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이고 강렬한 감정을 자극하는 범죄물은 음울한 매력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장르다. 어두운 사건에서 비롯되는 미스터리는 호기심을 유발하고, 사건 안팎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흐른다. 오늘은 클래식한 매력이 가득한 정통적인 범죄 미스터리부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현재를 반영한 테크 스릴러까지, 범죄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는 작품을 소개한다.

비엔나 블러드(Vienna Blood)

이미지: 캐치온

1906년 비엔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제자이자 심리분석 학자인 맥스 리베르만은 연구를 위해 노련한 수사관 오스카 라인하르트 경감이 맡은 사건에 동행한다. 두 사람이 함께한 첫 번째 사건은 밀실이나 다름없는 아파트에서 수수께끼의 방식으로 사망한 신원미상 여성의 살인사건. 리베르만은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라인하르트 경감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와 뛰어난 관찰력, 법의학적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사건 수사를 돕기 시작한다. 프랭크 탈리스의 소설 ‘리베르만’ 시리즈를 드라마로 옮긴 [비엔나 블러드]는 [셜록], [인데버]와 같은 영국식 범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구미를 당길 요소가 가득하다.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고 사건의 진실로 향하는 리베르만 박사와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파트너로 함께하는 라인하르트 경감은 셜록-왓슨과 다른 브로맨스로 난해한 수사를 흥미롭게 이끌고, 20세기 초 철학, 과학, 예술의 새로운 바람이 꽃 피던 오스트리아는 고풍스러운 볼거리를 선사하며 클래식한 매력을 더한다. 12월 22일 캐치온에서 공개된다.

마인드헌터(Mindhunter)

이미지: 넷플릭스

1970년대, 홀든 포드는 인질 협상 강의를 주로 하는 FBI 요원이다. 그는 우연히 범죄 심리학 강의를 접하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때마침 파트너를 찾고 있는 행동과학부 빌 텐치 요원을 만나 현장에서 가까이 범죄 심리학을 연구할 기회를 얻는다. 더 나아가 범죄 심리학에 능통한 웬디 박사를 영입해 팀을 꾸리고 수감 중인 범죄자들을 직접 만나 연구하며 프로파일링의 개념을 구축해간다.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마인드헌터]는 어둡고 뒤틀린 범죄자의 내면으로 향해 색다른 스릴을 선사한다. 잔혹한 묘사 없이 살인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묘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그 과정에서 안팎으로 난관에 부딪혀 좌절하는 요원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다만 안타깝게도 제작비 대비 저조한 시청률로 후속 시즌 제작이 무기한 보류됐다. 데이빗 핀처 감독이 아직 넷플릭스와 계약 기간이 남은 만큼 꼭 애초에 계획했던 이야기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언두잉(The Undoing)

이미지: HBO

성공한 심리 치료사 그레이스는 소아과 의사인 다정한 남편 조너선, 모범생 아들 헨리와 함께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며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영위한다. 그런데 평화롭고 완벽한 일상이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학교 행사 준비 때문에 알게 된 학부모인 여성이 살해당하고, 그날 이후 갑자기 자취를 감춘 남편 조너선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진 한프 코렐리츠 소설을 6부작 드라마로 각색한 [언두잉]은 충격적인 진실을 맞닥뜨린 여성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들며, 비뚤어진 욕망과 위선을 폭로한다. [빅 리틀 라이즈]의 니콜 키드먼과 각본가 겸 제작자 데이비드 E 켈리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고, 여기에 [버드 박스]의 수사네 비르 감독과 휴 그랜트가 가세해 숨 막히는 심리 서스펜스를 선보인다. 원작이 국내에도 발간된 만큼 정식으로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

너의 모든 것(You)

이미지: 넷플릭스

뉴욕의 오래된 서점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조는 손님을 관찰하는 게 취미다. 어느 날 서점을 찾은 작가 지망생 벡에게 한눈에 반하고, 관심을 얻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염탐하며 집착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사랑을 정당화하며 스토킹, 납치, 감금, 살인 등의 범죄를 태연하게 저지르는 조는 분명 비열하고 냉혹한 범죄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위험한 행동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모든 것]은 캐롤라인 케프니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잘못된 사랑에 빠진 남자의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그린다. 선뜻 조의 편에 설 수 없지만, 시청자와 거리를 좁히는 영민한 연출로 위험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현재 세 번째 시즌을 제작 중이며, 2021년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죄인(The Sinner)

이미지: 넷플릭스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는 주부 코라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호숫가 공원에서 한 남자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현장에서 곧바로 체포된다. 13세 소년 줄리언은 모텔에서 사체로 발견된 30대 남녀의 살인범으로 의심받은 후 자백한다. 한밤중 운전자가 사망한 교통사고에서 옆좌석에 탔던 제이미는 경미한 부상만 입고 살아남으나 모호한 행동으로 의심을 산다. 앤솔로지 시리즈 [죄인]은 각 시즌마다 범인의 정체를 일찌감치 밝히고 극단적인 행동을 벌인 동기와 배경을 파고든다. 그 중심에는 뛰어난 직감을 가진 앰브로즈 형사가 있다. 그는 다른 사람이라면 무난하게 넘길 사건에 의구심을 품고 어둡고 복잡한 진실로 뛰어든다. 당초 8부작 리미티드 시리즈로 기획됐으나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앤솔로지 시리즈로 방향을 선회했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이며, 시즌 4 제작이 확정됐다.

