잘 표현하고, 이세영은 위기가 거듭되어도 이타심과 정의를 선택하는 애리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같이 한 장면에 등장하는 때는 거의 없지만, 두 사람이 전화와 문자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며 단단하게 연대하는 모습은 공감을 자아낸다.

몰입감을 강화하는 시, 청각적 장치의 적절한 활용도 인상적이다. 과거는 따뜻한 색감, 미래는 푸르고 차가운 색감으로 표현해 시청자는 화면만으로 시점을 알 수 있다. 빠른 편집과 화면 구성, 특히 고층아파트 건설 현장을 느린 부감샷과 아래에서 위로 올려본 장면, 그 위로 화면 전체를 덮은 타이틀로 구성된 1화 오프닝은 압도적이다. 밴드 이날치와 영화 [전우치],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작업했던 장영규 음악감독의 스코어는 드라마의 화룡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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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는 11월 24일 방영한 8화 말미에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며 파트 2로 진입했다. 마치 짧은 스릴러 드라마의 시즌 2를 보는 것처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며 작품 자체가 새롭게 시작됐다. 파트 1은 삶을 송두리째 흔든 사고를 겪은 개인의 절박함을 동력으로 달렸다면, 파트 2는 서진과 애리가 그들의 지금을 만든 사고의 진실을 파헤치며 그 시선을 조직과 사회로 돌릴 듯하다. 서진과 애리 모두 목표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규정한 모든 것에 배신당한 서진과 진실을 알게 된 예리는 모든 사건이 끝나도 일상을 찾을 수 있을까? 진실을 알고 싶지만, 그 무게만큼 큰 후유증도 겪을 두 인물에게 마음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