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봄동

고단한 2020년이 벌써 마지막 달로 접어든 가운데, 또 다른 해외 드라마의 한국판 제작이 확정됐다. 바로 2017년부터 방영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이다. 스페인 조폐국을 노린 일명 ‘교수’와 공범들의 기상천외 인질강도극을 그린 드라마로 올해 4월 파트 4까지 공개됐으며, 한국 등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국판 [종이의 집]의 경우 누가 어떤 역에 캐스팅될지, 극의 서사가 한국적 배경과 정서에 맞춰 어떻게 수정될지 등 모든 게 아직은 베일에 싸여 있다. 어쨌든 [종이의 집], 그리고 최근 수년간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각종 원작 드라마들은 해외 콘텐츠 업계가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계속 눈여겨보고 있다는 증거임에 틀림없다.

닥터 포스터(Doctor Foster)

이미지: BBC

2015년 BBC에서 방영된 영국의 막장 드라마 [닥터 포스터]는 올 상반기 안방극장을 강타한 JTBC [부부의 세계]의 원작으로 유명세를 탔다. 소재가 불륜인지라 첫 화부터 피날레까지 자극적이기 짝이 없는데, 주인공 가족이 철저하게 와해되는 시즌 2 결말을 보면 [부부의 세계] 엔딩은 다소 찜찜한 ‘순한맛’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부부의 세계]도 여성에 대한 폭력을 1인칭 게임처럼 묘사하며 논란을 초래하는 등 ‘매운맛’이 가히 불닭볶음면 이상이었다. [닥터 포스터]의 여성 주연배우 2명은 해외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유독 반가운 얼굴들이다. 주인공 젬마 포스터를 연기한 슈란느 존스는 [닥터 후] 시리즈의 이드리스 역으로 큰 인상을 남긴 바 있으며, 남편의 내연녀 케이트 역을 맡은 배우는 [킬링 이브]의 사이코패스 킬러 빌라넬로 유명한 조디 코머다. 이들의 과거 필모들을 떠올리며 [닥터 포스터]를 본다면 더 쏠쏠한 재미를 맛볼 수 있을지도. (왓챠, 웨이브, 시즌, 카카오페이지, 시리즈온)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

이미지: BBC

해외 수사물을 언급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BBC 명작 [라이프 온 마스] 역시 2018년 동명의 OCN 오리지널 시리즈로 방영되어 재조명받은 작품이다. 살인사건을 맡은 2006년의 형사가 교통사고 이후 1973년에서 깨어나면서 현실로 돌아가고자 고군분투한다는 (당시 기준으로) 참신한 설정은 해외 각국에 재해석 및 각색의 여지를 충분히 남겼다. 실제로 리메이크된 한국판 [라이프 온 마스]도 배우들의 우수한 연기력, 1988년과 2018년의 사회적·문화적 차이를 잘 보여주며 원작 못지않은 호평을 받았다. 원조 [라이프 온 마스]의 경우 당초 장기 시리즈 제작을 노렸던 BBC의 계획과 달리, 주연배우 존 심과의 의견차 등 현실적 여건 때문에 시즌 2로 아쉽게 조기 종영했다. 그래도 극중 배경이 맨체스터라 ‘훌리건’으로 잘 알려진 영국 특유의 축구 사랑 등 디테일한 볼거리가 많다. 특히 드라마 사운드트랙은 같은 제목의 “Life on Mars?” 등 데이빗 보위의 주요 디스코그래피와 시대별 대표 아티스트들의 히트곡으로 꽉꽉 채워져 있어 시청자를 더욱 즐겁게 한다. (왓챠, 웨이브, 시즌, 카카오페이지)

앙투라지(Entourage)

이미지: HBO

HBO의 장수 시리즈 [앙투라지]는 ‘남성 버전 섹스 앤 더 시티’란 타이틀에 걸맞게 할리우드 남성 종사자들의 화려하면서도 순탄치 않은 삶을 잘 그려냈다. 다만 극중 묘사되는 미국 연예계의 실상이 국내 연예계와 매우 달라 공감하기 쉽지 않고, 특정 인종 및 성별에 대한 욕설 및 희화화의 수위가 워낙 높아 국내의 미드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꽤 갈린다는 것. 이 때문인지 2016년 말 tvN을 통해 리메이크된 [안투라지]는 원작에 맞먹는 화려한 주조연·카메오 라인업과 마케팅 물량 공세에도 시청률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며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나 버렸다. 그래도 머리를 깊이 굴릴 필요 없이 눈과 귀만 만족해도 된다면 여유로운 날을 골라 정주행하길 추천한다. (왓챠, 시즌)

슈츠(Suits)

이미지: USANetwork

지난해 시즌 9를 끝으로 종영한 [슈츠]는 법정 드라마가 잘 통하는 한국과 일본에서 잇따라 리메이크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뉴욕이 배경인 만큼 극중 변호사들은 기업 인수합병, 금융사기 등 다양하고 굵직한 사건들을 상대하며, 그만큼 인물 간의 갈등이나 권모술수도 상당수 등장한다. 분야의 전문성 등 여러 면에서 시청자들의 피로도를 높일 만한 작품이지만 두 주인공 하비 스펙터와 마이크 로스의 브로맨스가 워낙 좋아서인지(?) 오랫동안 팬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이 같은 남성 투톱 주연의 케미는 KBS가 제작한 [슈츠]의 장동건과 박형식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또한 여성 캐릭터들의 ‘멋짐’이 크게 두드러진 작품이기도 하다. 빠른 눈치로 하비를 완벽하게 보좌하는 비서 도나 폴슨, 시즌 6 하차 후 스핀오프 [피어슨]을 통해 주인공으로 컴백한 제시카 피어슨, 지금은 영국 왕자비인 메건 마클이 배우 커리어의 마지막까지 열연한 레이첼 제인 등 모두 [슈츠]를 빛낸 히로인들이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시즌, 시리즈온, 카카오페이지)

굿 와이프(The Good Wife)

이미지: CBS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리메이크 드라마를 꼽으라면 tvN [굿 와이프]는 응당 상위권에 등재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비록 평균 시청률(4%대)은 기대에 비해 높지 않았으나, ‘칸의 여왕’ 전도연이 SBS [프라하의 연인] 이후 11년 만에 복귀한 TV 드라마로서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고, 출연진이 예상보다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덕에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 미국 CBS의 원조 [굿 와이프]도 마찬가지로 배우, 연출, 각본 삼박자가 고루 조화를 이루며 드라마 시상식을 수차례 휩쓰는 등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주인공 알리샤가 남편의 섹스 스캔들과 수감을 계기로 전업주부를 관두고 뒤늦게 변호사 본업에 복귀, 치열한 경쟁과 외부 압력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은 특히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주요 원동력이었다. 팬들이 먼치킨이라 부를 정도로 유능한 조사원 칼린다 샤르마, 정의를 추구하는 동료 변호사 다이앤 록하트 등 다른 여성 캐릭터들도 각자 독보적인 매력을 뽐냈다. 다이앤 록하트는 후속 스핀오프 시리즈 [굿 파이트]의 주인공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왓챠, 아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