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의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천박한 욕망과 나르시시즘이 넘치는 위선적인 인물들이 가득하다. 극 초반부터 불륜, 납치, 살인, 학교폭력 등의 극단적인 사건이 서슴없이 전개될 만큼 인물들은 하나같이 정도를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사이코패스급 악행을 일삼는 주단태와 치밀함은 부족해도 후안무치급 인성을 가진 천서진이 단연 돋보인다. 두 사람이 악의 축이 된 [펜트하우스]는 악랄한 행각이 다채롭게 맞물리며 강한 중독성을 선사하는데, 이들처럼 매섭고 서늘한 존재감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악역은 또 누가 있을까.

머니게임 – 유진한(유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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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대리인 유진한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좇는 냉혈한이다. 평생 자신을 괴롭혀온 불행한 과거에서 멀어지기 위해 더 차갑고 지독하게 금융 빌런을 자처했지만, 경제 위기를 막으려는 이혜준을 만나면서 얼어붙었던 마음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다. 상처 받은 인물의 고독과 내면의 숨겨진 순수함, 그와 대비되는 냉정하고 교활한 모습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유태오의 연기가 탁월하다.

이태원 클라쓰 – 장근원(안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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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희 회장의 장남 장근원은 거리낌 없이 악행을 일삼는 망나니 재벌 2세다. 겉보기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안하무인이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두려움에 떨며 불안하게 흔들리는 유약한 인물이기도 하다. 안보현은 박새로이와 대립하며 분노를 유발하는 인물에 짠 내 나는 지질함을 담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완성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킹덤 시즌 2 – 중전(김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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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비 조씨는 아버지 조학주 못지않게 교활하고 냉혹한 야심가다. 조학주의 계략으로 중전이 된 그는 단순히 아버지의 야욕을 실현하기 위한 역할에 머물 생각이 없다. 무표정한 모습 뒤에는 서슬 퍼런 욕망이 들끓고, 더 살벌하고 냉혹하게 자신의 야심을 채워나간다. 여자로 태어나 당연시됐던 설움과 차별은 살기 어린 독기를 품게 된 이유다. 시즌 1에서 아쉬운 지적을 받았던 김혜준은 한층 안정된 연기력으로 중전의 탐욕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부부의 세계 – 이태오(박해준) & 여다경(한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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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남긴 이태오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최악의 남자다. 뻔뻔하게 불륜을 합리화하더니, 보란 듯이 재혼하고는 전 부인이 된 지선우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질척거린다. 유부남 이태오와 당당히 사랑에 빠진 여다경도 당돌한 모습으로 분노를 유발한다. 시작부터 잘못됐던 사랑은 당연히 위기를 맞고 새로운 파국을 불러온다. 마지막까지 구차한 이태준은 한심하고, 철없고 이기적인 행동의 대가를 치른 여다경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 박행자(장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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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간호사 박행자는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완벽주의자 같았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에 불과했다. 후반부에 드러난 그의 정체는 고문영의 사라진 엄마 도희재. 모두를 속이고 20년 동안 거짓 인생을 살아온 인물의 소름 끼치는 실체를 섬뜩하게 그려낸 장영남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오죽하면 연기를 살살해달라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

악의 꽃 – 백희성(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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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워있던 백희성은 베일에 싸인 존재였다. 존재감 없던 그가 혼수상태에서 극적으로 깨어난 뒤, 가짜 백희성으로 살아온 도현수와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드라마 종반부를 뒤흔드는 반전 정체가 밝혀진다. 도현수가 그토록 찾던 살인범의 공범이었던 것. 게다가 악한 본성까지 되살아나 소름 돋는 광기로 종횡무진하면서 마지막까지 속단할 수 없는 긴장감을 형성한다.

비밀의 숲2 – 우태하(최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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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검사 우태하는 검찰 조직과 자신의 야망을 위해 움직이는 교활하고 독선적인 인물이다. 법제단 책임자가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한 그의 최대 난제는 완고하게 정의 실현을 위해 나아가는 황시목. 아니나 다를까 황시목은 믿음직한 파트너 한여진과 함께 각종 의문을 파헤치며 우태하의 목을 조여 온다. 하지만 실패를 모르는 귀족 인생을 살아온 그는 진실이 밝혀진 순간에도 뉘우치고 반성하기는커녕 되려 협박하며 엄포를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