프로디걸 선(Prodigal Son)

이미지: 캐치온

무모한 행동으로 FBI에서 해고된 프로파일러 말콤은 오래된 사이인 질 반장의 도움으로 뉴욕 경찰의 자문을 맡는다. 그는 첫 번째 사건에서 ‘외과의사’로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과 유사한 흔적을 발견하는데, 오래전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 말콤은 주변의 만류에도 정신병원에 수감 중인 아버지를 찾아가 살인자의 신원을 확인하려 한다. 이후에도 말콤은 사건을 수사하며 자꾸만 아버지와 엮인다. [프로디걸 선]은 연쇄살인범과 수사관의 기이한 공조를 그린 수사 드라마다. 기존 드라마와 다른 게 있다면, 팽팽한 대립 관계를 이루는 두 사람이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사실이다. [워킹 데드]의 지저스로 알려진 톰 페인과 [마스터스 오브 섹스], [멋진 징조들]의 마이클 쉰이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부자로 호흡을 맞췄다. 내년 1월 시즌 2가 방영되며, 국내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캐치온을 통해 공개됐다.

블라인드스팟(Blindspot)

이미지: NBC

온몸이 문신으로 뒤덮인 여자가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발견된다. FBI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신원미상(제인 도)을 뜻하는 제인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유일한 단서는 몸에 빼곡하게 새겨진 문신에 찾은 FBI 요원인 커트 웰러의 이름. 이후 제인은 커트 웰러와 팀원들과 함께 수수께끼의 문신과 관련된 사건 수사에 합류하고, 사라진 과거를 조각해 나간다. 최근 웨이브에 시즌 4까지 공개된 [블라인드스팟]은 암호화된 메시지나 다름없는 문신을 추적하며 거대한 음모에 다가서는 첩보 스릴러의 구조를 지닌다. 초반 시선몰이를 하는데 성공한 극적인 설정이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복잡하게 얽히면서 피로감을 유발하지만,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맞서는 제인을 연기한 제이미 알렉산더의 존재감이 단단하다.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

이미지: CBS

연인을 잃고 부랑자처럼 살아가는 전직 CIA 요원 존 리스는 억만장자 프로그래머 해롤드 핀치에게 독특한 제안을 받는다. 향후 일어날 범죄의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모를 사람을 찾아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자는 것. 핀치는 자신이 창조한 기계가 수많은 단서를 발견하고도 테러 예방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리스는 그의 뜻에 동감하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는 전자 감시 사회에서 비롯되는 사생활 문제부터 법망을 피해 활동할 수밖에 없는 인물을 통해 정당성과 윤리적인 문제, 그리고 인공지능에 관한 화두까지, 다양한 함의를 담은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SF 스릴러의 장르적 매력을 유지한다. 왓챠와 웨이브에서 서비스 중이다.

수퍼내추럴(Supernatural)

이미지: CWTV

딘과 샘 형제는 어린 시절에 설명할 수 없는 사건으로 엄마를 잃은 비극을 겪었다. 이후 두 형제는 복수를 위해 퇴마사가 된 아버지에게 초자연적 존재를 퇴치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마하며 성장하지만, 평범한 삶을 원하는 샘이 집을 떠나면서 가족 관계는 단절됐다. 하지만 샘에게 과거와 같은 형태의 비극이 닥치면서, 두 형제는 사냥을 떠났다가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기약 없는 여정에 오른다. 지난 11월, 오랫동안 장수 드라마로 사랑받아온 [수퍼내추럴]이 열다섯 번째 시즌으로 마무리했다. 꽃미남 퇴마 형제가 미국 전역을 돌며 악마, 유령, 괴물 등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사냥하는 이야기는 호러, 판타지, 미스터리, 모험 등 복합적인 장르의 매력을 넘나들며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웨이브(시즌1~13)와 아마존(시즌1~14)에서 감상할 수 있다.

데브스(Devs)

이미지: 왓챠

최첨단 IT 기업 어마야에 근무하는 릴리는 회사 동료인 세르게이와 연인 사이다. 릴리는 미지의 부서인 데브스로 옮긴 세르게이가 석연찮은 죽음으로 발견되자 서둘러 사건을 처리하는 듯한 회사가 의심스럽다. 자신의 힘으로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는 릴리는 회사 측의 거센 압박에 부딪힌다. [엑스 마키나]의 알렉스 갈랜드 감독이 각본, 연출, 제작을 맡은 [데브스]는 실종 미스터리에서 출발해 자유 의지와 결정론 사이의 오랜 논쟁으로 이어지며 과학과 철학이 공존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왓챠에서 서비스 중이다.